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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moments] 데 헤아 전 '나야 나'.. 급이 다른 선방쇼 11

박경희 입력 2018.02.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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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Tim Ellis]

흔히 축구에서 골을 잘 넣는 사람이 큰 인기를 얻는다. 메시,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독점하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골을 넣는 만큼 막는 것도 중요하다. 골키퍼는 야구의 투수와 비슷하다. 실점하는 건 골키퍼와 투수의 실력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크다. 현대축구에서 빌드업에 능하고 발 밑 기술이 좋은 골키퍼가 주목받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방 능력’이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가 데 헤아에 빠졌다. 세비야전 선방 쇼는 팬들과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데 헤아가 없었으면 세비야에 질 뻔했다. 데 헤아처럼 중요한 경기, 위험한 순간에 골보다 값진 선방을 한 선수들이 있다. <포포투>가 차원이 다른 클래스를 보여준 골키퍼 선방 장면 11개를 꼽았다.


# ‘손가락 선방’ 페페 레이나 - vs 웨스트햄 (2005-06시즌 FA컵 결승)
2005-06시즌 레이나는 리버풀 베니테스 감독의 ‘퍼스트 초이스’였다. 비야레알 시절 레이나는 ‘스페인 리그 최고 골키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방 실력이 끝내줬다. FA컵 결승에서 만난 웨스트햄은 리버풀과 레이나를 괴롭혔다. 웨스트햄 왼쪽 수비수 콘체스키가 크로스 올린 공이 그대로 골대 구석에 들어가며 레이나에 굴욕을 안겼다.

제라드가 버저 비터 중거리 골로 3-3을 만들었고 리버풀은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레이나가 묘기를 부렸다. 웨스트햄 세트피스 상황에서 선수들 맞고 흐른 공이 리버풀 골대로 향했다. 레이나는 몸을 날려 손가락으로 간신히 공을 쳐 냈다. 공은 골대를 맞았고 선수들 쪽으로 향했다. 레오-코커가 회심의 슛을 때렸지만 밖으로 벗어났다. 레이나의 이 선방 덕분에 리버풀은 승부차기 끝에 7번째 FA컵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 ‘신의 손’ 마누엘 노이어 - vs 아스널 (2015-16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바이에른 뮌헨은 아스널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0-2로 졌다. 지루와 외질이 골을 기록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뻔했지만 이 경기의 주인공은 마누엘 노이어였다. 그의 최고 선방 중 하나로 꼽히는 장면이 아스널전에서 탄생했다. 그는 전반에 월컷의 헤더를 한 손으로 막았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둘 사이는 불과 5m 거리였고 노이어는 아스널의 크로스를 보느라 골대 오른쪽에 서 있었다. 공은 월컷의 머리를 거쳐 골대 중앙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노이어는 긴 손을 뻗어 공을 골라인 앞에서 걷어냈다. 월컷은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줄 알고 세리머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이어의 선방과 함께 상황이 종료되자 월컷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머리를 감쌌다. 경기가 끝난 후 레이나와 캐스퍼 슈마이켈은 SNS로 노이어에 찬사를 보냈다. ‘오, 신이시여. 할렐루야!’


# ‘뉴캐슬 비켜’ 팀 플라워스 - vs 뉴캐슬 (1994-95시즌 프리미어리그)
블랙번은 리그 우승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퍼거슨 감독의 맨유가 바짝 추격해 역전 당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블랙번은 중요한 길목에서 뉴캐슬을 만났다. 이 경기를 이겨야 리버풀과 최종전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시어러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블랙번을 우승에 한발 다가서게 했다. 뉴캐슬의 공세는 막강했다. 호시탐탐 블랙번 골문을 노렸다.

결승골을 넣은 시어러보다 골키퍼 팀 플라워스가 이 경기 주인공이었다. 플라워스는 전반 43분 몸을 날려 비어슬리의 중거리 슛을 막았다. 후반 23분에도 골문으로 향햐는 비어슬리의 슛을 선방했다. 뉴캐슬은 후반을 지배했지만 플라워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블랙번은 플라워스의 활약으로 뉴캐슬전을 이겼지만 리버풀 원정 경기에 졌다. 그래도 맨유에 승점 1점 차로 프리미어리그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역시 우승팀엔 최고 골키퍼가 필요한 법이란 걸 플라워스가 입증했다.

# ‘기적의 시작점’ 예르지 두덱 - vs AC 밀란 (2004-05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
리버풀의 전반전은 끔찍했다. 말디니, 크레스포의 연속골이 터지며 전반을 0-3으로 마쳤다. 후반전 리버풀은 달라졌다. 제라드의 헤더 추격골을 시작으로 스미체르와 사비 알론소가 골을 넣었다. 순식간에 3-3 동점을 이뤘다. 연장전에 돌입하며 두덱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승부차기에서 피를로와 셰브첸코의 슛을 막아낸 것도 있지만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에 보여준 선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셰브첸코는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지만 두덱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그가 세컨드 볼을 발로 밀어 넣었을 때 골이 들어갔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셰브첸코는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공을 찼고 두덱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었다. 공이 하늘 위로 솟구쳐 라인 밖으로 나가자 셰브첸코와 밀란 선수들은 두 손을 머리에 올리며 아쉬워했고 두덱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리버풀 선수들은 승리를 직감했을 거다.


# ‘자축 쇼’ 데이비드 시먼 - vs 셰필드 유나이티드 (2002-03시즌 FA컵 준결승)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셰필드와 FA컵 준결승은 시먼의 1000번째 경기였다. 이날 시먼은 기록적인 순간을 자축이라도 하듯 골문 앞에서 날아다녔다. 융베리의 골로 아스널이 우세를 점한 지 6분 후 시먼이 빛을 발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칼 아사바가 발리슛을 때렸고 공은 폴 페스치솔리도를 향했다. 골대 앞에서 시먼과 마주하고 있던 페스치솔리도는 본능적으로 공에 머리를 갖다 댔다. 그 순간 골대 뒤에 있던 셰필드 팬들이 손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먼은 아사바의 슛을 보느라 역동작에 걸렸다.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기 직전 시먼은 손을 뻗어 가까스로 공을 걷어냈다. 피터 슈마이켈은 “믿을 수 없는 선방이다. 신체 밸런스가 무너졌지만 완벽하게 골문을 지켰다. 그가 손에 삽을 쥔 게 아닐까?”며 공을 ‘퍼내듯’ 선방한 시먼을 칭찬했다. 시먼은 별 거 아니란 듯이 “39세 나이에 이 정도 선방 쯤이야”라고 말했다. 이게 아무 것도 아니면 다른 골키퍼들은 뭐가 되나요?

# ‘결정적 두 번의 선방’ 짐 몽고메리 - vs 리즈 유나이티드 (1972-73시즌 FA컵 결승)
당시 2부리그에 있었던 선덜랜드는 1부리그 3위 팀 리즈를 상대로 FA컵 타이틀을 따냈다. 이언 포터필드가 전반 31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선덜랜드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골키퍼 짐 몽고메리 역시 선덜랜드 우승에 한몫했다. 트레버 셰리의 헤더를 막아내고 피터 로리머의 슈팅도 가까스로 선방했다. 로리머의 슛은 몽고메리 손을 맞고 골대를 강타했다. 순식간의 두 차례 슛을 막아내자 셰리는 피치에 드러누운 채 주먹으로 땅을 쳤다.

경기가 끝난 후 리즈는 2부리그 팀을 이기지 못했다는 절망에 빠졌다. 로리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몽고메리가 모든 걸 망쳤다. 훌륭한 선방이었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놀라운 반사 신경을 보여줬다”며 몽고메리를 칭찬하면서 내심 아쉬움을 드러냈다.


# ‘맨유 구세주’ 피터 슈마이켈 - vs 라피드 빈 (1996-97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라피드 빈 원정을 앞둔 맨유는 위기였다. 유벤투스와 페네르바체에 밀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위에 자리했다. 라피드 빈을 이겨야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전반 24분 긱스의 골이 터졌고 후반 27분 칸토나가 쐐기골을 넣으며 맨유에 승리를 안겼다. 무실점을 이끈 피터 슈마이켈도 승리의 주역이었다.

긱스의 골이 터지기 전 맨유는 라피드 빈에 실점할 뻔했다. 공격수 르네 바그너가 크로스를 받아 헤더로 연결했고 공은 골대 앞에서 바운드 되며 튀어 올랐다. 골키퍼 앞에서 공이 튀면 막기가 참 쉽지 않다. 피터 슈마이켈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이 경기를 지켜본 잉글랜드 레전드 골키퍼 고든 뱅크스는 슈마이켈을 만나 “엄청난 선방”이었다고 칭찬했다. 슈마이켈은 “뱅크스가 내 선방이 훌륭했다고 말한 순간 기분 짜릿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EPL 최고 선방’ 크레이그 고든 vs 볼턴 원더러스 (2010-11시즌 프리미어리그)
고든은 2007년 골키퍼 최고 이적료(900만 파운드)로 선덜랜드에 입성했다. 팬들의 기대와 달리 그는 선덜랜드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팬들이 기억하는 고든의 하이라이트는 볼턴전에서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잿 나이트가 발로 공을 골대에 밀어 넣었다. 고든은 공의 방향과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심지어 공이 그의 뒤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고든은 본능적으로 몸을 던졌다. 공이 골라인을 넘기 전 몸을 돌려 재빠르게 방어했다. 공이 밖으로 나가자 선덜랜드 선수들이 하나둘 고든에 달려들며 놀라워했다. 이 선방은 프리미어리그 20주년 시상식 ‘최고 선방’ 부문에 선정됐다. 고든은 “내가 어떻게 공을 걷어냈는지 모르겠다. 순간적인 행동이었을 뿐”이라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 ‘독일 골키퍼 클래스’ 옌스 레만 -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시즌 초반 아스널의 출발은 불안했다. 개막전 애스턴 빌라와 홈 경기를 비기고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0-1로 패했다. 3라운드에서 미들즈브러를 홈으로 불러들여 1-1로 비기기도 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드 트래퍼드 원정을 떠났다.

결과는 아데바요르 결승골로 1-0 아스널 승리. 맨유전을 이긴 아스널은 이후 5연승을 달렸다. 경기 막판 레만의 선방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거다. 후반 41분 솔샤르는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 슛을 때렸다. 골대 구석으로 들어갈 것 같았던 공은 레만의 손을 맞고 밖으로 나갔다. ‘동안의 암살자’ 솔샤르의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감싸며 욕설을 내뱉었다. 욕할 만한 레만의 놀라운 선방이었으니까.

# ‘진기명기’ 그레고리 쿠페 vs 바르셀로나 (2000-01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바르셀로나, 바이어 레버쿠젠을 상대한 리옹은 조별리그 탈락을 맛봤다. 리옹의 챔피언스리그 도전은 끝났지만 그레고리 쿠페가 보여준 선방은 시즌 내내 회자했다. 캄프 누 원정을 떠난 리옹은 바르셀로나에 0-2로 졌다. 쿠페는 패배로 실망한 리옹 팬들에 조그마한 선물을 안겼다.

리옹 수비수가 걷어낸 공이 쿠페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쿠페는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몸을 던졌고 공은 크로스바를 때렸다. 쿠페는 손이 아닌 머리로 공을 쳐 냈다.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공은 히바우두 앞에 떨어졌다. 히바우두는 몸을 날려 골문 안에 쓰러진 쿠페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그가 높이 점프해 헤더로 마무리할 때 쿠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았다. 헤더는 쿠페에 가로막혀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쿠페 뒤에 있던 관중들은 두 번이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 광경을 지켜봤다.

# ‘펠레를 막은 사나이’ 고든 뱅크스 vs 브라질 (1970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 최고 골키퍼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만났다. 1970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브라질을 상대했고 고든 뱅크스는 펠레의 슈팅을 막았다. 자이르지뉴의 골로 브라질이 1-0으로 이겼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고든 뱅크스에 향했다. 위대한 선방에 항상 꼽히는 장면이 이 경기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자이르지뉴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펠레가 높이 뛰어올라 헤더했다. 공은 오른쪽 골대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지만 뱅크스가 온몸을 날려 선방했다. 뱅크스 앞에 공이 떨어져 선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는 축구선수로서 수많은 선방 장면을 연출했다. 1972년 잉글랜드 리그컵 준결승에서 제프 허스트의 페널티킥을 막은 순간도 대표적이다. 골키퍼라면 뱅크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에디트=박경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