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일본전 프리킥골 화제..'무회전킥 도사'는 호날두-주니뉴

박린.김지한 2017. 12.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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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 한국의 정우영이 역전골을 넣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정우영(28·충칭)이 일본을 상대로 터트린 무회전 프리킥골이 화제다.

정우영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동아시아 E-1챔피언십 3차전에서 무회전 프리킥골을 터트리며 4-1 역전승을 이끌었다.

정우영은 1-1로 맞선 전반 23분 페널티지역 앞 오른쪽 부근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서 오른발킥을 날렸다. 공은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가더니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뒤흔들었다.

프리킥은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처럼 주로 감아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른발 안쪽으로 축구공의 오른쪽 아랫부분을 감아서 돌리는 게 요령이다. 그러면 공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일으킨다. 원형 물체가 회전할 때의 압력 차이로 휘는 현상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커브의 원리와 같다.

이에 비해 무회전 프리킥은 공 중앙의 약간 밑부분을 강하게 밀어 찬다. 회전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마그누스 효과 대신 '카르만 소용돌이 효과(Karman voltex)'가 생긴다.

마주 오던 공기는 축구공 표면을 타고 뒤로 흘러 위와 아래로 갈린다. 공의 뒷면에는 불규칙한 공기 소용돌이가 생긴다. 골키퍼는 물론 키커도 예측하기 힘든 불규칙한 공의 궤적이 생긴다. 무회전 킥은 야구의 너클볼(손가락으로 회전을 주지 않고 밀어던지는 변화구)과 같은 원리다.

세계적인 무회전 프리키커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포르투갈), 주니뉴(42·브라질), 가레스 베일(28·웨일스) 등이 꼽힌다. 투수들의 변화구 그립이 각자 다르듯 키커들이 무회전 프리킥을 차는 요령에도 차이가 있다.
프랑스 리옹에서 무회전 프리킥 키커로 명성을 떨친 주니뉴(오른쪽). [사진 주니뉴 트위터]
주니뉴를 집중 연구한 안드레아 피를로(38·이탈리아)는 자서전 『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를 통해 “주니뉴는 발 전체가 아니라 3개의 발가락만 볼에 접촉한다. 가능한 한 발을 평평하게 펴고 한순간에 공을 때린다. 그러면 공이 공중에서 회전하지 않다가 골대 근처에서 급격히 떨어지면서 회전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가레스 베일. [사진 베일 트위터]
유로 2016에서 그림 같은 무회전 프리킥을 터뜨린 베일은 “먼저 공의 공기 주입구가 날 바라보도록 지면에 내려놓는다. 그러고 네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다. 달려가면서 발등과 축구화 끈 사이로 공을 때린다”고 비결을 밝혔다.

호날두는 무회전 킥을 찰 때 발등으로 공의 중앙을 강하게 때린다. 호날두가 때리는 프리킥의 최고 스피드는 시속 100㎞에 달한다. 스페인 신문 ‘아스’는 호날두의 킥을 “토마호크 미사일 같다”고 묘사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호날두. [사진 호날두 트위터]
실전 경기에서 무회전 프리킥을 차는 한국 선수는 매우 드물다. 2015년 K리그에서 은퇴한 김형범(33)을 ‘무회전 키커’로 분류할 수 있다. K리그에서만 프리킥으로 13골을 넣은 김형범은 중앙일보의 요청으로 경기도 남양주 축구장에서 무회전 프리킥 시범을 보인적이 있다.

김형범은 “공을 발등 부분에 최대한 두껍고 넓게 맞혀야 한다. 공이 발등에 얹히는 느낌이어야 한다”며 “백스윙부터 임팩트까지 정확하다면 공이 가다가 뚝 떨어진다. 30m 무회전 킥은 골키퍼 입장에서는 20m에서 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킥 고수의 경우 감아찰 경우 10개 중 8~9개를 원하는 대로 찰 수 있다. 그러나 무회전 프리킥을 하면 10개 중 골대로 향하는 건 5개 미만이다.

10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콜롬비아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두 번째 골을 넣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토트넘)은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을 벤치마킹했다. 11살 때부터 호날두를 동경해 온 손흥민은 청소년 시절부터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에 호날두의 플레이 영상을 담아 수천 번을 봤다. 오른 발등으로 축구공 중앙의 약간 밑부분을 정확히 밀어 차는 감각을 익혔다.

손흥민은 2015년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얀마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무회전 프리킥골을 뽑아냈다. 독일 레버쿠젠 소속이던 2014년 11월 15일 제니트(러시아)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다.

박린·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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