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은퇴 발표 김주성 "행복하게 떠날 수 있어 감사"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2017. 12. 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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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즌간 저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8일 오전 9시, 원주 DB 구단의 공식 발표 직후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김주성(38·205㎝)의 은퇴 소감은 간결했다. “항상 신경 써 주신 주위 분들, 선·후배 동료들, 그리고 팬들께 고맙다”면서 “행복하게 떠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KBL과 국가대표팀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긴 센터 김주성이 2017~2018 시즌이 끝나는 내년 봄 정든 초록색 유니폼을 벗는다. 한국농구를 빛낼 재목으로, KBL 판도를 뒤흔들 거물 신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6시즌이란 세월이 흘렀다. 데뷔 후 한 번도 이적하지 않은 ‘원주의 별’ 김주성은 “후배들이 잘 하고 있고, 행복한 농구를 하고 있는 지금 떠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주 DB 김주성. 연합뉴스

#“막상 결정하니 기분이 묘하네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이상범 감독 체제로 접어들기 전 은퇴의 기로에 섰던 김주성은 팀의 정신적 리더와 내·외곽 플레이를 동시에 해줄 수 있는 ‘식스맨’의 역할을 위해 한 시즌 계약을 연장했다. 다행히 DB는 이번 시즌 리빌딩을 넘어 챔피언까지 꿈꿀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활력이 넘치는 지금이야말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때다. 김주성은 “시즌이 끝나야 실감이 날 거 같은데, 막상 은퇴를 발표하고 나니 지금도 기분이 묘하긴 하다”면서 “후배들에게 더 잘해주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주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제 경기 보시는 게 유일한 낙인 부모님….” 부산 동아고, 중앙대를 최강으로 이끌고 프로에 뛰어든 김주성은 농구실력 뿐 아니라 장애인 부모를 모시는 효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께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한 초등학교 시절 약속을 그는 KBL 최고선수가 돼 지켰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김덕환씨(67), 척추측만증으로 고생하는 어머니 이영순씨(59)의 지난 16년간 가장 큰 낙은 외아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한 시즌 더 하길 바라셨어요. 사실 이번 시즌 연장한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고…”라는 김주성은 “어머니가 뉴스를 보고 ‘어떻게 된 일이냐’며 전화를 하셨네요. 섭섭해 하시는데, 이젠 다른 쪽으로 더 잘 해드려야죠”라며 웃었다.

#“데뷔전, 첫 우승 기억 생생해요.” 2002년 10월26일 원주 TG 김주성은 창원 LG와 원정경기로 데뷔전을 치렀다. “19점, 11리바운드를 하고 이겼어요. 첫 단추를 잘 꿰었다고 생각했습니다.” 2003년 4월, 챔프전에서 TG가 대구 동양을 4승2패로 물리치고 첫 우승을 했던 때의 기쁨은 “허재형하고 함께 한 우승”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김주성은 18일 현재 통산 1만124점(2위), 4366리바운드(2위), 1028 블록슛(1위)을 기록했다. 챔피언 트로피 3개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챔프전 MVP(2회), KBL 최고연봉 선수 등의 타이틀이 모두 값지다.

#“블록슛 1위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가 가장 소중” 김주성은 서장훈과 같은 파워는 없었지만 스피드를 갖춘 한국형 센터로 맹활약했다. ‘블록슛 황제’는 서장훈과 그를 구분짓는 상징적인 별명이다. 신인이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고참으로 나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금메달은 대표팀에서 거둔 뿌듯한 성취다. 이를 통해 받는 연금을 매달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시즌 중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도 빼놓지 않으며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김주성은 은퇴 후 계획에 대해 “구단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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