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북 노래 '내 나라' 설운도 '차차차'..화합 한마당

유정인·강릉 | 정대연·이삭 기자 2018. 2. 8. 22: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삼지연관현악단, 강릉서 16년 만에 북한 예술단 공연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에서 북측 곡 ‘반갑습니다’를 비롯해 남측의 대중가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당신은 모르실거야’ ‘홀로 아리랑’ 등을 부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북측 예술단이 가수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을 부르자 관객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남북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민족의 정서를 담은 곡의 여운은 노래가 끝나고도 가시지 않았다. 기쁨과 감동으로 공연장은 한겨울의 추위도 녹여냈다.

현송월 단장 등 삼지연관현악단 114명은 8일 저녁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90여분 동안 공연을 선보였다. 북측 예술단이 휴전선 남쪽에서 무대에 오른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16년 만이다. 남북이 공동입장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하루 앞두고, 문화공연으로 어우러지는 한마당으로 마련된 자리다. 북한 곡들과 남한의 대중가요, 클래식 메들리 등이 북측 예술단을 통해 무대에 올려졌다.

첫 곡은 북측 노래 ‘반갑습니다’였다. 이어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 8중창단이 북측 모란봉악단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흰눈아 내려라’를 불렀다. 중창단 뒤로는 겨울 소나무 위의 잔설이 쏟아지는 영상이 비치고, 천장에서 은색가루가 내려 무대를 설원으로 바꿨다. 세번째 곡은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염원 안고…비둘기야 비둘기야 더 높이 날아라”라는 가사의 북한곡 ‘평화의 노래’였다.

북측 사회자는 “이렇게 만나니 헤어졌던 부모 형제들과 상봉한 것처럼 감격스럽다”며 “여러분들에게 따뜻한 축하와 뜨거운 동포애적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전자악기 4중주단의 경쾌한 반주를 곁들인 ‘내 나라 제일로 좋아’ 이후로는 남측 대중가요들이 분위기를 달궜다.

북측 예술단은 여성 2중창으로 이선희의 ‘J에게’를 부른 뒤 왁스의 ‘여정’을 독창으로 노래했다.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송대관의 ‘해뜰날’,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까지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무대는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로 꾸며졌다.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가 연이어 울려퍼졌다. “안녕히 계십시오. 다시 만납시다!”라는 사회자의 목소리 뒤로 일부 단원은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812명의 관객은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무료로 배부된 공연표 560장은 추첨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정계와 문화계 인사들과 함께 사회적 약자와 실향민, 이산가족 등 정부초청 관객 252명도 함께했다. 공연이 끝난 후 북측 단원들은 앞으로 나온 관객들과 악수하기도 했다.

공연을 지켜본 정지혜씨(29)는 “자리에 앉은 어르신들이 목을 길게 빼고 공연을 보시는데 분단의 아픔을 느끼신 분들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연주도 노래도 잘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앞두고 곳곳에선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남측과 북측은 선곡을 두고 공연 전까지 협의를 거듭했다.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포함할지에 이견이 있었지만 ‘모란봉’은 공연에서 빠졌다. 공연장 입구에선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측 예술단을 환영하는 시민들과 태극기·성조기를 들고 북한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대치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인공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공연단은 오는 11일 오후 7시 국립극장에서 두번째 공연을 한 뒤 북측으로 돌아간다.

<유정인·강릉 | 정대연·이삭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