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팔 툭 친 中외교부장..韓 홀대 이어 결례까지

박만원 2017. 12. 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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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호원 기자폭행사건은 '한국 홀대론' 의 결정판
'사드감정'이 부른 외교 수모..中 고위층도 없는 현장에서 과도한 취재통제 이해안돼

◆ 韓中 정상회담 ◆

14일 한중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한국 기자들을 중국 공안 용역들이 폭행한 사건은 방중 기간 내내 불거졌던 '한국 홀대론'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다. 중국 언론들의 한국 보도 행태, 국격에 맞지 않는 중국 의전 등으로 이번 문재인 대통령 중국 방문은 '홀대론'의 연속이었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국에 고압적 태도를 보여온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가 야기한 반한(反韓) 정서가 말단 공안들의 안하무인식 폭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홀대가 급기야 한국 기자에 대한 폭행으로까지 이어지자 국내외에서 중국의 이해하지 못할 폭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치솟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방중 첫날인 지난 13일 저녁에 이어 14일 아침도 중국 측 인사와 약속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문 대통령이 14일 국빈 만찬 전까지 중국 측 핵심 인사와 밥 한 끼도 같이하지 못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이 이날 중국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국빈 방문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중국 측 환영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문 대통령과 악수한 뒤 문 대통령 팔을 툭 쳐 외교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을 낳았다. 왕이 부장은 지난 7월 독일에서 첫 번째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을 당시에도 문 대통령과 악수하며 어깨 부위를 제법 세게 쳐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또다시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은 외교적 결례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한국 홀대 분위기는 이미 중국 방문 첫날인 13일부터 감지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지도부는 문 대통령이 국빈 방문했을 때 난징대학살 추모식 등을 이유로 베이징을 비운 상태였고, 공항에 영접 나온 중국 측 최고위급은 외교부 차관보에 불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방중 당시와 비교해선 두 계단, 일반적인 국빈 영접과 비교해도 한 계단 격하된 의전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외국 순방지로 중국을 택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문 시 왕이 부장을 공항에 보낸 바 있다. 또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국 방문 때는 외교부장보다 고위급인 양제츠 국무위원이 공항 영접에 나갔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관영 언론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관영매체인 인민일보, 차이나데일리, 신경보 등도 14일 신문지면에 문 대통령 방중 관련 사진을 단 한 장도 보도하지 않았다. 김정숙 여사가 중국 전통악기를 배워 만찬장에서 '얼후'를 연주하고 이 자리에 한중 스타 커플인 추자현과 위샤오광이 참석했지만, 관련 사진은 일부 포털사이트에만 가십성으로 게재됐다.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지만, 정작 일반 중국인들은 신문지면에서 소식을 알 수 없는 '그림자 국빈' 대접을 받은 셈이다.

오히려 관영 CCTV는 문 대통령 방중 직전 청와대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사드 해법에 대해 몰아붙이듯 질문하는 결례를 보였고, 차이나데일리는 문 대통령이 방중한 날 "사드 문제가 해결됐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내용의 오만한 사설을 게재했다. 환구시보는 한국 언론이 '홀대론'을 제기한 데 대해 14일 사설에서 "한국 언론은 편협한 보도로 자살골을 넣지 말라"고 비난했다. 또 환구시보는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위해 성의를 표시하고 있는데도 일부 한국 매체들이 오히려 한중 양국의 관계 회복을 위한 시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중국이 문 대통령을 이전 대통령에 비해 격을 낮춰 제대로 된 예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오만한 지적까지 내놨다.

중국 쪽에 문제가 많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나친 저자세로 일관해 외교적 수모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3일 베이징 서우두공항 도착에서부터 중국 측의 지나친 취재 통제로 청와대 수행기자단과 베이징 특파원들이 청와대와 주중 대사관에 "중국 측과 취재 협조를 확실히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청와대는 이번 방중을 통해 사드 갈등을 해소하고 한중 관계 개선 전기를 마련하겠다며 현대차, LG, 두산 등 대기업 총수 위주로 300여 명의 경제사절단을 대동했지만 중국 측은 이에 호응하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방중 첫날 개최된 한중 비즈니스포럼 행사에 중국 재계에서는 대부분 의사 결정 권한이 없는 부사장급이 참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4일 한국 취재진 집단 폭행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이번처럼 취재 제한에 항의한다고 외신기자들을 끌고 가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일은 전례가 없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진 행사장은 주로 한국 기업들이 전시 부스를 차려놓은 곳으로 중국 정부의 고위층은 현장에 아무도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 매체 기자는 "외국 정상에 대한 경호를 위해 사진 촬영을 제한하는 수준이 아니었다"면서 "기자를 넘어뜨린 뒤 죽기 살기로 발길질을 해대는 모습에서 살기까지 느꼈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단은 중국 공안 용역의 무차별 폭행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해 관련 사실을 베이징 외신기자클럽에 전파하고 외신기자단 차원의 공동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외신기자협회(FCCC)도 이날 "기자에 대한 폭력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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