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4강 앞둔 김봉길호, 처음부터 '봉우리세대'도 없다

임성일 기자 입력 2018. 1. 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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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우즈벡과 준결승.. 결과물로 평가-분위기 반전시켜야
현재 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은 소위 '골짜기 세대'라 평가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봉우리 세대'도 없었다. 성과를 내면 그들이 주인공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도자 커리어 처음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봉길 감독이나, 대회를 앞두고 변변한 조명조차 받지 못한 채 중국으로 떠났던 선수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일이다.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 새롭게 팀을 꾸려 출전한 첫 국제대회에서 4강까지 진출했는데 반응은 냉랭하다.

'골짜기 세대'라는 혹평 속에서 시작한 여정임을 감안할 때 4강 진출이라면 나름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통 시원하지 않은 경기 내용 탓에 차가운 시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그래도 결승까지 진출한다면, 나아가 정상에 오른다면 더 이상 실패라 말하기 어렵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세간의 평가와 안팎의 분위기를 바꿔 놓아야한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이 23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중국 장쑤 쿤샨스포츠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2년 전인 2016년 1월에도 이 대회 결승에 오른 바 있다. 당시에는 신태용 감독이 팀을 이끌었고,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에게 2-3으로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요컨대 1경기만 더 승리한다면 이전 대표팀이 같은 무대에서 이룬 성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비록 그때처럼 리우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 있는 대회가 아니라 임팩트는 덜할 수 있으나 어쨌든 마지막 무대까지 오른 팀의 결과를 평가절하 하긴 힘들다. 게다 지금 선수들이 '미운 오리' 느낌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더 박수쳐줄 결과다.

이번 U-23 대표팀은 소위 '골짜기 세대' '낀 세대'로 불린다. 2년 전 리우 멤버에는 권창훈, 문창진, 류승우, 이찬동, 이창민 등 현재 프로와 A대표팀에서 맹활약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이승우, 백승호로 대표되는 두 살 아래 동생들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 참가한 멤버들이다. 그들과 비교해 현재 김봉길호 멤버들은 화려함이 덜했던 자원들이다.

심지어 그 나이 때 경험해볼 수 있는 연령별 메이저대회 출전 기회도 놓쳤다. 이 연령대 선수들은 2014년 10월 미얀마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에서 조별예선 3경기 만에 대회를 마감하면서 2015년 U-20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고, 안팎에서 다소 암울한 세대라는 쓴 소리가 쏟아졌다.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은 '그때와는 다르다'고 이를 악물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U-23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김봉길 감독 역시 "많은 이들이 골짜기 세대라 평가하는데, 그들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 선수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자신을 위해서도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김봉길 감독 역시 자신의 향후 행보를 위해 이 고비를 넘어야한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선수들만큼 김봉길 감독 역시 싸늘한 시선에서 출발했던 게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가 김봉길 감독을 택할 때 "전남드래곤즈 코치와 인천유나이티드 감독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부평고, 백암종고)와 대학교(초당대) 선수들을 지도했던 이력도 높이 샀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선임배경을 밝혔으나 일반적인 팬들은 명성과 인지도를 내세워 "아시안게임을 맡기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대 목소리를 제기했다.

결국 김봉길 감독에게나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까지 힘을 받고 나갈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디딤돌 같은 무대였다. 4강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으나 아직 김봉길호는 따뜻한 바람을 등에 얻지 못하고 있다.

단 한 번의 반전도 없이 대회를 마친다면 4강이라는 성적도 퇴색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23일 우즈벡을 꺾고 최종무대에 오른다면 여론이 바뀔 여지가 있다. 대회 우승은 그 다음 문제다. 지금은 우즈벡과의 준결승이 곧 결승이다. 처음부터 '봉우리세대'는 없었다. 성과를 내면 그들이 주인공이다. 골짜기에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 먼저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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