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광의 일본통신]정치에 자리를 빼앗긴 평창올림픽

위원석 2018. 2. 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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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수단 원길우 단장(체육성부상)과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이 1일 강원도 원산 갈마국제공항에서 양양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전세기에 오르고 있다./양양=사진공동취재단

[도쿄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에서도 최근 평창올림픽에 관한 뉴스가 급격히 늘어났다. 각 방송국도 올림픽 중계 메인 캐스터에 거물급 스타들을 대거 기용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니혼TV는 아이돌 그룹 ARASHI의 사쿠라이 쇼, TBS는 SMAP 멤버였던 나카이 마사히로를 메인 캐스터로 투입해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이 평창 올림픽에서 목표로 삼은 것은 바로 ‘소치 올림픽을 능가하는 메달 수’다. 일본 올림픽위원회 선수강화본부장 야마시타 야스히로는 “소치 올림픽 때는 금 1, 은 4, 동 3개로 총 8개의 메달을 땄으니 평창올림픽에서는 ‘복수의 금메달을 포함한 총 9개’의 메달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달 획득을 위한 계산도 해둔 상태다. 우선 남자 피겨스케이팅은 하뉴 유즈루가 소치에 이은 2회 연속 금메달 기대주이고 이번에 일본선수단 주장으로 임명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고다이라 나오는 500m와 1000m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스키 남자 프리스타일 모굴의 호리시마 이쿠마, 노르딕 복합의 와타나베 아키토, 남자 스키점프 단체팀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스키점프의 타카하시 사라도 메달이 기대되는 유망주다. 이렇게 선수층이 탄탄하기 때문인지 미디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평창올림픽이 일본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의 대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런 일본 선수들에 대한 뉴스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개최지인 평창에 대한 걱정이다. 개막식에서 우려되는 강추위, 서울에서 평창까지의 이동수단, 숙박시설의 바가지요금, 주춤한 티켓판매량 등 한국에서도 지적되고 있는 평창 올림픽의 불안요소가 빠짐없이 일본에도 전달되고 있다. 또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결정된 이후로는 북한예술단의 설명이나 ‘미녀군단’이라 불리는 북한응원단 등을 TV에서 크게 다루고 있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 관해서는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이나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 특히 2030세대가 반발하고 있는 점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스포츠를 무시한 정치개입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질 것’이라며 정치문제로 연결짓는 경우도 많다.

스포츠 축제이여야 할 올림픽이 북한이나 문재인 정권의 ‘정치쇼’라는 관점에서 다뤄지는 상황이다. 그만큼 남북 정치문제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한국 스포츠 관계자들이 정치가 주도하는 현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일본 스포츠 관계자들 또한 분노를 억누르면서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며칠 전에 만난 대형 스포츠 마케팅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한탄했다. “스포츠 해설자에게 들어오는 취재와 TV출연 요청을 보면 대회의 볼거리나 경기 혹은 선수들의 매력이 아닌 우려사항이나 북한 참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선수들이 화제가 되기는 커녕 경기와는 무관한 정치적 부분만 부각되고 있죠. 평창 올림픽이 정치에 점령당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정치가 올림픽을 강탈한거예요. 4년에 한 번 뿐인 올림픽을 위해 노력해온 선수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확실히 그렇다. 일본에서 보면 평창 올림픽은 정치에게 빼앗긴 것처럼 비쳐진다. 개회식을 연출하는 송승환 총감독의 노력보다 북한예술단을 인솔하는 현송월 단장이 더 크게 다뤄지고 개최국인 한국선수보다 북한의 피겨 남녀페어,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카메라가 향해있는 상황을 보면 개최국이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환영하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특별 취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은 문화, 예술, 응원 수준을 겨루는 장이 아니라 스포츠의 축제다. 스포츠의 룰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마땅하다. 남북 화합의 분위기도 좋지만 남북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눈부시게 빛날 수 있는 평창 올림픽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번역: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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