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발력 남달랐던 성빈아! 꿈과 희망을 위해 달려라"
제자리 점프로 농구골대 림 잡아
썰매 테스트 받던 날 상비군급 평가
윤성빈은 고교 3학년이던 2012년 7월 스켈레톤을 시작했다. 이 생소한 운동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체육교사였던 김영태(59·관악고 교사) 선생님의 힘이 컸다. 당시 신림고에서 체육을 가르쳤던 김 교사는 윤성빈의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고 스켈레톤을 해 보라고 권유했다.
김 교사는 “고교 1학년 때 윤성빈을 가르쳤던 체육 선생님이 ‘운동 능력이 남다른 친구가 있다’면서 성빈이를 소개했다”며 “2학년 2학기 때부터 내가 맡고 있던 체대입시반에 등록해 운동하라고 권했다. 그게 성빈이와 인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윤성빈에게 그때 운명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겨울올림픽 모든 썰매 종목(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에 출전했던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가 썰매 유망주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김 교사가 떠올린 게 바로 윤성빈이었다. 김 교사는 집에서 자고 있던 윤성빈을 불러낸 뒤 강 교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달리기와 투포환 등을 시켰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강 교수는 “이 정도면 국가대표 상비군급”이라며 무릎을 쳤다. 이후 강 교수의 지도를 받은 윤성빈은 같은 해 9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윤성빈이 스켈레톤을 시작한 지 불과 두 달 만이었다.
윤성빈은 비시즌마다 김 교사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한다. 관악고로 옮긴 김 교사의 책상 한 켠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윤성빈의 화환 리본이 붙어 있다. 김 교사는 설날인 16일 제자 윤성빈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평창을 찾을 계획이다. 김 교사는 "성빈이는 운명이 타고났다. 평창올림픽 덕에 썰매 종목이 컸고, 성빈이도 일취월장해 이 순간까지 왔다"면서 "썰매에서 그동안 몰랐던 희망을 성빈이가 보여줬으면 좋겠다. 꿈과 희망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또 "정상에 있을 때 많은 생각을 갖고 미래를 가꾸라. 올림픽 후엔 외국어 공부 같은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좀 더 투자하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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