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김호철 감독 "대표팀이 내 배구 인생 마지막, 봉사와 희망"

이형석 2018. 2. 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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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형석]
"한국 남자배구는 '희망이 없다'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남자배구 초대 전임사령탑에 선임된 김호철(63) 감독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7일 대표팀전임감독선발인사위원회를 열고 남녀 초대 전임감독에 김호철·차해원 전 국가대표 감독을 뽑았다.

현역 시절 명 세터로 이름을 떨친 김호철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명장'이다. 2005년 현대캐피탈 감독을 맡아 2005~06, 2006~07시즌 V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2012~13시즌 러시앤캐시 감독을 거쳐 2013~14시즌에 현대캐피탈을 맡았다. 대표팀에서는 2006년에는 감독으로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9년에도 잠시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감독 공모를 통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엔 남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고 국제대회에서 선전했다.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서 2그룹 잔류에 성공했고, 제19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선 3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자배구가 월드리그(5승 4패·12개 팀 중 6위)에서 승률 5할 이상을 달성한 건 1995년 이후 처음이다. '김호철호'는 주전 선수가 많이 빠진 가운데 새 얼굴을 발견하고, 성적까지 냈다.

대표팀 사령탑 발표 직후 김호철 감독과 연락이 닿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준비된 감독'이라는 느낌이 와닿았다. 수화기 너머를 통해 그가 생각하고 있는 한국 남자배구의 청사진, 그리고 강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그는 배구 인생의 종착지로 여기는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하며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국가대표 감독에 선임된 소감은. "한국 배구가 전임제를 시작하면서 영광스럽게 첫 번째 사령탑에 선임돼 굉장히 기쁘다.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책임감과 걱정이 앞선다. 믿고 맡겨주신 분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 내 능력껏 선수, 코칭스태프와 함께 '원팀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다. 아울러 배구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예전부터 대표팀에 전임감독제 도입의 필요성을 밝혔는데. "여태껏 대표팀 감독은 단임제였다. 감독이 가진 청사진을 구현하는게 쉽지 않았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조기 발굴해 성인 대표팀까지 이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전임감독제는 선수 육성이 가능한 만큼 도입을 반긴다. 남자 배구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고, 더 중요하다. 선수들을 조기에 많이 발굴해 관리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지난해엔 성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어 장래성 있는 고교, 대학 선수를 선발하는데 소홀했다. 이제는 과감하게 선수들을 선발해 경기의 중요도에 따라 기회와 경험을 줄 계획이다."

-지난해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얻은 성과라면. "프로 선수들이 정규시즌 종료 후 많이 고단했을텐데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다. 또 누구든지 잘하면 경기에 뛰고, 못하면 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대표팀에서는 모두 중요한 선수다. 선수들을 요소요소에 기용했다. '나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반면에 보완점도 느꼈을텐데. "아시아 대회에선 한국 배구의 기본틀을 놓치지 않고 팀워크를 유지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선 높이와 파워, 스피드를 겸한 경기를 해야 한다. 서브도 좀 더 강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특히 남자 배구 서브 리시브를 많이 걱정한다. 리시브 강화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리시브가 잘 안 되더라도 '어떻게 공을 처리할까'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연습해야 한다. 외국에서 하는 훈련법도 배우고,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도록 분석을 열심히 하겠다."
-프로팀 우승 경력이 있는 몇 안 되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이번 대표팀 사령탑은 겸직을 금지하는데, 프로팀 사령탑에 욕심은 없었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사실 프로 감독으로 배구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그런데 2~3년 프로 무대를 떠나있는 동안 제자들이 사령탑을 맡고, 나이 차가 많은 후배들이 감독에 올랐다. '과연 내가 프로 사령탑을 다시 맡는다면 잘할 수 있을까'라고 싶었다. 이제는 후배들이 좀 더 활발하게 (프로 감독을) 하는게 좋겠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대표팀에 봉사하고 내 배구 인생을 접어야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지금을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수 선발이 중요할텐데. "프로팀 감독과 많이 의논해야 한다. 현역 감독도 대표팀에 양보하고 싶겠지만 팀 사정상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협회, 한국배구연맹과도 많이 논의해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올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구단 입장에서도 '대표팀에 다녀온 뒤 우리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어 돌아왔구나'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또 그런 생각을 가질수 있도록 내가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더 부담감을 느낀다."

-프로 감독과 대표팀 감독은 어떻게 다른가. "현대캐피탈 시절 '호통 감독'으로 통한 적 있지만 그때는 팀 사정상 잠시 그랬을 뿐 실제 연습 때는 부드럽다(웃음). 대표팀은 각 팀 에이스가 모여있다. 프로에 기본기도 많이 연습하지만, 대표팀에선 특별히 가르치기 보단 팀 워크와 선수단 관리에 좀 더 집중이 필요하다. 또 예전보다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과 애국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지도와 교육을 통해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 같다."

-남자 배구는 최근까지도 국제무대에서 고전했다. 아시안게임, 도쿄올림픽에서 목표는. "전임감독제가 도입됐다. 선수들을 키워 앞으로 몇 년 후에 좋은 팀을 만드는게 첫 번째 임무로 여겨진다. 한국 배구가 그 목표에 다가설 수 있게 주춧돌을 마련하는게 내 역할이 아닌가 싶다. 유소년, 청소년 대표 등 아마추어 선수의 기량도 확인하고, 조언하고 싶다. 당장 아시안게임과 월드리그에서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 배구가 세계 무대에서 보다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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