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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컬링 여자]'눈물' 김은정 "마지막에 드로우샷은 던지고 싶지 않았다"

박찬준 입력 2018.02.23. 23:45 수정 2018.02.2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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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과 일본의 준결승전이 23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렸다. 연장 승부끝에 8대7로 승리한 한국 김은정이 감격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23/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이 23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렸다. 컬링 대표팀이 일본에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은메달을 확보한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기뻐하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23
"마지막에 드로우샷은 하고 싶지 않았다."

김은정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국 여자 컬링(4인조)이 라이벌 일본을 물리치고 대망의 평창동계올림픽 결승에 올랐다.

한국(팀 킴, 세계랭킹 8위)은 23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벌어진 평창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서 일본(세계랭킹 6위)을 연장 혈투 끝에 8대7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올림픽 두번째 출전만에 최소 은메달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컬링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극낭자들은 4년 전 소치올림픽에 첫 도전해 8위를 했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스웨덴(세계랭킹 5위)과 만난다. 대망의 결승전은 25일 오전 9시5분부터 시작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 예선서 스웨덴을 7대6으로 제압했었다. 스웨덴은 준결승전에서 영국을 10대5로 제압했다. 영국은 3~4위전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일본에 이번 대회 예선에서 당했던 역전패(15일 5대7)를 제대로 설욕했다. 한국은 샷의 정확도에 일본을 크게 앞섰다.

김민정 한국 대표팀 감독은 스킵(주장) 김은정을 비롯해 김경애(서드·바이스 스킵)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그리고 후보 김초희로 구성했다. 지난 15일 일본과의 예선전 때와 똑같은 라인업이다. 당시 한국은 리드하다 9엔드 때 역전을 허용해 5대7로 졌다. 한국이 예선에서 당한 유일한 1패였다. 일본은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 요시다 치나미(서드) 스즈키 유미(세컨드) 요시다 유리카(리드) 그리고 후보 모토하시 마리로 나섰다. 일본도 한국과의 예선전 라인업과 똑같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과 일본의 준결승전이 23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렸다. 김은정이 자신있는 미소를 짓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23/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이 23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렸다. 김은정이 투구한 후 소리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23/
빨간 스톤을 잡은 한국은 예선 순위가 높아 1엔드 후공을 펼쳤다. 태극낭자들은 1엔드를 3점을 뽑았다. 무결점 샷을 던졌다. 일본도 실수는 없었지만 한국의 공격이 완벽해 대거 3득점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서드 김경애의 샷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2엔드, 선공으로 나선 한국은 일본에 2점을 빼앗겼다. 3-2. 한국은 후공을 펼친 3엔드, 1점을 뽑아 4-2로 다시 도망갔다.

4엔드, 선공인 한국은 다시 일본에 1점을 내줬다. 4-3. 한국은 후공한 5엔드, 세컨드 김선영과 서드 김경애의 환상적인 샷으로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한국은 2점을 뽑아 6-3을 만들었다. 6엔드, 한국은 선공으로 1점만 내주면서 선방해 6-4 리드를 지켰다.

한국은 후공을 펼친 7엔드를 일부러 '블랭크 엔드'(두 팀 모두 점수를 얻지 못하는 것)로 만들어 8엔드도 후공을 유지했다. 한국은 8엔드 1득점에 성공했다. 일본은 9엔드 2점을 획득, 6-7까지 추격했다. 또 일본은 선공한 10엔드 스틸에 성공 7-7 동점을 만들어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 갔다. 한국은 11엔드 1득점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스킵 김은정의 마지막 샷으로 득점했다.

김은정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좋은 모습을 보이던 김은정은 승부를 마무리할 수 있는 10엔드에서 두번의 아쉬운 샷을 날렸다. 7번째 스톤에서 런백에 실패했고, 8번째 스톤도 의도대로 가지 않았다. 결국 7-7로 10엔드를 마친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승부처, 또 한번 승패는 스킵의 손에 결정이 났다. 단단하던 후지사와가 실수를 했다. 7번째 스톤에서 가드를 세우는데 실패했다. 반면 김은정은 더블 테이크아웃에 성공했다. 그리고 마지막 8번째 스톤, 후지사와의 샷이 나쁘지 않았다. 극도로 긴장된 상황, 김은정은 샷이 손을 떠났다. 그리고 그 샷은 기가 막히게 버튼에 자리했다. 김은정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은정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예선서 일본에 져서 버스타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화가 많이 났었다"며 "다시 일본을 만나 이겨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강했다. 모두가 집중했고, 좋은 샷을 날렸다"고 했다. "컬링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다"는 김은정은 마지막샷에 대해서도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는 "솔직히 마지막 샷으로 드로우 샷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대회 드로우 샷의 정확도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던졌다"고 웃었다. 김은정은 4년 전 아픔을 떠올렸다. 그는 "소치올림픽 선발전에 지고 나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하지만 경북컬링협회 김경두 교수님의 후원과 지도로 여기까지 왔다. 대구대 교수님의 멘탈지도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날도 많은 관중들이 응원을 보냈다. 김은정은 "우리의 인기를 느꼈다"고 웃었다. 이제 마지막 상대는 스웨덴이다. 한국은 예선에서 이미 스웨덴을 이긴 적이 있다. 김은정은 "스웨덴이 공격적이라 기다릴 것"이라며 "여기까지 온 이상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다짐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