[올림픽 결산] 8-4-8-4 목표 '金 8개' 아닌 '銀 8개' 의미는?

조영준 기자 2018. 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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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한국 여자 컬링 대표 팀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25일 저녁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 총 17개 메달을 얻어 종합 7위에 올랐다. 애초 올림픽 목표는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종합 4위에 오른다는 '8-4-8-4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성적표는 달랐다. 기대했던 금메달 수는 은메달 수에서 나타났다. 한국이 딴 은메달 8개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4개 쇼트트랙에서 1개 스노보드에서 1개 컬링 1개 봅슬레이 1개였다.

과거 '일등지상주의'가 판을 칠 때는 오직 금메달만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은메달의 의미도 특별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전 국민들의 관심을 얻은 종목은 여자 컬링이다. 메달 후보로 기대하지 않았던 여자 컬링 대표 팀은 '영미 영미' '안경 선배' 등 유행어를 쏟아내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들은 예선부터 세계 강호들을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숙적' 일본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자가 됐다. 내심 금메달도 기대했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빈틈이 없었던 스웨덴에 3-8로 완패했다. 여자 컬링 선수들의 선전은 메달 색깔로 판단할 수 없다. 한국 여자 컬링은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결승 진출이라는 신화를 썼다. 결승까지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 과정은 금메달보다 찬란하게 빛난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GettyIimages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3연패에 도전했던 이상화(29, 스포츠토토)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숙명의 라이벌인 고다이라 나오(32,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부상과 올림픽 3연패라는 엄청난 부담감을 털어내고 선전했다. 이상화는 이미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두 번이나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을 안겼다. 고다이라와 승부와 상관없이 세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시상대에 섰다는 점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전설'로 남을 수 있다.

남자 추월팀과 남자 500m에서도 은메달이 나왔다. 특히 남자 500m에 출전한 차민규(24, 동두천시청)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단거리의 차세대 간판으로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 가운데 하나는 여자 팀추월팀의 갈등 문제였다.

9일 여자 팀추월 준준결선에서 '왕따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레이스 막판 김보름(25, 강원도청)과 박지우(20, 한체대)가 가장 뒤에서 달리던 노선영(29, 콜핑팀)과 격차를 벌린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동료를 탓하는 듯한 발언이 불씨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비난 여론은 한층 뜨거워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와 참여한 국민이 60만 명을 넘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딴 뒤 관중들에게 큰절 하는 김보름 ⓒ GettyIimages

이 문제에 대해 노선영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또한 4년마다 터져 나오는 스포츠 연맹과 협회의 파벌 싸움은 선수들의 문제로 이어진다. 곪은 상처가 터지면 여론의 비난을 맞는 이는 언제나 선수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보름은 가혹할 정도로 뭇매를 맞았다. 이후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심리치료까지 받았다. 23일에는 체육인 전법단 스님들이 강릉 선수촌을 찾아 상담했다.

여러모로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는 주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 출전했다. 이 종목 여자 세계랭킹 1위였던 김보름은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다카키 나나(26)에게 밀렸지만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은메달을 땄지만 좀처럼 웃지 못했다. 팀추월 7~8위전과는 다르게 매스스타트에서 김보름을 소개할 때는 관중석에서 그를 응원하는 함성이 터졌다.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나온 은메달도 값졌다. 18살 기대주 황대헌(부흥고)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취약 종목이었던 5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결승에서 전력 질주를 했지만 세계 기록으로 우승한 우다징(중국)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아직 걸어갈 길이 창창한 황대헌이 단거리에서 보여준 가능성은 한국 쇼트트랙에 희망을 안겼다.

▲ 한국 설상 종목에서 처음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스노보드의 이상호 ⓒ GettyIimages

스노보드와 봅슬레이에서도 값진 은메달이 나왔다. 이상호(23)는 스노보드 평형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그는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시작해 '배추 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계 50위인 봅슬레이 4인승 대표 팀은 폐회식이 열리는 25일 여자 컬링 대표 팀과 '깜짝 은메달'을 선사했다. 원윤종(33) 김동현(31) 전정린(29) 서영우(27)로 구성된 대표 팀은 마지막 4차 시기에서 한 치의 실수가 없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 29개 팀 가운데 가장 낮았던 이들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렇듯 평창 올림픽에서 나온 은메달 8개는 선수들이 걸어온 과정을 살펴볼 때 금메달 부럽지 않은 가치가 있다. 평창 올림픽은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다시 한번 벗어나는 전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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