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의 빌드업6] 호날두의 올시즌 부진, 그리고 두 골

조회수 2018. 1. 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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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 레알마드리드 7-1 데포르티보 경기 리뷰 및 호날두 분석

최근 리그에서 3경기째 승리가 없던 레알 마드리드가 홈에서 데포르티보를 만나 7-1 대승을 거두었다. 나초-베일-호날두(이상 2골)-모드리치가 모두 기막힌 골들을 터트리며 지난 경기 극적인 분위기를 드디어 리그에서, 베르나베우에서 폭발시켰다. (코파 델 레이 레가네스 원정에서 89분 결승골 승리)

경기 시작 직후부터 마드리드의 전술적 지향점은 매우 뚜렷했는데, 필요 이상의 숏패스 연계플레이를 제한하고 측면 크로스 플레이에 과감히 집중했다. 전반 10분이 채 넘어가기 전 벌써 10개의 크로스를 박스 안으로 배달했을 만큼 과감했던 이 선택과 집중은;

a. 베일이 돌아오며 힘과 높이, 강력한 킥 개인능력이 보강된 공격진의 이점을 살리고

b. 초반부터 시험해 볼 필요가 있는 상대 중앙수비 조직 (주전 부상공백, 센터백 오네 라리가 데뷔전)에 빠르게 접근했으며

c. 높게 올린 라인과 압박으로 상대가 막아낸 크로스의 세컨볼 싸움에 집중, 다시 측면 전개 반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위쪽에서 볼을 잡는 시간을 늘리고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밀집수비를 세밀하게 열어보기 보다는 열릴 때까지 강하게 두드려본다는 인상이었다. 드로잉 상황에서 수비 실수로 실점을 허락한 이후에도 같은 전술을 템포를 높여 밀고 나갔으며 결국 전반전 두골에 이은 후반전 5골, 총 7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올시즌 호날두의 부진. 그리고 두 골

리그 14경기에서 단 4골(경기전 기준)을 뽑아든 호날두는 마드리드 커리어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지만, 신체적인 능력이 크게 하락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예전에 비해 드리블 시도·성공 횟수가 확연히 줄었지만 이는 최고 레벨의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최대한 오래 머무르기 위한 전략적인 플레이스타일 변화이며 올 시즌 서전트 점프나 전력질주 상황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호날두의 장점을 살려주고 호날두의 스타일을 위해 뛰어줄 수 있는 동료들의 이적·컨디션 난조가 있었지만 (벤제마-하메스-모라타 등) 호날두의 찬스 자체가 크게 준 것은 아니다. 올 시즌 호날두의 경기당 슛은 6.7개로 이전 시즌들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개인적으로 향후 아센시오의 성장과 더불어 호날두의 팀 내 역할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언급한 선수들과 다르게 호날두와 역할이 겹치는 부분이 있고 상생도 물론 가능하지만 대체자로서의 모습이 있다.)

인터뷰 중 동료 선수들에 대한 멘트, 지속되는 세금문제, 골 셀레브레이션 불화설 등 올시즌도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역시 심리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보기는 어렵다. 호날두의 올시즌 경기당 키패스는 1.6개로 더 많아졌고, 경기당 볼컨트롤 미스 역시 1.5개에 불과, 공격수의 특성상 많지 않다 (메시 1.7개). 거기다 원래 저런 가십들은 입과 입을 거치면서 과장되기 마련이며 호날두에게 엄청난 관심과 부담이 없었던 프로시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슛/골 전환율

예전부터 그랬지만 유로2016 이후 호날두는 더더욱 득점에 집중하고 있다. 호날두의 최근 3경기 데이터에 관한 전문분석업체 팀트웰브의 자료를 보자.

최근 3경기 데이터 (팀트웰브 분석)
최근 3경기 자료 (팀트웰브 분석)


주로 제한된 공격지역에 머무르며 대부분의 패스가 박스 근처 바깥에서, 그리고 박스 안에서는 대부분의 공격찬스가 슛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3경기 자료 (팀트웰브 분석)

이제 슛과 슛을 위한 오프더볼 움직임을 떼놓고는 호날두를 이야기 할수 없다. 앞서 올시즌 경기당 찬스횟수와 기타 세부 지표들이 지난 시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유독 한 가지 통계에서, 그것도 호날두에게 가장 중요한 딱 그 한 가지 통계에서 예년과 그 차이가 극심하다. 바로 전환률(전체 슛 횟수 대비 득점 횟수, 슛 정확도)이다.

올시즌 호날두는 리그에서 100개의 슛을 때렸고 6골을 뽑아냈다. 한 골당 17개의 슛이 필요했다(오늘 경기 이전에는 1골당 슛 23.5개). 작년까지 마드리드에서의 8시즌 동안 호날두의 평균 유효슛 확률은 무려 42%! 때리면 절반 가까이 골문으로 향했던 이 수치가 올시즌은 34.3%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것은 호날두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이타적인 플레이로 전환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라는 점과 포지션별 더 뛰어난 선수의 개인기량 상대우위에 다소 의존하는 현 지단감독의 전술과 맞물려 팀 순위의 하락과도 궤를 같이 했다 (지단감독에 대한 비판이 아님을 밝힌다. 팀 상황에 어울리는 처방일 뿐더러 슈퍼스타가 즐비한 마드리드의 성배에 지단만큼 잘 어울리는 감독도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자신 있던 플레이에서 침체를 겪을 때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보통 두가지다. 경쟁을 붙여 동기부여와 폼을 끌어올리거나, 시간과 믿음으로 기다리거나.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움직임과 인터뷰, 선발명단 등을 봤을 때 지단 감독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홈경기 부진은 용인될 수 없는 시점에서, 호날두의 멀티골이 터진 것이다. 물론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공격수에게 골이 주는 마법과도 같은 효과를 생각해 볼 때, 좋은 타이밍에 기폭제가 될 수 있는 결과를 만든 것 만큼은 틀림없다.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지만 올시즌 끝에는 결국 또 한 번의 30+골 시즌을 보낼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드디어 리그에서 멀티골을 터트린 호날두의 남은 시즌 대 반격을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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