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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풍비박산.. 팀추월 하기 싫단 마음까지 든다"

장민석 기자 2018. 1.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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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D-13]
빙상계 파벌·갈등론에 입 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대들보' 이승훈
"지금껏 한체대서 개인적으로 훈련, 효과가 좋았기에 계속해 온 것
이를 두고 특혜라 하는 건 안맞아.. 팀추월, 10여년 공들인 종목인데
이런 분위기서 제대로 경기될까요"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선수인 이승훈이 지난 2016년 2월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그는 최근 특정 대학을 나온 올림픽 메달 후보들과 나머지 대표 선수들이 불화를 겪고, 훈련도 따로 한다는 논란에 대해 “사실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평창올림픽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파벌론·갈등론이 번지며 빙상계가 시끄럽다.

지난 23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노선영(29)이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행이 불발됐다는 소식에 팬들은 분노했다. 노선영은 26일 ISU(국제빙상연맹)의 추가 쿼터 배분 방침에 평창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지만, 후폭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승훈·정재원·김보름 3명이 평소 태릉이 아닌 한국체대에서 따로 훈련하면서 제대로 된 팀추월 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내 파벌 문제로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평창올림픽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이승훈·정재원·김민석으로, 여자는 노선영·김보름·박지우로 구성돼 있다.

"대표팀 분위기요?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최근 논란에 대해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최고 스타 이승훈(30)이 입을 열었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남자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딴 데 이어 소치올림픽에선 팀추월 은메달을 걸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대 최다 메달의 주인공이 된 선수다. 평창에선 신설 종목인 매스스타트를 포함해 팀추월과 1만m 등 다섯 종목의 출전권을 확보해 놓고 있다.

한국 빙속의 대들보인 그는 본지 통화에서 "팀추월을 하기 싫다는 마음까지 든다"고 털어놓았다. "팀추월은 제가 10년 가까이 공을 들이며 열심히 해왔던 종목입니다. 근데 이렇게 갈라진 분위기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면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승훈은 "현재 팀추월 종목에 관한 왜곡된 기사와 정보가 너무 많다"며 "선수들의 사기도 크게 꺾였다"고 했다.

팀추월은 3명씩으로 구성된 두 팀이 링크(한 바퀴 400m)의 양쪽 중앙에서 동시에 출발해 남자는 8바퀴, 여자는 6바퀴를 돈다. 각 팀 가장 느린 주자의 기록이 팀 기록이 되기 때문에 3명은 조직적으로 한 몸처럼 경기해야 한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올림픽 이전부터 지금까지 한국체대에서 개인적으로 따로 훈련을 해왔다.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한체대 출신이어서) 특혜를 받는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만 해도 (내가 앞장서서)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팀추월 훈련을 별도로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대표선수 중에도 컨디션 조절 등을 이유로 훈련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선수가 있어 손발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소치올림픽 팀추월 결승에서 선수들이 한 바퀴씩 교대로 앞으로 나가 레이스를 펼친 네덜란드와 달리 8바퀴 중에서 중반 4바퀴를 혼자 맨 앞에서 끌고 갔다. 맨 앞에서 달리면 공기 저항을 그대로 받아 그만큼 힘이 든다. 30% 이상 더 힘을 써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이를 '에이스'의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이승훈은 평창에서도 8바퀴 중 3~4바퀴를 맨 앞에서 책임질 예정이다. 그는 요즘 빙판에서만 4시간을 보내는 것도 모자라 지상 훈련까지 매일 7시간의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기다리며 마음은 설렜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신이 나지 않습니다. 빙상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저희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에만 집중할 순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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