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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in 광양] "아픔이요? 보약이에요!" 한찬희가 믿는 '아픔 발전론'

이종현 기자 입력 2018.02.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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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에서 만난 한찬희

[스포티비뉴스=광양, 이종현 기자] 어린 나이에 마음이 많이도 다쳤다. 꿈이었던 2017년 U-20월드컵에선 부진했고, 최근 중국에서 열린 U-23 챔피언십 최종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사이 소속 팀 전남 드래곤즈는 69실점으로 최다 실점했고, 마지막 리그 14경기에서 이기지 못했다. 팬들은 전남이 '잔류 당했다'고 비웃었다. 1997년생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잔혹했던 지난 1년. 다소 어두울 것 같았던 한찬희(22)는 다행히(?) 광양에서 가장 표정이 밝았다.

한찬희를 만난 자리에서 지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나이지만 리그 29경기에 나섰을 정도로 주축으로 뛰었던 그. 한찬희는 지난해 전남 최다 실점과 14경기 무패에 대해서 "8월부터 11월 말까지 긴 시간 동안 이기지 못했다. 팀 내에서는 동기부여가 많이 있었는데 막상 경기장에서 그게 발현되지 않았다. 위기의식을 처음부터 느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쫓겼다. 선수들이 부담을 느껴서 플레이가 안 나왔다. 원래 실력이 안 나와서 부진했던 것 같다"며 지난 날을 돌아봤다. 본인에 플레이도 채찍질했다. "작년이랑 재작년은 꾸준한 경기력이 없었다. 기복이 있었다고 인정한다. 올해는 몸관리나 체력적인 관리를 프로답게 신경 써서 관리하고 싶다. 경기장에서 기복이 없고 한결같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말했다.

한찬희는 아픔 속에서 성장하는 마인드를 지녔다. 지난해 U-20 월드컵의 부진을 부정적으로만 기억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2년 동안 준비하면서 팀에서 나름 위치를 많이 쌓았고, 앞에서 선수들 리드하는 역할이라 생각하고 임했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 시작하고 2경기 치르고 많이 못 뛰었다. 당시엔 힘들었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당시엔 마냥 힘들었는데, 버티고 했다. 묵묵하게.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다 보니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시기가 약이 됐다. 선수가 매번 잘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가 제 축구 인생에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이라고만 기억하진 않는다"고 회상했다.

▲ 훈련 중 유독 활기찼던 한찬희(왼쪽)

한찬희의 생각처럼 아프다고 머무를 수는 없다. 2018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유상철 감독이 부임했다. 주전 경쟁은 원점에서 시작한다. 한찬희는 유상철 감독 부임 이후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단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저를 포함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감독님께서는 전남이라서 안 될 것 없다고 하셨다. 상위 스플릿 진출하고, FA컵 우승해서 ACL 나가자는 목표를 정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축구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주면 감독님과 저희가 원하는 목표가 하나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르게 생각하면 현역시절 최고의 미드필더였던 유상철 감독 곁에서 장점을 배울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 한찬희 역시 "감독님이 현역 시절 미드필더셨으니깐, 배울 점이 많고 기대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확실히 축구 스타일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볼을 짧게 갖고 빠르게 동료와 볼을 주고받으면서 상대를 지치게 하는 플레이를 하라고 많이 요구하신다. 원하는 방향으로 재밌게 축구하고 있다. 제일 쉬운 게 패스지만, 또한 가장 어려운 게 패스다. 그걸 많이 강조하신다"며 유상철 감독과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 선배 김영욱(왼쪽) 곁에서 차근차근 성장 중인 한찬희ⓒ프로축구연맹

한찬희에 대한 전남 내부의 평가는 어떨까. 주장 김영욱은 " 제가 가지고 있질 않은 걸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찬희는 슈팅력이 워낙 좋고, 연계적인 플레이도 그 나잇대에 제가 하지 못한 걸 하는 걸 보고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고 그의 가능성을 평가했고, 유상철 감독도 "찬희도 가지고 있는 것들도 좋은 게 많다. 하지만 프로선수로서 경험도 더 쌓아야 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더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 어리다 보니 더 경기를 나가 더 성장하면 충분히 (김)영욱이 뒤를 이어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한다"며 제자를 응원했다.

통상적으로 물어보는 이번 시즌 목표. 한찬희는 "1년차 때부터 목표가 25경기 공격포인트 7개였었다. 포인트가 부족했다. 올해는 포인트 만큼은 7개 이상 꼭 달성하고 경기도 30경기 이상 뛰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내 야심을 드러냈다. "올해 사실 영플레이어상을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다. 팀 성적, 제 개인 성적 모두 잡았으면 좋겠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그 말. 한찬희에겐 유효한 말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