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여자컬링 4강전 한일전 승리를 이끈 한국여자컬링대표팀 김은정(28). 김은정은 동그란 뿔테안경을 쓰고 2시간30분이 넘는 경기시간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카리스마를 뿜어내 '안경선배'라 불린다. 하지만 포커페이스 뒤에 아픔이 있다.
김은정은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아픔을 겪었다. 당시 상대선수가 넘어지며 스톤을 건드리는 바람에 김은정의 멘털은 완전히 깨졌다. 실수를 연발한 김은정은 팀이 탈락한 뒤 자책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김은정은 당시 컬링을 그만둘까 생각했었다. 사흘간 김민정 감독집에 선수들과 틀어박혀 건담과 레고를 조립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때의 시련이 지금의 '안경선배' 김은정을 만들었다.김은정은 23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일본과 4강에서 연장 11엔드에 절묘한 드로우샷으로 8-7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사상 첫 올림픽 결승에 진출해 스웨덴과 금메달을 다툰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은정은 일본전 승리 후 경상도 사투리로 "당시 주니어성적도 안좋고 소치올림픽 대표선발전도 그렇게 됐다. 팀원들, 감독님, 김경두 교수님(전 대한컬링연맨 부회장) 등 날 믿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잘하면 잘될 수 있는데 내가 못하니깐. 내한테 컬링은 아닌가 생각했다. 엘리트가 아니라 스포츠클럽으로 시작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김은정은 "그렇지만 이겨내야된다고 생각했다. 대구대 은사께 멘털 코치를 받았다. '컬링이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결국엔 김은정이란 사람이 더 중요하다. 김은정이 멋져야 잘된다'고 마음 먹었다"며 "김경두 교수님이 메달을 위해 해달라는건 다 해주셨다. 4년이 지나고나니 이런 실력이 되어있었다"고 말했다.
김은정은 한일전 소감에 대해 "예선에 한게임 진게 일본이었다. 당시 돌아가는 길에 너무 화가 났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죄송했다"며 "일본을 다시 만나 목표의식이 생겼다. 다른팀보다 이겨야되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집중하고 좋은샷을 하려했다"고 말했다. 김은정은 마지막 드로우샷에 대해 "스킵은 마지막에 드로우를 해서 이기는게 역할이다. 초반엔 좀 망설였는데 (김)경애가 드로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겨야한다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스킵 대결을 펼친 일본 후지사와에 대해 김은정은 "2012년 대표가 됐을때부터 상대했다. 일본에서는 제일 좋은 스킵이라고 생각한다. 모든샷들이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경기 후 눈물을 흘린 김은정은 "대회기간 휴대폰을 자진반납해 인터넷을 못쓰지만 우리가 역사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김경두 교수님과 경북체육회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끈을 놓지않게 해주셨다"며 "이왕 세미파이널까지 왔는데 메달 하나는 따야되겠다고 생각했다. 팀원 모두가 무게감이 있는 만큼 집중력을 더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김은정은 결승상대 스웨덴에 대해 "샷을 많이 한다. 저흰 깔끔하고 기다리는 입장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은정은 "관중들이 응원해주셔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원봉사분들이 파이팅을 많이 해주신다. 모두에게 사진을 못찍어드려서 죄송하지만 에너지를 많이 주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