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버스가 어딨나?" 뿔난 외국 취재진의 고함

강릉=CBS 특별취재팀 임종률 기자 2018. 2. 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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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째 기다림' 10일 밤 11시께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경기가 끝난 뒤 숙소로 돌아가려는 전 세계 취재진이 강추위 속에 오지 않는 미디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강릉=노컷뉴스)
"Where is a bus!"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10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 아레나 앞 버스 정류장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바로 남자 1500m 경기와 인터뷰까지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려는 취재진의 행렬이었다. 줄잡아도 150명은 훌쩍 넘어 200명은 가깝게 돼 보이는 기자들은 갑자기 떨어진 기온과 강풍에 떨고 있었다.

예정된 미디어 버스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다림과 추위에 지친 외국 취재진 사이에서는 급기야 영어로 "도대체 버스가 어디 있느냐?"는 불만 섞인 고함들이 터져 나왔다. "제 시간 도착하기로 한 버스가 맞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황한 조직위 수송 관계자는 긴급 증차를 위해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기 바빴다. 결국 20분쯤 시간이 흐른 뒤 버스 3대가 긴급 투입돼 취재진이 간신히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 한 외신 기자는 "40분 동안 TM(미디어 수송) 버스를 보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평창올림픽 수송편은 개막 전부터 대두된 문제다. 자원봉사자들이 강추위에 한 시간 이상 버스를 기다리다 못해 모의 개회식을 보이콧하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조직위는 원활한 수송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날 미디어 버스는 당초 15분 간격으로 배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 업무를 마친 취재진이 쏟아지면서 감당하지 못했다. 곳곳을 통제했음에도 교통 흐름도 원활하지 못해 버스가 제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물론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등 다른 대회도 개막식 등 큰 행사 뒤에는 교통 체증이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이날은 쇼트트랙 1500m 1경기가 끝난 상황이었다.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한 조직위의 미숙함이 드러난 부분이었다.

지난달 31일 강릉미디어촌 입촌 다음 날 흰 수건을 빨아 닦자 금세 더러워진 모습(위)과 이후 4번을 빨아도 때가 지지 않은 모습(아래).
취재진의 불만은 이뿐이 아니다. 미디어 숙소도 허술하게 관리돼 불편이 적잖다. 이날 업무를 마치고 12시께 간신히 들어선 기자의 숙소는 방 청소는 물론 수건과 식수도 제대로 교체되지 않았다. 사용된 수건과 빈 물병뿐이었다. 전날에 이어 벌써 이틀 연속이자 지난달 311일 입촌 뒤 여러 번째였다.

프런트 데스크에 연락하자 돌아온 답은 "와서 직접 물과 수건을 가져가라"였다. 이에 항의하자 "프런트와 청소 인력이 달라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방문에 'Do not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 팻말이 걸려 있으면 하우스키퍼들이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서 "그리고 다시 방문하기에는 사실상 일정상 어렵다"는 난해한 설명을 내놨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올림픽 취재가 5번째다. 오전에만 숙소를 확인하면서 팻말이 걸려 있다고 청소하지 않은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은 전 세계 취재진이 몰린다. 시차가 다른 만큼 취침 시간도 제각각이다. 특히 밤 늦게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 기사 작성까지 하면 새벽에 잠드는 게 다반사다.

이럴 경우 몇 시간 되지 않는 숙면을 위해 방해 금지 팻말을 걸어놓는 게 상식이다. 그러려고 있는 팻말이다. 기자들은 낮에 숙소를 나서면서 팻말을 떼고 나가는데 오후에는 확인을 하지 않은 채 하루 종일 청소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상식 이하다. 수건과 물을 직접 가져가라는 올림픽 미디어촌도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다.

다른 올림픽 미디어촌의 경우 기자가 취재를 위해 팻말을 떼고 나가면 하우스키퍼가 다시 방문해 청소를 한다. 혹시라도 청소가 되지 않거나 수건, 물이 없을 경우 요청하면 조치를 취해준다.

지난달 31일 미디어촌 입촌 당시 거실과 방 바닥은 먼지가 그득했다. 흰 양말 바닥이 순식간에 황갈색으로 변했다. 하룻밤을 보낸 뒤에는 목이 컬컬해 숨도 쉬기 어려웠다. 입주 예정인 아파트라 공사 직후 먼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바닥에 수북히 쌓인 먼지는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됐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입주 이틀째도 먼지는 그대로에 수건만 교체돼 동료 기자와 수건을 빨아 바닥을 닦아낼 수밖에 없었다. 하얀 수건은 금세 더러워졌고, 4번을 빨아도 때가 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온 한 기자는 "집주인에 앞서 새집증후군과 먼지들을 기자들이 먼저 빨아들이는 꼴"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북한 기자들에게도 이랬을까' 평창올림픽 북한 선수단의 선수촌 입촌식을 취재하는 북한 기자들. 이들은 올림픽 미디어촌이 아닌 인제스피디움이 숙소다.(사진=노컷뉴스)
이후 숙소에서 청소 인력을 우연히 만나 얘기하니 "새 집이라 벽에 붙은 풀이 말라서 떨어져서 어쩔 수 없다"면서 "우리처럼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고 했다. 바닥이 너무 먼지가 많다고 하자 그제서야 "그럼 한번 닦아드릴까요?"라는 답변.

당시는 "여기는 우리가 닦았고 한국 기자야 그렇다 치더라도 외국 취재진 방이나 잘 청소해달라"고 인력들을 돌려보냈다. 이후 더러 청소가 돼 있기도 했지만 수건조차 직접 가져가야 하는 상황은 더는 인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미디어촌은 1박에 적게는 1인당 16만 원, 많게는 20만 원이 넘는다. 독방은 훨씬 더 비싸다. 강릉미디어촌은 3인실의 경우 화장실이 딸린 큰 방(1인 기준)이 20만 원이 넘게 책정돼 있고, 나머지 작은 2개 방이 각각 16만 원을 넘는다. 총 5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엄연히 적잖은 숙박비를 받는다면 그에 맞는 대우가 따라야 하는 게 정상이다. 미디어촌 청소 담당자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엄연히 고용된 인력이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하계올림픽 역시 미디어들의 불만이 나왔다. 당시 국내 언론을 포함해 외신들은 대회 시설과 준비 상황에 대한 신랄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전 세계 기자들은 자국민들의 눈과 귀를 대신해 현장 소식을 전한다. 기자들은 호화 대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당한 서비스를 원한다. 평창올림픽이 이제 막 개막한 가운데 어떻게 전 세계에 대회가 비춰질지 지켜볼 일이다.

▶ 기자와 1:1 채팅

[강릉=CBS 특별취재팀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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