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야구 잘하겠다"..뉘우침 없는 삐뚤어진 인식의 씁쓸함

한이정 2018. 1. 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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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해야 할 부분입니다."

학교 폭력 사태에 연루된 휘문고 출신 우완투수 안우진(19·넥센 히어로즈)이 지난 10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여론이 안 좋은 것은 알고 있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잊고 감수하려고 한다. 앞으로 야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 선수로서 잘못한 일이 아니라 징계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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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감수해야 할 부분입니다.”

멘탈이 강한 선수였다. 하지만 뉘우침은 전혀 없었다. 학교 폭력 사태에 연루된 휘문고 출신 우완투수 안우진(19·넥센 히어로즈)이 지난 10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여론이 안 좋은 것은 알고 있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잊고 감수하려고 한다. 앞으로 야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일에 대해선 조사를 다 받았다”는 안우진은 덤덤했다. 여론의 반응이 충분히 이해되니 자신이 질타를 받는 것은 당연하고, "야구만 잘하면 된다"라는 삐뚤어진 인식이었다. 씁쓸함만 더해지는 대답이었다. 사실 야구만 잘하면 개인의 과오는 잊혀지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넥센 히어로즈의 신인 1차 지명을 받은 안우진.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안우진은 넥센이 고심 끝에 데려온 투수다. 2018 신인 1차 지명으로 넥센의 부름을 받은 안우진은 키 193cm, 93kg 우수한 신체조건을 지녔고 150km대 빠른 속구를 비롯해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눈독을 들였던 투수다. 넥센은 초대형 신인으로 평가받는 안우진에 구단 역대 최고 계약금인 6억 원을 안기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명 이후 안우진이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안우진은 잠재력이 높은 신인에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야구부 후배들에게 배트와 공을 사용해 폭력을 휘두른 게 사실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가혹행위 내용은 엽기적이었다. 이에 아마추어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3년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의 직접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3년 동안 국가대표로 뛰지 못할 뿐 프로 선수로 생활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 선수로서 잘못한 일이 아니라 징계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학교 폭력 가해자임에도 사과 하나 없이 최고 대우를 받고 프로 생활을 한다는 사실에 대중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사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 선수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 대부분이 “잘못을 인정하고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말한다. 음주운전 및 도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강정호는 빅리그로 돌아가지 못하자, 항소심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물의를 일으킨 점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 실망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과연 자신의 전부인 야구를 생각한다면 저렇게 말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야구가 뭘 잘못했나요?"이다. 적어도 이들은 자신의 개인 일탈로 야구에 먹칠을 했다. 어디선가 남 모르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야구인들까지 싸잡아서 욕을 먹게 된 것도 자신들 때문이다. 그런데 '야구로 보답하겠다, 야구 잘하겠다'는 식의 대답은 너무 뻔뻔하다.

이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최근 야구계는 선수들의 ‘인성’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야구를 잘 하기 전에 인성 좋은 선수가 되자는 의미다.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을 찾은 인사들이 줄기차게 외친 말도 “야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이었다. 안우진도 분명 그 자리에 있었다. 단순히 야구만 잘 해서 인정받는 사회는 끝났다.

yijun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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