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두산의 속마음

LG로 이적한 김현수. 스포츠조선DB

결국 옆집이다. 김현수(29)가 LG 트윈스와 4년간 115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면서, 두산 베어스와 인연은 일단 끝났다. 김현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두산도 마음이 편할리 없다.

김현수의 LG행은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이 아니다. 몸값이 비싼 '거물' 김현수를 영입할만 한 구단이 많지 않았다. 다수의 구단이 '외부 영입보다 육성'을 외치면서 시장에 뛰어들지도 않았고, 후보는 2~3개팀 정도였다. 그중 LG가 가장 적극적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타선 보강, 외야 보강이 절실한만큼 김현수와의 계약에 공을 들였다.

▶속 쓰림은 사실

두산 입장에선 김현수의 이적이 기쁠리가 없다. 김현수는 두산에서 성장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해 육성선수로 들어와 성공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타격 재능이 빼어나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런데 하필 '옆집 라이벌' LG로 팀을 옮겼으니 더 속이 쓰리다.

사실 현실적으로 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지난달 몇 차례 김현수 측과 만남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액수 제안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없었다. 김현수 측이 원하는 대략적인 금액과 타 구단의 영입 의사, 메이저리그 잔류 의지 등 동향을 체크하고 있었는데, 결국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에서는 당연히 김현수가 필요하다. 김현수가 아니라, 어떤 선수든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많을 수록 좋다. 두산에 좋은 선수가 많다고 해도 한명이 더 추가되는 걸 마다할 감독은 없다. 하지만 두산이 100억원이 넘는 큰 돈을 주고 김현수를 데려오긴 어려웠다.

▶이 없어도 잇몸으로

두산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존 전력으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로 자리를 비웠던 지난 2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주축타자인 김현수가 팀을 떠났을 때 걱정이 컸지만, 다른 선수들이 빈 자리를 잘 채웠다. 그사이 완벽한 주전으로 자리잡은 김재환, 박건우의 존재도 위안이 된다. 민병헌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는데, 유망주들에겐 기회다. 2차 드래프트 등으로 유망주들이 많이 풀리면서 '이제 두산 화수분도 말라간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래도 선수층이 가장 두터운 팀이 두산이다.

또 보상 선수 선택도 절묘한 한 수가 될 수 있다. LG는 확실한 주전 선수가 많지 않지만 유망주가 많은 팀이다. 좋은 선수를 데려온다면 그것으로김현수 공백을 채울 수도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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