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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 맨시티가 패배를 극복하는 방법

조회수 2018. 1. 21. 07: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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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PL 24R 맨시티 v 뉴캐슬 매치 리뷰

맨체스터시티가 안필드 전투에서 패한 지 6일이 지났다. 지친 몸을 회복하기에 비교적 충분한 시간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회복이었다. 

"지난 리버풀 전 패배 후 6일 동안 맨시티는 과연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오늘 맨시티와 뉴캐슬의 경기 중계를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과르디올라는 팀을 리버풀 전 패배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시켰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35번의 공식전에서 단 두차례 패했다. 여유가 있었던 UEFA 챔피언스리그 샤흐타르 전과 바로 지난 주 리버풀 전이다. 안필드에서의 결과는 맨시티의 리그 기록에 남아있던 유일한 숫자 '0'을 '1'로 바꿔버렸다. 사실 리버풀 전은 맨시티에게 결과 이상의 데미지를 줄 가능성이 있었다. 11월 말부터 맨시티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하 현상이 느껴졌고, 맨시티를 상대하는 팀들 또한 보다 구체적인 준비로 경기에 임하며 맨시티에 맞섰다. 그동안 맨시티는 리그에서 패하지 않았지만 분명 마음속에는 언젠가 자신들도 멈출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팀이 좋은 흐름을 타다보면 그럴 때가 있다. 아무리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질 것 같지 않고, 상대의 수비 블록이 매우 견고하더라도 꼭 하나 들어가서 이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패배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 "질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지만 보통 진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두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무패를 달리는 팀에 한 차례 제동이 걸리면 그간 무패에 가려 있던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한 차례 패배가 오히려 후련함이 되어 부담을 덜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진짜 문제의 시작이 될수 도 있든 것이다. 


이틀의 완전한 휴식, 훈련장 분위기 '맑음'


# 패배 이후의 상황을 준비했던 펩

22라운드까지 맨시티는 20승 2무를 기록하고 있었다. UEFA 챔스 조별리그를 병행했고 악명 높은 박싱데이도 통과했다. 리그의 반환점을 돌아 전 구단을 한번씩 상대했지만 맨시티는 그 누구에도 승점 3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미디어를 통해 자주 나왔고 사람들은 과거 아스널의 무패 우승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에 대해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11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건 (무패 우승)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우리도 물론 지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우리가 내려갈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내 자신을 테스트해 볼 것이고 선수들이 어떻게 대응하는 지 볼 것이다."

리버풀 전 이후, 나는 가장 먼저 과르디올라의 이 인터뷰를 떠올렸다. 아스널이 대기록을 만든 14년 전에 비해 축구가 많이 달라졌기에 맨시티가 무패로 리그를 마칠 확률은 적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맨시티가 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과르디올라의 인터뷰처럼 그 대응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의 대응은 휴식부터 시작했다. 리버풀 전을 마치고 맨시티 선수단은 이틀 동안 완전한 휴식을 취했다. 훈련도, 미팅도, 외부행사도 없는 완벽한 휴식이었다. 선수들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축구에서 벗어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틀의 휴식 후 뉴캐슬 전을 대비해 진행된 첫 훈련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평온해보였다고 한다. 무패 기록이 깨진 것에 대한 초조함도, 뉴캐슬을 박살내어 분위기를 반전하겠다는 조급함도 없었다.

감독의 감정은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감독이 불안함을 느끼면 선수들 역시 불안함을 느낀다. 축구팀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감독의 경기는 절대로  90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경기에서 졌는데, 그래서 무패 기록도 깨졌는데 당연히 후련함보다는 화가 앞서지 않을까?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신을 테스트 했고, 선수들에게 이틀 간의 휴식을 주어 그들의 대응을 관찰했다. 

과르디올라는 11월, 자신이 했던 인터뷰를 그대로 실행했다. 아무래도 그는 무패의 상황에서도 패배 이후에 대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던 것 같다.

v 뉴캐슬, 맨시티의 패스맵 - 완벽한 포지셔닝과 선수들의 역할 구분
뉴캐슬의 패스맵 - 사네의 반복적인 침투에 만퀴요는 전혀 전진하지 못했다.


# 맨시티의 특별함

자신의 리그 200번째 경기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한 아구에로의 활약으로  맨시티가 3-1 로 뉴캐슬에 승리했다. 최근 4경기 무패의 준수한 흐름을 유지하던 뉴캐슬은 3주 전, 시즌 첫 맞대결 때 효과를 본 5-4-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세 명의 중앙 수비를 기용하며 깊게 내려섰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맨시티에게는 익숙한 경기 리듬이였고, 이 방법으로 맨시티에게 승점 3점을 따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임이 앞선 경기들을 통해 이미 증명되었다. 

실바가 가장 잘 하는 것. 측면에서 연결된 공을 원터치로 전진 패스. 수비 블록을 허무는 가장 중요한 패턴이다.

맨시티의 이번 시즌 평균 공 점유율은 73%다. 맨시티를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은 뉴캐슬처럼 내려서거나 혹은 내려 갈수 밖에 없는 형태를 취한다. 그들 모두 이론적으로 선수비-후역습을 준비하지만 좀처럼 현실에서 잘 표현하기 어렵다. 반면 이번 시즌 맨시티는 지공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론적인 공격 루트를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현실화 해낸다. 인내심을 갖고, 집요하며, 과감하고, 정확하게 상대 수비 블록을 단계별로 무너뜨린다. 다비드 실바의 선발 복귀는 공격의 완성도를 더욱 향상시켰다. 측면에서 연결된 공을 원 터치를 통해 전방 키패스로 연결하는 능력은 다비드 실바만의 특별함이다. 이 패스 하나로 견고한 수비 블록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하프라인 근처에서 동료들과 앞뒤로 주고 받는 패스는 상대 미드필더들의 압박 타이밍을 무력화 시키는 효과를 낸다. 귄도안이 그동안 어느정도 역할을 해냈지만 현재 실바를 대체할 선수는 없다. 파트너인 데브라이너 역시 실바와 함께 할 때 보다 편안해 보였다. 

사네의 직선적인 침투는 상대 윙백을 내려서게 했고, 동시에 미드필더들에게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제공했다.

스털링과 사네, 두 측면 유닛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측면 유닛들의 직선적인 침투는 수비수들에게 늘 부담이 된다. 특히 오늘 뉴캐슬 같이 백스리를 사용하는 팀을 상대하는 경우, 스털링과 사네가 내려 앉은 상대 윙백과 센터백 사이로 침투하면 상대 윙백은 더욱 수비적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렇게되면 중원에 있는 데브라이너, 실바, 페르난지뉴에게 시간적, 공간적인 여유가 생긴다. 오타멘디까지 종종 나가지 않는가? 

오늘 경기 가장 완성도 높았던 맨시티의 공격 전개. 시작은 진첸코의 원터치 중앙 투입이었다.

진첸코 역시 언급해야 한다. 델프의 부상으로 진첸코가 기회를 잡았다. 리그 선발은 오늘이 처음이였는데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진첸코의 뉴트럴 포지션은 미드필더이나 측면도 위아래 모두 가능하다. 빌드업과 상황별 포지셔닝에 장점을 보였지만 그의 수비 능력을 오늘 경기만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기초 빌드업 때 풀백들에게 요구하는 포지셔닝에 대한 이해도는 꽤 높은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중앙으로 동선을 이동하였고, 페르난지뉴 반 칸 위에서 공을 받기 가장 좋은 45도 각도에 위치한 모습이 몇 차례 눈에 띄었다. 

물론 불안요소도 있다. 오늘 뉴캐슬 머피에게 실점한 장면처럼 한 번의 조급한 볼 투입으로 공의 소유권을 넘겨주어 역습에 의해 실점하는 상황도 있고, 기본 능력은 매우 우수하지만 양파 같은 매력이 있는 에데르송의 한 방이 예상하지 못할 흐름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개선해야 할 점은 코너킥이다. 맨시티는 오늘 총 18개의 코너킥을 연결했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한번도 만들지 못했다.


# 맨시티를 꺾으려면?

오늘 경기에서 맨시티의 전체적인 포지셔닝은 훌륭했다. 공격 형태가 좋다보니 자연스럽게 수비 형태도 좋다. 그렇기 때문에 공을 빼앗겨도 빠르게 되찾아와 다시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 이번 시즌 맨시티에게 맞불을 놓은 팀은 토트넘과 리버풀이 유일하다. 두 팀은 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고 전방 압박을 자주 시도하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시도했다. 당시 팀 컨디션이 좋지 않고 전략적 선택의 폭까지 좁았던 토트넘은 압박 완성도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완패 했지만, 리버풀은 엄청난 수준의 압박과 라인 컨트롤을 통해 맨시티를 꺾었다.

그렇다면 이제 맨시티를 꺾는 방법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완성도의 차이는 있지만 리버풀과 토트넘이 그 힌트를 제공했다. 전방 압박과 라인 컨트롤을 그날의 리버풀 수준으로 하면 이길 것이고, 토트넘처럼 어설프게 하면 처절하게 대량 실점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리그 내에서 그날, 안필드에서 리버풀이 보여준 것처럼 할 수 있는 팀이 또 있을까? 아! 범위를 확대해서 현재 그날의 리버풀처럼 할 수 있는 팀이 유럽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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