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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슈틸리케 | ① "축구협회, 주관이 없다"

류청 기자 입력 2018.01.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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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카디스(스페인)] 류청 기자=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대표팀 감독(현 텐진테다)은 역사상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았지만, 역대 감독 중에 가장 큰 물음표를 남기고 떠난 이다. 그가 비난에 휩싸이면서부터 기자회견 시간은 짧아졌고, 계약해지 후에는 말없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실패했다고 평가 받는 이에게서도 들을 게 있다. 슈틸리케 시각이 옳다는 게 아니다. 2년 9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을 맡으며 한국 축구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하는 말은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다. 게다가 한국 축구는 여전히 위기를 떨치지 못했다. 슈틸리케의 실패도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스페인 남부에 있는 카디스로 슈틸리케를 만나러 간 이유다. 그의 재임 시절에 던지지 못한 질문이 많았다. 대한축구협회의 지원, 대표팀 운영 방식, 선수 선발, K리그 평가절하 그리고 계약해지 후에 혼자 가방을 사러 나갔다가 사진 찍힌 일까지. 묵직한 질문을 들고 그의 대답에서 엇박자가 났던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찾으려 했다.

슈틸리케는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텐진테다 이야기 할 때는 차분한 어조를 유지하다가 한국 축구 이야기를 시작하며 말이 빨라졌다. 그는 축구협회가 감독을 자주 바꾸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라고 했고, 자신을 경질한 이유가 "주관 없이 언론과 여론(인터넷)에 너무 휘둘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계약해지 이후 홀로 가방을 사러 나간 일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없다. 감독 재임 중이라도 개인적인 일은 개인이 하는 게 맞다"라며 축구협회 홀대론에는 선을 그었다.

이제 슈틸리케가 한 말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그와 한 인터뷰를 두 편에 걸쳐 싣는다. 첫 편은 대한축구협회(이하 에 관한 이야기, 두 번째 편은 대표팀 운영에 관한 것이다.

#슈틸리케가 말하는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오래 재임한 대표팀 감독이다

KFA 기준으로 보면 매우 긴 기간이다. 이런 경향은 정상이 아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9회 연속 진출한 팀이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감독을 교체했나?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정상인가?

독일은 지난 30년 동안 감독이 5~6명 정도였다. 한국은 같은 기간에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이 25명 정도(편집자 주: 20명- 임시감독 제외)로 알고 있다. 이건 일반적이지 않다. 팀을 잘 운영하려면 조직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얼마 전에 KFA가 대대적으로 조직개편을 했다고 들었다. 미디어 담당관, 팀 매니저, 전무이사를 바꿨다. 마치 혁명을 하듯이 조직개편을 했다. 왜 그래야 했나?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않았나. KFA가 지닌 큰 문제는 언론과 인터넷(여론)에 너무 신경 쓴다는 것이다. 정말 큰 문제다. KFA는 뚜렷한 주관이 없다. 확고한 주관이 있다면 한 두 경기 지더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을 지키며 그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KFA는 여론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

-대한축구협회가 여론을 당신에게 전했나?

내가 확인했다. 스페인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통역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대표팀 스태프 중에서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에게 정보를 많이 들었다.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임기 말에는 축구협회와 문제가 있었나?

아니다. 단지 더 이상 (나와) 같이 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기술위원회나 축구협회 회장 등 누구와도 문제는 없었다.

-그렇다면 축구협회는 당신을 잘 지원했나?

아니다. 그랬다면 내가 그 자리에 머물렀을 것이다. 축구협회 회장이나 기술위원회가 조금 더 힘이 있었다면 내가 (한국에) 머물 수 있었을 것이다. 최종예선 원정 세 경기는 졌지만 홈에서 치른 네 경기는 모두 이겼다. 그들이 조금 더 영리했더라면 9차전 이란 경기는 홈에서 하기 때문에 이길 거라는 자신감을 가졌어야 했다. 우리는 당시 조 2위였다. 그 경기를 패한 뒤에 나를 내보내도 됐다. (경질) 시기가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결정이 축구협회 회장이나 기술위원회의 의견은 아니라고 본다. 언론과 인터넷이 아주 시끄러웠고, 협회는 주관이 없었기에 나를 대변해주거나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그들(축구협회)은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표팀이 문제를 겪은 이유가 코칭스태프가 부족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새로 부임한 김판곤 국가대표팀감독선임위원장은 스페인 코치 보강 후에도 또 다른 코치를 보강하겠다고 선언했다. 코칭스태프를 소수로 운영한 것은 스스로의 결정이었나?

코치가 너무 많으면 문제도 많아질 수 있다. 코치가 다섯 명이라면 각기 다른 다섯 개의 의견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코칭스태프를 소규모로 운영하는 것을 선호한다. 나는 한 번도 코치를 더 요구한 적이 없다.

-팀과 헤어진 후, `YTN` 카메라에 이태원에서 혼자 큰 가방을 사서 택시 타는 모습이 찍혔다. 그 보도 때문에 축구협회가 당신을 제대로 예우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불거졌다

내 돈을 주고 내 가방을 샀다. 아무리 국가대표 감독일지라도 한 명의 사람에 불과하다. 물론 내 직업 때문에 사람들은 내게 관심을 가지고 나의 결정에 대해 물어본다. 하지만, 나에게도 프라이버시는 필요하다. 그건 개인적인 일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최종예선 9, 10차전 경기 내용이 좋지 않자 신 감독도 바로 비난을 받았다. 감독 경질 의미가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감독의 인생은 항상 돌고 도는 것이다. 선수들과 코치를 포함한 팀원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감독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상대를 분석하고 선수들과 소통하는 코치들을 관리하는 등 사람들이 모르는 감독의 임무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과는 연락하고 있나?

하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이 한 첫 번째 기자회견 내용(슈틸리케를 언급한 부분)은 그다지 정확하지 않았다. 그와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떤 부분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가 내가 감독으로서 한 일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지 않았기에 불쾌했다. 누가 새로운 감독으로 오든 간에 전 감독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관한 마지막 질문이다. 호텔에서 카를로스 아르무아 피지컬 코치를 만났다. 아르무아 코치는 부임 초기에는 수석코치로 소개됐었다.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아니다. 아르무아 코치는 원래 피지컬 코치다. 8년 동안 나와 함께 일하고 있고, 여기서도 매우 잘 지내고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