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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씩씩했던 태권소녀 김보름, 오늘 위해 십수 년을 준비했다

2018. 2. 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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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스케이트 사이에서 고민했던 김보름, 한발 늦은 지각인생
평창올림픽서 예기치 못한 암초 딛고 은메달 우뚝
[그래픽] 2018 평창 메달리스트 - 김보름 프로필

태권도-스케이트 사이에서 고민했던 김보름, 한발 늦은 지각인생

평창올림픽서 예기치 못한 암초 딛고 은메달 우뚝

어린 시절 김보름이 야외에서 태권도 발차기 훈련을 하고 있다.[김보름 어머니 김선옥씨 사진제공=연합뉴스]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강원도청)은 어렸을 때부터 유독 지는 것을 싫어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취미 삼아 시작한 태권도에서도 그랬다. 어머니 김선옥 씨는 "어쩌다 태권도를 시작했는데, 이를 악물고 배우더라. 특히 겨루기를 하면 항상 1등을 했다"고 말했다.

지역 여자부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간혹 언니들이나 남자 선수에게 지고 온 날이면 김보름은 밤새도록 울었다고 한다. 그는 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어린 시절 김보름이 태권도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보름 어머니 김선옥씨 사진제공=연합뉴스]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김보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을 배웠다.

태권도에서 갈고 닦았던 발동작을 스케이팅에 적용하면서 실력이 크게 늘었다.

다른 선수보다 5~6년이나 늦게 시작했지만, 금세 지역에서 알아주는 선수가 됐다.

김보름은 대구 지역 수 개 중학교 태권도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쇼트트랙부가 있는 대구 성화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진로를 굳혔다.

어린 시절 김보름이 스케이팅 훈련을 하고 있다. [김보름 어머니 김선옥씨 사진제공=연합뉴스]

본격적으로 쇼트트랙을 배우면서 그는 큰 벽에 부딪혔다. 워낙 늦은 시기에 스케이트를 배워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아 출전하는 대회마다 고배를 마셨다.

그는 정화여고에 입학한 뒤 미래를 고민했다.

김보름이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건 고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서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 이승훈(대한항공)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모습을 보고 전향을 결심했다.

어머니 김선옥 씨는 딸의 도전이 무모하다고 반대했지만, 김보름은 몇 개월 동안 침묵으로 투쟁하며 어머니를 설득했다.

엄마는 딸을 이길 수 없었다. 김선옥 씨는 없는 살림에 새로운 장비와 새로운 지도자를 직접 찾아 나섰다.

김보름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당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어머니께 꼭 효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스피드 여자 팀 추월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팀 추월 선수들이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빙상국가대표 선수단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보름, 양신영, 노선영. 2014.1.15 hihong@yna.co.kr

김보름은 스피드스케이팅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고향 대구엔 스피드스케이트를 훈련할 만한 대형 아이스링크장이 없었는데, 고3 때 홀로 서울로 상경해 열정을 불태웠다.

의지와 노력이 만나자 김보름은 무섭게 성장했다. 그해 겨울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3,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2014년 도입한 새로운 종목, 매스스타트는 김보름에게 '꿈의 무대'였다

쇼트트랙에서 곡선주로 주파, 추월 훈련을 연마했던 김보름은 단숨에 세계 최정상에 올라섰다.

그는 2016-2017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휩쓸었고,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쇼트트랙 장거리 전문 선수 출신인 김보름은 다른 선수들보다 초반 스타트와 직선 주로 주파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자 약점을 줄이기 위해 최단거리 종목인 500m 집중훈련을 하기도 했다.

[올림픽] 대화하는 김보름-노선영 (강릉=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7-8위전 경기를 마친 김보름과 노선영이 대화하고 있다. 2018.2.21 xyz@yna.co.kr

어머니께 효도하겠다는 일념으로 평창올림픽 대비 훈련에 집중했던 김보름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부터 큰 시련을 겪었다.

모교 한국체대 선배인 노선영(콜핑팀)이 대표팀에서 낙마한 뒤 김보름을 특정해 "메달 후보 선수만 훈련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예기치 못한 비난이 김보름에게 쏟아졌다.

그는 수년 전부터 매스스타트를 대비한 쇼트트랙 훈련을 받아왔는데, 올림픽 개막 직전에 갑자기 문제처럼 비쳐 멘털이 크게 흔들렸다.

[올림픽] '팀워크 논란' 눈물 흘리는 김보름 (강릉=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팀워크 논란이 제기받은 한국 김보름 선수가 20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2.20 stop@yna.co.kr

특히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선 뒤로 처진 노선영과 함께 뛰지 않았다는 이유로 '왕따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인터뷰 자세 문제로 구설에 오르면서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

김보름은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곧바로 노선영이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철기 감독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또다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정신상담까지 받는 등 심신이 피폐해진 김보름은 마지막 힘을 짜내 고통의 시간을 이겨냈다.

그리고 24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자신의 주 종목, 매스스타트에서 관중들의 따가운 눈길을 받으며 외롭게 싸웠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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