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말싸움도 지기 싫었던 남북대결, 조소현이 전한 뒷얘기

임성일 기자 입력 2017. 12. 14. 21:21 수정 2017. 12. 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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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일본 지바현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남북대결에서 작은 충돌이 있었다.

큰 불상사는 아니었으나 경기 도중 양팀 선수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잠시 신경전을 벌였다.

북한대표팀의 김광민 감독은 "그때 그 경기 결과가 우리 선수들에게 큰 상처가 됐다. 그 경기 후 우리 선수들과 함께 절대 다시는 그런 경기를 하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선수들끼리 경기 도중 신경전을 펼쳤고, 잠시 또 충돌했다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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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의 주장 조소현이 북한대표팀과의 경기 도중 나온 '충돌'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지바(일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난 11일 일본 지바현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남북대결에서 작은 충돌이 있었다. 큰 불상사는 아니었으나 경기 도중 양팀 선수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잠시 신경전을 벌였다.

중국과의 최종 3차전(15일 오후 4시10분)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일본 지바현 이치하라시 아네사키 사커필드에서 진행된 훈련에 앞서 만난 윤덕여호의 주장 조소현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더니 "지난 4월 평양에서 벌어졌던 일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때 '평양에서 벌어진 일'은 대략 이렇다. 여자대표팀은 올 4월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을 펼쳤는데,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1-1 무승부를 일궈냈다. 적진에서 얻은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한국에서는 '평양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나왔고 북한은 자존심을 많이 구겼다. 북한대표팀의 김광민 감독은 "그때 그 경기 결과가 우리 선수들에게 큰 상처가 됐다. 그 경기 후 우리 선수들과 함께 절대 다시는 그런 경기를 하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호랑이굴'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한국 선수들의 투혼이 빛났는데, 그때 태극낭자들의 '강심장'이 빛을 발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선수들 간의 '충돌'이었다.

당시 전반 5분 북한 선수가 골키퍼 김정미를 불필요하게 가격하자 수비수 임선주가 달려들어 따졌고 이후 두 팀 선수들이 모두 모여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꽤나 씩씩했던 여자대표팀이다. 그런데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선수들끼리 경기 도중 신경전을 펼쳤고, 잠시 또 충돌했다 떨어졌다.

조소현에게 전해들은 '사건의 전말'은 다소 맥이 빠졌다. 선수들의 표정은 험악했으나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다.

조소현은 "남북 대결을 할 때 우리가 '열심히 하자' '나가자' 그러면 거기서도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일종의 기 싸움을 한다. 나가기 전에 우리가 '파이팅' '이기고 오자' 그러면 저쪽(북한)에서 '이기자' '죽이고 나오자' 하는 식"이라면서 "팀 전체가 함께 하는 파이팅부터 지기 싫어서 그렇다. 어느 쪽 목소리가 더 크냐고 싸우는 식이다. '목소리라도 지지 않겠다', '이런 것이라도 지고 싶다 않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웃었다.

이어 "사실 평양에서는 우리가 일부러 그랬다. 괜히 (임)선주가 달려들어서 상대를 밀었다. 그러니까 북한 선수들이 당황하더라. 설마 자기들 안방에서 누가 이렇게까지 나올지 알았겠는가. 그런데 우리가 불을 켜고 달려들면서 '왜 그러냐' 따지니 '얘들 뭐지?'하고 당황해하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11일 오후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북한의 여자 축구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설전을 버리고 있다. 2017.12.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조소현은 "그때는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데 이번에는 북한 애들이 먼저 달려들었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번에는 그쪽에서 먼저 소담이에게 와서 신경전을 펼쳤다. 큰 의미가 있던 싸움은 아니다. 우리들이 남자들보다 더 거친 것 같다"면서 다시 웃었다.

덧없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던 이야기지만, 그만큼 선수들은 간절하게 뛰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소현이 말한 "이런 거라도 지고 싶지 않다"던 말은 절대 우습지 않았다.

조소현은 "어쨌든 일본과의 1차전도 지고 북한전도 져서 드릴 말이 없다. 일본전을 꽤 잘해서 팬들이 북한전을 기대하셨을 텐데, 좀 실망시킨 것 같다"고 말한 뒤 "중국전은 꼭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마지막 경기의 승리는 함께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지금도 충분히 실망스럽지 않게 잘 성장하고 있는 여자축구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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