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계 "단일팀? 정부, 경기 한번 제대로 본적 있나"
이낙연 총리는 "선수들이 경기 전체를 계속 뛰는 게 아니라 1~2분씩 계속 교대해가면서 뛴다. 북한 선수가 우리 선수 쿼터를 뺏어가는 게 아니라, 선수단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협의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씨는 "격렬하고 체력 소모가 많은 아이스하키는 필드 플레이어 5명이 4개 조(1~4라인)로 나뉘어 번갈아가며 50초 정도 뛰고 교체된다. 페널티 킬링(수적 열세) 상황에서는 2분은 절대 뛰지 못한다. 종목 특성을 몰라서 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번 5명을 통째로 교체하는 게 아니고 포지션별로 바꾸다 보면 라인이 섞이기도 한다"며 "대회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조직력을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총리는 또 "우리 선수들도 큰 피해의식이 있지 않고, 오히려 전력 강화의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대표팀 포워드 한수진(30)에게 메신저를 통해 "단일팀을 추진한다는데 들었는지" 묻자, "다시요? 지금 막 (전지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해서 저희도 처음 듣는 얘기에요. 적어도 5년, 많게는 10년간 올림픽만 바라본 선수들 노력이 헛되어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잠잠해지더니 또 나오네요"라는 답신을 보내왔다. 정부가 단일팀 추진을 발표하던 시각, 선수들은 미국 전훈을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를 탄 상황이었다.
이낙연 총리는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는 팀도 아니고, 우리 팀은 세계 22위, 북한은 25위"라고 말했다. B씨는 "남자 아이스하키 출전국 중 최약체로 꼽히는 한국의 백지선 감독도 선수들에게 '우리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동기 부여를 한다. 한국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 모토가 '기적'"이라며 "이 총리 발언은 수험생에게 '넌 어차피 명문대에 못 가니 수능 몇 과목은 다른 사람이 봐도 되지 않냐'고 하는 격"이라며 언짢음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합니다.'라는 글에 동의를 표시한 사람이 17일 1만 명을 넘어섰다. 또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은 인권 침해'라며 도종환 장관을 상대로 한 진정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면담했다.
박린·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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