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컷인]진흙탕 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애들싸움'에 어른은 없었다

김희선 2018. 2. 22.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간스포츠 김희선]
연합뉴스
노선영(29)도 울었고, 김보름(25)도 울었다. 진실 공방은 폭로전으로 변했고, 팀은 이미 진흙탕이 됐다.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꿈의 무대인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 왔던 이들의 땀은 단 한 번의 레이스로 더럽혀졌다. 그러나 이들을 다독이고 중재하고, 대신 앞에 나서서 고개를 숙여야 할 어른들은 무책임하게 방관만 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대표팀이 엉망이 됐다. 지난 19일 열린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노선영 왕따 논란'이 불거진 뒤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여론은 여전히 뜨겁고, 불붙은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른다. 김보름은 백철기(56)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서 "억울한 건 없다. 뒤 선수를 챙기지 못한 내 잘못"이라며 눈물을 흘렸으나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은 그의 눈물도 믿지 못했다.

노선영과 박지우/연합뉴스

당초 노선영이 참석하기로 했다가 기자회견 직전에 불참을 통보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피해자' 노선영이 없는 상황에서 '가해자' 김보름과 백 감독만 나서서 치른 기자회견은 국민들에게 그 어떤 믿음도 주지 못했다. 더구나 "경기 전날 작전을 바꿨다. 노선영이 (뒤에 타서 속도를 유지하는 게 낫겠다고) 직접 얘기했다. 선수가 제안한 것을 묵살하는 건 선수 사기를 죽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백 감독의 설명에 대해 노선영이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내가 직접 말한 적은 없다. 전날까지 2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경기 당일에 워밍업 시간에 어떻게 하기로 했냐고 하셔서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며 반박했다.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19일 경기 그리고 20일 기자회견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진 팀을 지켜보며 기자가 느낀 답답함은 선수들에 대한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주변에 있는 '어른들'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수습하려는 의지가 없다. 말로만 "내 책임"을 외치면서 정작 책임은 선수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이다. 공과에는 빠짐없이 행차하시던 '높으신 분들'도 이럴 때는 코빼기 하나 찾아보기가 힘들다.

경기 뒤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는 노선영에게 다가가지 않은 건 김보름과 박지우(20)만이 아니었다. 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노선영을 챙기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보다 먼저 노선영을 다독였어야 하는 사람이 코칭스태프인데도 말이다. 김보름 박지우의 외면보다 코칭스태프의 외면이 더 충격적이었다. 내용이나 결과를 떠나 레이스를 마치고 들어온 선수를 격려해 줘야 하는 첫 번째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다. 그러나 홀로 앉아 있는 노선영에게 다가간 지도자는 보프 더 용(42) 코치뿐이었다. '팀 내 불화설' '왕따설'이 나오지 않길 바랐다면 이런 장면은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백 감독의 기자회견 역시 마찬가지다. 백 감독은 "팀추월이 끝난 뒤 많은 분들이 비난하고 있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게 기자회견 첫머리에 나온 말이다. 모르고 들었다면 준결승 진출이 좌절된 것에 대한 기자회견인 줄 알았을 것이다. '노선영 왕따 논란' 때문에 연 기자회견인데 노선영에 대한 미안함은 없었다. 왕따 논란이 사실이든 아니든,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나선 것인데 '대국민 사과'가 나왔다. "(경기 뒤 노선영을) 지도자들이 챙기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는 것 정도가 끝이었다. 백 감독은 취재진이 "노선영이 다른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서로 잘 지냈나"라고 김보름에게 묻자 "그 부분은 내가 대답하겠다"며 "화기애애해 보였다"고 대신 대답하기도 했다. 백 감독이 마이크를 잡자 김보름은 침묵했다(그리고 노선영은 백 감독이 "화기애애해 보였다"고 한 말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애초에 이 사태의 발단을 만든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아예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다. 대표팀 분위기가 이토록 풍비박산 난 첫 단추는 노선영의 올림픽 출전 기회를 날릴 뻔했던 연맹의 행정 실수다. 노선영이 이 사실을 폭로하고 특혜 논란까지 제기했을 때 팀워크는 이미 박살이 났다. 그 소동을 겪고 다시 한 팀이 됐으니 선수들의 마음에 서로 앙금이 없을 리 없다. 지도자들 그리고 연맹 관계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수들을 케어하고 돌봤어야 한다. 적어도 앞장서서 뭇매라도 대신 맞아 줬어야 했다. 그러나 그때도, 이번에도 연맹은 슬쩍 빠져 있다. 이번 기자회견 역시 연맹 관계자는 단 한 명도 동석하지 않았다. 백 감독과 김보름만 덩그러니 앉아 질문을 받았다.

백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지우 얘기가 나오자 "어린 선수다. 이해해 줘야 한다"고 했다. 그 말대로다. 박지우뿐 아니라 김보름,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는 노선영도 지도자들이 보기엔 어린 선수들이다. 그들 눈에는 이번 일이 '애들 싸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의문이 더욱 커진다. 공공연하게 불화설이 제기됐던 그 시간 동안 '어른들'은 대체 무엇을 했나. 애초에 어른들이 조금 더 잘했다면 과연 사태가 이렇게까지 '막장'으로 흘러갔을까?

강릉=김희선 기자

女배우 “조민기 캠퍼스의 왕, 밤마다 오피스텔로..” 폭로

‘온 몸 시스루..’ 안소희, 역대급 파격 화보

“망신주려고 벌인 짓..” 전 국대, 女팀추월 저격

구하라, 갑작스런 강풍에 노출사고...‘깜짝’

조민기, 하루만에 입장 번복 “꼬리 내렸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