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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통신30]정현의 '큰절'과 '보고 있나'의 의미는?

박준용 2018. 1. 23.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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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승리 세리머니에는 그동안 자신을 뒷바라지 해 준 부모님과 코칭 스태프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다. 사진= (호주)박준용 기자
[테니스코리아= (호주)전채항 객원기자]한국 테니스 역사상 첫 그랜드슬램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정현의 16강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테니스 팬이라면 두 가지 부분에서 놀랐을 것이다.
바로 경기 직후 올린 큰절과 코트에서 떠나기 전 카메라 렌즈에 적은 한글 글귀다.
이 두 가지가 담은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정현이 전하고자 했던 숨겨진 뜻이 있었기에 그 의미 또한 깊게 다가올 수 있었다,
먼저 큰절은 단순한 승리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테니스 경기에서 승자가 관중 또는 코치진을 행해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단순한 목례부터 주먹을 불끈 쥔 만세 포즈, 독특한 댄스 세리머니까지 선수의 성격을 반영한 세레모니는 그야말로 각양 각색이다.
정현 역시 매 경기 승리 후 두 팔을 벌려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승리를 만끽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곤 했는데 이번 호주오픈 16강 승리 후에는 자신의 플레이어스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정현이 설명한 큰절의 의미에 대해 모든 기자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정현은 "가족, 스폰서, 매니저, 코치를 포함한 모든 분을 위한 인사였다. 내가 가족 중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모든 가족이 희생하지만 성격상 그동안 고맙다고 표현하지 못했다. 투어 생활을 하며 오늘처럼 멋진 경기장에서 멋진 승리를 하면 '절을 한번 드려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마침내 그 기회가 왔고 그래서 자연스레 절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자신을 위해 묵묵히 고생하는 이들을 향한 보답의 의미였음을 밝혔다.
그 동안 자신을 위해 십 수년간 묵묵히 그늘에서 뒷바라지해준 부모님, 함께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동생을 위해 호주까지 달려와 일일 코치를 해준 형 정홍(현대해상), 한층 더 성장하는 데 일조해 준 네빌 고드윈(남아공) 코치와 손승리 코치 등을 향해 다가가 그 앞에서 큰절을 올린 정현. 우리 문화의 전통을 살린 큰절과 그에 담긴 따뜻한 의미 덕분에 진중하기로 유명한 정현이 더더욱 어른스러운 선수로 각인되는 방점이 되었다.
한편, 퇴장 직전 정현이 카메라에 적은 글귀도 화제다.
통상적으로 승리자는 경기 후 온 코트 인터뷰에 이어 퇴장 직전 TV 카메라 렌즈에 사인한다. 카메라에 적는 방향이 시청자와 다르기 때문에 보통 좌우가 바뀌어 읽기 쉽지 않은 편인데 대부분 간단한 사인을 하거나 가끔 짧은 멘트를 적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정현은 한국어로 의문의 멘트를 적어 많은 이의 궁금함을 유발했다.
방송에는 '보고 있나?'라는 글귀만 보여 여러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으나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사연은 마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애절한 노래와도 같았다.
"방송에서는 '보고 있나?'만 나왔는데 사실 '캡틴 보고 있나?' 라고 적은 것이고 캡틴을 너무 위에 적어서 화면에 안 잡힌 것 같다. 이렇게 적은 이유는 전 소속팀이었던 삼성증권 테니스단 김일순 감독님과의 약속이었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갑자기 팀이 해단됐고, 해단 당시 팀원들끼리 다짐하기를 팀에 있던 선수 중 누군가가 잘되면 당시 마음고생이 가장 심하셨던 감독님께 이러한 이벤트를 해드리기로 선수들끼리 약속했었다. 그리고 오늘 그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삼성증권 테니스단은 과거 이형택, 박성희, 조윤정, 윤용일, 임규태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배출했으나 지난 2015년 해단했고 정현의 지원에만 집중하기로 한 후 지금까지 정현의 후원을 맡고 있다.
정현이 전달한 메시지의 주인공 김일순 감독은 전 여자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현재 아카데미에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 여자 테니스의 에이스 장수정(사랑모아병원)도 김일순 감독의 제자이기도 하다.
정현의 기념비적인 그랜드슬램 8강이라는 기념비적인 성과와 함께 전 국민이 목격한 큰절과 카메라에 적힌 한글의 의미. 그의 겸손함이 있었기에 결국 그랜드슬램 8강 진출이라는 큰 성과도 이룰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정현의 세리머니와 그 안에 숨겨진 따뜻한 의미 덕분에 그의 한국 선수 최초 그랜드슬램 8강은 더욱 값져 보인다.
글= (호주)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호주)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JTBC Sport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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