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에 희생된 비운의 남매,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오마이뉴스 임병도 기자]
▲ 빙상연맹의 안일한 행정 속에 선수촌에서 퇴촌 당한 노선영 선수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
ⓒ 노선영 인스타그램 |
함께 출전했던 김보름, 박지우 선수는 물론 빙상연맹까지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됐습니다. 지난 1월 노선영 선수는 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뻔했습니다.
선수촌에서 퇴촌 당한 노선영 선수는 1월 24일 인스타그램에 "(동생) 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당했다.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고,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도 주지 않는다"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노선영 선수가 말한 동생 노진규는 누구이며, 왜 이런 글을 남겼을까요?
▲ 노진규 선수는 암 투병 중에도 국가대표팀의 출전권을 위해 세계 경기에 출전했다. |
ⓒ 연합뉴스TV |
▲ 고(故) 노진규 선수는 김동성·안현수의 뒤를 잇는 쇼트트랙 스타였다. 2017년 10월까지도 세계빙상연맹 홈페이지에는 그의 3,000미터 세계신기록이 남아 있었다. |
ⓒ 임병도 |
암 투병 중에도 출전해야만 했던 노진규
노진규 선수는 2013년 소치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종합 성적 3위에 그쳐 개인 종목 출전이 무산됐습니다. 계주에는 출전할 수 있었지만 노 선수는 월드컵 시리즈에 계속 출전했습니다. 왜냐하면 월드컵 시리즈의 개인 성적에 따라 대표팀에 소치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노진규 선수는 2013-2014년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땁니다. 하지만 경기 도중에 입은 어깨 부상으로 조기 귀국을 했고 치료 과정에서 골육종이라는 암이 발견됩니다. 일부에서는 노진규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전 부진이 암 때문이었다고도 말합니다.
어깨 부상과 암으로 훈련조차 힘들었던 노진규 선수는 월드컵 3차 대회와 4차 대회 개인종목에 출전합니다. 개인 출전 우선권이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부진했기 때문에 빙상연맹에서 노 선수를 투입한 것입니다. 올림픽 출전권은 3, 4차 월드컵 대회 기록을 합산해 한 나라당 최대 3장까지 지급합니다. 노진규 선수는 1500m와 1000m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 선수의 올림픽 출전권 3장을 모두 확보하는 데 큰 보탬이 됩니다.
2014년 1월 노진규 선수는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훈련하다가 왼쪽 팔꿈치 뼈가 부러집니다. 치료 과정에서 6cm였던 종양이 13cm까지 커져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결국 노 선수는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지만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 노선영 선수는 동생 노진규 선수가 그토록 출전하고 싶었던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다. 그녀에게 메달은 중요하지 않았다. |
ⓒ SBS |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노선영, 노진규 두 남매의 이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병마와 빙상연맹의 외면 속에서도 올림픽 정신에 따라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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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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