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격파한 베트남에 불고 있는 '박항서 신드롬'

김태석 2018. 1. 15. 10: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호주 격파한 베트남에 불고 있는 '박항서 신드롬'



(베스트 일레븐)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축구 한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2018 AFC 중국 U-23 챔피언십에서 호주를 격파하면서 인기가 치솟는 분위기다. 베트남의 한 매체는 박항서 감독이 가져온 긍정적 영향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대표팀은 14일 오후 5시(한국시각) 중국 쿤샨 스포츠 센터에서 벌어진 AFC U-23 챔피언십 D조 2라운드에서 호주에 1-0으로 승리했다. 베트남은 후반 27분 응우옌 꾸앙하이의 득점에 힘입어 한국과 더불어 D조 수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호주를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베트남은 이 승리 덕에 한국에 이어 조 2위에 올랐다.

사실 베트남에서 이 대회에 거는 기대는 그리 크다고는 볼 수 없었다. U-23 세대에 대해 많은 투자와 관심을 쏟은 덕에 자국 축구팬들의 큰 기대가 모이는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상 한국·호주·시리아보다 강하다고 여길 순 없었다. 이 때문에 베트남도 베트남 축구의 자긍심을 가지고 싸워 발전 가능성을 보이는 게 성적보다 더 중요했다. 그런데 박 감독은 성적마저 내고 있으니 베트남 처지에서는 놀랍고 반가울 수밖에 없다.

베트남 매체 <소하 더 타오>는 이른바 ‘박항서 리더십’이 베트남을 확 변모시켰다고 보고 있다. 박 감독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박 감독은 K리그를 통해 벤치에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선수들을 지휘하는 모습으로 한국 팬들에게 낯익다. 그런데 <소하 더 타오>를 비롯해 베트남 언론과 팬들의 보기에는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박 감독은 호주전에서 수시로 터치라인 근처까지 나와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했으며, 안테 밀리치치 호주 감독과는 설전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운드에서는 무뚝뚝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반면에 평소에는 선수들과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라는 점도 베트남 언론의 눈에는 흥미롭게 비치는 듯하다. <소하 더 타오>는 “박 감독은 얼굴 표정 변화는 물론이며 끊임없는 손 제스처를 보이고 심지어 춤을 추거나 종종 졸기까지 한다”라고 표현했다. 특히 골이 터진 후 셀러브레이션은 미쳤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매우 진지하면서도 친근한 표현 방식을 가진 지도자는 입때껏 베트남 축구 역사상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래서 그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도 했다.

게다가 <소하 더 타오>는 박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떠나 완벽한 ‘베트남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호주전 킥오프를 앞두고 치러지는 국가 제창 행사에서 박 감독은 가슴에 새겨진 베트남 국기에 손을 얹고 진지한 표정으로 선수들과 함께 했다고 소개했다. 호주전에서 역사적 승리를 거둔 후에는 선수들과 일일이 껴안고 악수하며 격려했으며, 승리에 흥겨워하는 선수들과 함께 ‘호 아저씨와 함께 위대한 승리의 날을(Nh&#432; c&oacute; B&aacute;c H&#7891; trong ng&agrave;y vui đ&#7841;i th&#7855;ng)’이라는 베트남 노래를 불렀다고 덧붙였다. ‘호 아저씨’는 베트남 국부인 호치민을 말한다. 즉 호치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찬양 노래인데, <소하 더 타오>는 이 노래를 선수들과 함께 부르는 박 감독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박 감독이 베트남을 자신의 두 번째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 축구의 황금기에 일익을 담당했던 박 감독이 이제는 베트남의 축구 황금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박 감독은 베트남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높은 무대를 선사하려고 집중하고 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오는 17일 저녁 8시 30분 창슈 스타디움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D조 3라운드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D조 최약체로 꼽혔던 베트남이 대회 8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박 감독을 향한 찬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트남 매체 <소하 더 타오> 캡처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