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복귀? 오승환은 당당할 자격 있다

조회수 2018. 2. 2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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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떠오른 게 친구의 얼굴이었다. 급변하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말이다. 얼마나 안타깝고, 얼마나 속을 태웠을까. 또 얼마나 미안하고, 얼마나 부아가 치밀었을까.

알려졌다시피 친구는 오작교 역할을 맡았다. 구단 고위층의 부탁으로 연락은 물론 설득까지 했기 때문이다. 멀리 한국으로 국제전화까지 때렸다. "단장이 직접 얘기하더라. 우리 팀으로 왔으면 좋겠대. 같이 한번 해보자. 여기 지내기도 괜찮아. 세인트루이스 보다 한국 식당도 많고…."

절친의 설득은 주효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데 중요한 요소였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전문용어로 '파투(파토)' 또는 '나가리(流れ,나가레)'가 된 것이다.

복잡한 과정과 이유는 둘째라고 치자. 적극적이었던 주선자의 호의마저 머쓱해지게 됐다. 걱정이다. 한번 틀어지면 물불 안 가리는 성격 아닌가. 사리에 어긋난 일이라면 아래 위 따지지 않는다. 유명한 일화가 한 둘이 아니다. 후배가 볼티모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자, 남의 구단을 향해 "그들은 페어하지 않습니다"라는 글로 직설을 날리기도 했다. 또 실수에 대놓고 핀잔하는 감독을 향해 글러브까지 내밀었던 호연지기도 압권이었다. "당신이 직접 해보시던가"라며.

혹시 틀어진 일 때문에 구단 사람들과 얼굴 붉히는 일이라도 없으려나. 그들의 스프링캠프가 치러지는 애리조나 서프라이즈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혼란의 와중에 던져진 단어 '복귀'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참고, 참던 피해자측(?)이 들고 일어섰다. 사방을 향해 격정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주장하는 바는 간단히 요약된다. '싫으면 그만이지, 환자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멀쩡히 공 던질 수 있고, 실제로 던지고 있는 투수다. 그걸 마치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것처럼 소문나도록 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앞으로 구직활동에서 큰 지장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물론 그들은 모르쇠다. 자신들이 퍼트린 말 아니라며 발을 뺀다. 해명 요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에이전트가 나서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다만, 미국쪽 미디어에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인 지는 모르겠다. 한국 팬들에게야 상세히 전달되고 있지만 정작 현지의 영향력 있는 스피커들을 얼마나 작동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건 그렇다 치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만, 혼란스럽고 감정이 격해진 와중에 중요한 아젠다 하나가 던져졌다. '국내 복귀'라는 의제였다.

에이전트 "심적으로 약간 지쳐 있는 상태"

약간 멘트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몇 군데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이런 줄거리다. "선수 본인이 심적으로 조금 지쳐있는 상태다. 이런 식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 그러니까 삼성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물론 전제가 필요하다. 여전히 관심을 보이는 팀들은 있다는 점이다. 에이전트에 따르면 아직도 서너 구단 정도가 문의를 계속하고 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 차려진 개인 캠프에 보러 오는 관계자들도 있다. 이를테면 트라이 아웃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전같지 않을 것이다. 이미 시장에 소문은 파다하다. 상품 가치에 흠집이 난 상태라는 뜻이다. 계약 합의까지 갔던 구단과 막판에 깨질 정도라면 다른 팀들도 그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설사 누군가 위험 부담을 감수한다고 치더라도(그들 입장에서), 레인저스가 제시했던 것보다 나은 조건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숫자 275만 달러

그런 점에서 주목해야 할 숫자가 있다. 275만 달러다. 텍사스와 최초 합의된 실제 보장액수다. 총액 규모는 925만 달러로 알려졌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구단 2년째 옵션과 퍼포먼스에 따른 보너스다.

그럼 따져보자. 275만 달러는 29억원 쯤 된다. 만약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치자. 그의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임의 탈퇴로 보유권을 가진) 삼성은 "아직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워한다. 하지만 대략적인 추정치는 얻을 수 있다. KBO리그의 최고 수준 연봉이 비교 대상이다. 타자 중에는 이대호가 25억원, 투수 중에는 양현종이 23억원이다. 여기에 각자의 플러스 옵셥이 있을테고, 세금 문제, 기타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275만달러보다 크게 낮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복귀시 징계가 예정돼 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여야 함은 물론이다. 또 여기에 따른 연봉 조정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절충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메디컬 체크 이후 텍사스는 3차례나 수정 제안을 했다. 보장금액을 낮췄고, 대부분 옵션으로 빈 곳을 채웠다. 금전적으로는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자존심 상해 가며 연연할 필요는 없다

관련해 에이전트는 주목되는 멘트를 남겼다. 아마도 고객의 심경을 대변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나이가 30대 초반도 아니고, 신인도 아니고"라는 워딩(wording)이다. 풀이하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어떤 장기적인 가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물론 금전적인 문제가 거취를 결정하는 직접 요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굳이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반문이 생긴다. 무엇보다 자존심을 상해가면서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 없다.

그는 이미 도전했다. 그리고 충분히 보여줬다. 어떤 결정이라도 당당할 자격을 가졌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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