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김태륭의 원사이드컷] 일본이 중국,북한보다 수월했던 이유?

김태륭 입력 2017.12.17. 00:47 수정 2017.12.1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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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동아시안컵 한국 대표팀 리뷰
2017 EAFF E-1 챔피언십 우승팀, 대한민국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은 한국의 우승으로 마무리 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4개국은 각자 다른 계획과 목표를 갖고 대회에 임했다. 한국과 일본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을, 북한과 중국은 2019 아시안컵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국은 내년에 열리는AFC U23 챔피언십을 겨냥하여 22세 이하의 어린 선수를 대거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북한은 과거보다 역습 패턴의 종류는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레벨의 차이가 확인되었다. 전원 J리거로 구성된 일본은 대회 개막 직전 기요타케 히로시 등 주전급의 부상과 클럽 월드컵에 출전한 우라와 레즈 소속 선수들의 공백이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우승을 했기에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지난 경기를 되돌아 보게 된다. 월드컵을 반 년 앞둔 신태용호는 아직까지 뚜렷한 스타일은 없지만 그 대신 경기 마다 확실한 컨셉을 설정해 두고 나아가는 모습이다.

2차전까지 1위는 일본이였다. 한국은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1승1무, 일본은 중국과 북한에게 모두 승리했다. 그런데 한국이 일본에 대승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우영의 프리킥 골을 "월드컵 레벨"로 평가했다.

#세 가지 포메이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 가지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중국 전 4231, 북한 전 343, 일본 전 442) 그 중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일본 전이 결과와 내용 모두 가장 좋았다. 442 포메이션은 지난 11월 콜롬비아를 상대로 성공적인 첫 선을 보인 포메이션이다. 수비 상황에서 안정적인 블록 형성, 투톱을 활용한 공격 루트, 활동량과 적극적인 중앙 동선으로 연결고리가 되는 측면 미드필더까지 한국 대표팀은 지난 11월 평가전 이후 442 포메이션을 통해 몇 가지 힌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서 442 포메이션을 가장 우선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다양한 포메이션과 조합을 시도한 것은 경기 마다 컨셉이 달랐기 때문이다. 442 포메이션에서 상대보다 높은 공 점유율은 필수 조건이 아니다. 수비에서 공을 빼앗은 후, 빠른 전환을 통한 공격 전개가 핵심 공격 루트가 된다. 앞서 열린 중국, 북한 전은 한국이 상대보다 공을 오래 갖고 경기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였기에 그 컨셉에 맞는 포메이션이 필요했다.

대표팀은 중국 전에서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상대보다 더 많이 공을 만지며 전반전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만약 전반전에 한 골을 더 성공시켰다면, 후반전 ‘리피 감독의 한수’ 로 평가받는 중국의 343 포메이션 전환은 그리 큰 효과로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한국 수비수들이 압박 상황에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전방 압박을 통해 측면으로 공을 몰았고, 한국 미드필더들의 볼을 받기 위한 사전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용하여 중원에서 여러 차례 턴오버를 성공시켰다.

343 포메이션으로 나온 북한 전은 보다 실험적인 성격이였다. 선발 명단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도 어색함이 느껴졌다. 북한은 중국보다 훨씬 수비적인 팀이였다. 역습 예방 차원에서 후방에 셋을 두는 스리백을 선택했지만, 동시에 공격에 대한 주도권도 포기할 수 없어 스리톱을 내세웠다. 하지만 스리톱으로 나섰음에도 전방 압박의 강도와 횟수가 부족했고 수비 시작점 역시 비교적 낮은 지점에서 출발했다. 북한 전은 이기긴 했지만 다양한 테스트를 한 만큼 완성도가 높진 않았다.

이번 대회 일본의 조직력은 좋지 않았다. 특히 공격 전개 상황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 442 그리고 일본

신태용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 세 경기에 대한 기본 플랜을 만들었을 것이다. 경기별 컨셉, 교체 활용, 로테이션 등 모든 부분에서 플랜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만나는 팀 중 가장 전력이 강한 팀은 그래도 일본이였다. 일본은 스타일 상 점유율 대결에서 한국보다 앞설 가능성이 높았기에 442 포메이션의 실험 상대로 가장 적합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앞선 두 경기보다 수월한 느낌이였다. 한국은 빠른 공수 전환과 측면을 활용한 사이드 플레이로 일본을 압도했다. 한국이 잘한 것도 있지만, 일본 쪽에도 원인은 있었다.

일본은 늘 조직력이 좋다. 선수 개인의 볼 터치 능력이 우수하기에 볼 관리에 능하다. 개인의볼 관리 능력은 해당 지역의 적합한 포지셔닝으로 이어진다. 지역의 포지셔닝은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형태로 연결된다. 일본은 수비-미드필드-공격 모든 부분에서 형태를 갖춘 조직력을 기반으로 플레이한다.

그런데 이번 일본 대표팀의 구성은 월드컵 최종 예선 때와 차이가 있다. 대표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선수들이 적다보니 조직력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중국 전 에서는 포백 네 명 중 세 명을 가시마 앤틀러스 소속 선수로 구성하여 어느 정도 수비의 모양을 갖췄지만 문제는 공격이였다. 일본은 앞서 치른 북한, 중국 전에서 승리했지만 공격 전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중원에서 점유율은 높았지만 어태킹 서드 지역에 진입하면 어떠한 폭발력도 보이지 못했다.

공격 상황에서 조직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개인의 폭발력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이 내세운 J리그 득점왕 고바야시 유 역시 폭발력 있는 유형의 공격 자원은 아니였다.  1, 2차전 지날수록 공격 유닛 두 명이 만드는 원투 패스, 테이크오버 같은 콤비네이션이 간혹 나왔지만 일본의 장점인 3~4명이 한 장면에 연관된 복합적인 콤비네이션은 대회 내내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위협적인 공격 유닛은 세 경기 내내 교체 투입된 가와마타 겐고였다. 겐고는 일본 공격진 중에 가장 피지컬이 우수한 유닛이다.(184cm/76kg) 한국 전에서도 교체 투입되어 경합 상황에서 슈팅을 만들었고 한국 수비진을 불편하게 했다.

일본의 완성도 낮은 공격 전개와 중원에서 애매한 볼 점유율은 한국에게 오히려 경기하기 수월한 환경이 되었다. 일본은 공을 갖고 있지만 전체적인 형태가 좋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공을 빼앗긴 후에 수비 형태 역시 좋지 않았다. 한국에게는 많은 공간이 발생했고 힘과 속도에서 앞선 한국 선수들은 그 공간을 잘 활용했다.

일본 전 장현수의 수비 장면. 슈팅 블로킹 이후 빠르게 일어나 라인 정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시도

또 한가지 추가하자면 선수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이다. 지난11월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를 상대로 벼랑 끝에서 싸운 것처럼, 이번 한일 전에서는 중국을 상대할 때 느껴진 가벼움도, 북한과의 경기 때 비춰진 어수선함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 동아시안컵 경기 중 일본 전이 가장 비중을 둔 경기였다면 네 골을 득점한 것 만큼 중요한 건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실점하지 않은 점이다. 한일 전에 출전한 수비수 중 테스트에 대한 중압감이 가장 큰 선수는 윤영선이였다. 나머지 선수들은 러시아에 동행 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수비진은 준 베스트 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구성이 떨어지는 일본 공격진에게 어려움을 겪었다면 큰 문제가 되었을텐데, 한 두차례 장면을 제외하곤 견고함을 유지했다.


#월드컵

한국과 일본에게 동아시안컵은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이다. 각자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동아시안컵을 치렀다. 이번 대회의 결과가 월드컵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다. 한국이 동아시안컵 우승은 팀내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겠지만 차의 엔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물론 일본이 월드컵 최종 예선 멤버에 비해 주요 선수 11명이 빠진것처럼, 한국도 손흥민, 기성용, 황희찬, 구자철, 권창훈, 석현준 등이 제외 되었다.상대가 몇 군인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까지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유럽 리그 선수들 없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할 수 있는 것을 실전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로 전반전 우세했지만, 후반전 리피 감독의 스리백 변화에 우왕좌왕45분을 보냈다. 그런데 독일은 중국과 비교하는게 실례가 될 정도로 포메이션 변화에 능숙하다. 북한 전에는 스리백과 스리톱으로 다이나믹한 경기를 시도했지만 상대보다오히려  우리의 밸런스가 먼저 깨지고 말았다. 허나 멕시코는 본선 진출국 중 가장 다이나믹한 팀 중 하나다. 일본을 상대로 피지컬의 우위를 통해 폭발력과 힘을 발휘했지만 스웨덴의 수비진은 김신욱 만큼 크고 강하다.

중국 전 2실점과 이번 대회 대부분 위기 상황은 측면 크로스에 의해 발생했다.

이번 대회에서 몇 가지 약점이 경기마다 반복되었다. 상대의 크로스에 수비가 쉽게 흔들렸고, 세트 피스 수비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문제점을 확실히 찾았으니 남은 기간동안 집중해서 보완해야 하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4231, 343, 442.

나는 한국 대표팀이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경기마다 컨셉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철저한 언더독이지만 그래도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꽤 괜찮았던 동아시안컵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