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슈] 그들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수호랑이 운다

조영준 기자 2018. 2. 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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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블록휴이센(왼쪽)과 스벤 크라머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선수들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시끌벅적하다. 사람의 말은 가벼운 한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넘기는 가벼운 농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해를 생길 수 있는 발언은 '실언'이 된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공분을 일으키는 말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 평창 올림픽 빙속 종목이 열리는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은 연일 선수들의 발언으로 뜨겁다.

여자 팀추월에서 나타난 '왕따 의혹' 문제가 거세지고 있다. 백철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과 김보름(25, 강원도청)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 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노선영(29, 콜핑팀)의 견해가 이들과는 다르다는 보도가 나가며 대중들의 공분은 뜨거워졌다.

청와대 국민 청원(김보름, 박지우 퇴출과 빙상경기연맹의 엄중한 처벌)에는 50만이라는 역대 최다 추천 수가 나왔다. '모래알' 같은 경기를 한 점도 문제였지만 김보름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많은 이들이 공분했다.

운동만하며 달려온 두 선수보다 문제가 큰 곳은 연맹과 지도자다. 단단하게 만들어야할 조직력을 완성하지 못한 점은 물론 4년 마다 붉어져 나오는 각 스포츠 단체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이번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 김보름(왼쪽)과 노선영 ⓒ 연합뉴스 제공

팀추월 여자 7~8위전과 남자 메달 결정전이 열린 21일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동메달을 딴 네덜란드 선수들이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남자 팀추월 메달리스트들은 여자 팀추월 선수들의 인터뷰가 끝난 뒤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자 팀추월 우승 팀인 일본이 들어오기 전 네덜란드 선수들이 나타났다. '빙속의 전설' 스벤 크라머(32)와 얀 블록휴이센(28)이 네덜란드를 대표해 들어왔다. 이들은 빨리 돌아가야 한다며 일본 선수들이 오기 전에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나 동메달을 딴 네덜란드 선수들을 취재하러 온 자국 기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질문이 없자 크라머는 "질문이 없다니 감사하다. 모두 일본 기자들인 것 같다. 내 말이 맞는가"라고 물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블록휴이센은 "이 나라의 개들을 좀 더 잘 대해주었으면 좋겠다(Please treat dogs better in this country, thank you)"고 말하며 퇴장했다.

블록휴이센의 한마디에 한국 기자들은 웅성했다. 외국인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가운데 하나로 개 식용 문화를 꼽는다.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에서는 개 식용 문화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문화였다.

▲ 얀 블록휴이센 ⓒ GettyIimages

블록휴이센의 말은 서구인의 시선에서 한국 문화를 비꼬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에 대한 일부분만 보고 전체로 해석하려는 편견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특히 스포츠는 인종 편견을 비롯한 남녀 성차별, 빈부의 차별, 신체 장애에 대한 차별, 특정 민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됐다.

특히 전 세계의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올림픽은 차별 철폐의 무대가 됐다. 선수는 그저 가볍게 던진 농담 혹은 장난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타인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고 다른 국가의 문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던진 말은 문제가 있다.

한국 취재진이 있는 상황에서 블록휴이센은 상황에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 그의 말은 한국 문화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아닌 지식 부족으로 인한 '편견'에 가까웠다. 한국의 개 식용문화에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진 외국인들이 있다. 그들의 생각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단편적인 면만 보고 한국이 개를 잘 대해 주는 것이 아닌 식용으로 쓰는 국가로 몰아가는 시선은 정당하지 않다.

올림픽은 다양한 국가와 인종,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지는 장이다. 자신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다른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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