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2위도 외면한 골든글러브, 누구를 위한 시상식이죠?

유준상 입력 2017. 12. 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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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매년 벌어지는 골든글러브 논란, 올해도 투표는 우승팀 프리미엄-인지도 순

[오마이뉴스 유준상 기자]

KBO 골든글러브는 매년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수상 여부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KBO가 주관하는 권위있는 시상식이라면 수상할 자격이 있는 선수에게 많은 표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매년 우승팀 프리미엄, 인기 투표 논란을 낳았던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올해도 변함 없었다.

13일 오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개최됐다. 총 10명의 수상자 가운데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에서 무려 5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5년 만에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은 롯데가 2명으로 뒤를 이었고 SK, LG, 삼성은 각각 한 명씩 수상자를 배출했다.

반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과 NC는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넥센, 한화, kt 또한 성과가 없었다. 그나마 kt는 유한준이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한 것이 위안거리지만 나머지 팀들은 특별상에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도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여러 이유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타격 2위' 박건우, 투표 결과에서는 5위? 어떻게 된 것일까

 1위 김선빈과 딱 4리 차이, 0.366의 타율을 기록하고도 박건우는 황금장갑을 품에 안지 못했다.
ⓒ 두산 베어스
압도적인 투표율로 수상자가 가려진 포지션은 투수와 3루수 부문이었다. 투수 부문은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 3루수 부문은 SK 와이번스 최정의 몫이었다. 특히 최정은 투표인단 전체 357명 가운데 326명으로부터 표를 얻어 올해 골든글러브 최다 득표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323명의 선택을 받은 양현종은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MVP에 이어 황금장갑까지 품에 안았다.

반면 표가 분산된 부문도 있었다. 지난해까지는 성적 위주로 후보를 선정했으나 올해는 KBO가 제시한 조건만 충족할 경우 명단에 포함될 수 있었기 때문에, 후보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외야수만 놓고 보면 후보가 무려 22명이었으며 결과적으로 표가 가장 많이 분산된 포지션이었다.

올시즌 두산 베어스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고 타율,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2위를 차지한 박건우는 수상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기록상으로 다른 후보에 뒤쳐질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22명의 외야수 중에서 5위에 그쳤다. 손아섭이 224표, 최형우가 215표, 버나디나가 190표를 얻으며 한 자리씩을 차지했다.

99표. 전체 투표인단이 357명이라고 했을 때, 박건우를 선택한 인원이 전체의 1/3도 채 되지 않는다. 물론 투표자의 관점에 따라 '잘하는 선수'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수상이 유력하지 않은 후보들이 일부 표를 얻으면서 박건우의 득표 수는 두 자릿수에서 머물러야만 했다. 5위라는 순위보다도 타격 2위를 차지한 선수가 100표도 받지 못한 것은 다소 충격적인 일이다.

오히려 약물 복용 전력으로 인해 수상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김재환은 박건우보다 41표 더 많은 140표를 획득하며 4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박해민, 구자욱, 민병헌, 전준우, 유한준, 권희동 등 소수의 표를 얻은 선수도 있다. 이들의 활약도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활약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한 마디로, 투표인단은 정작 표를 받아야 할 선수가 많은 표를 얻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 다른 포지션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수 부문에서는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현 삼성 라이온즈)가 211표를 얻어 4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포수 부문 투표 결과도 흥미로웠다. 2위는 두산 양의지(68표)였고, 3위가 다름 아닌 KIA 김민식(54표)이었다. 올 시즌 김민식은 규정타석에 진입하지도 못했고, 타율이 0.222에 그쳤음에도 득표 수에서 양의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우승팀 프리미엄이라는 이유로 54명이 김민식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LG 유강남은 17개의 홈런을 기록하고도 단 7표 획득에 그쳤다. 기록상으로 김민식보다 훨씬 좋았으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투표 결과였다. 만약 강민호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면 김민식은 더 많은 표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1루수 부문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한화 로사리오와 '타점왕' 삼성 러프의 경쟁이 예상됐지만 황금장갑을 받은 선수는 로사리오도, 러프도 아닌 '롯데의 4번 타자' 이대호였다. 물론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팀 성적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개인 기록만 보면 로사리오나 러프도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투표 결과에서는 154표를 얻은 이대호가 118표를 얻은 로사리오를 36표 차로 따돌리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 특히 올시즌을 끝으로 KBO리그를 떠났다는 점에서 많은 표를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활약상만 놓고보면 로사리오가 많은 표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투표인단의 표심은 이대호를 향했다.
ⓒ 한화 이글스
LG 박용택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지명타자 부문에서는 현역으로서 마지막 시즌을 보낸 삼성 이승엽이 79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이승엽은 시상식 전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후배 선수들이 많다고 언급하면서 후배 선수가 수상의 기쁨을 누리길 바랐다. 나머지 선수들의 득표 수가 박용택의 수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이승엽의 79표 또한 냉정히 말해서 성적만 반영된 것이 아니다.

1표를 얻은 선수가 두 명이나 나온 포지션도 있었다. 바로 2루수 부문이다. 특히 2루수 부문은 단 6표 차로 KIA 안치홍과 NC 박민우의 희비가 엇갈렸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한 표가 소중했다. 두 자릿수 이상의 표를 획득한 선수는 안치홍, 박민우, 넥센 서건창, 롯데 번즈였고 한화 정근우, SK 김성현, 두산 오재원, kt 박경수는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수상 가능성이 낮은 정근우, 김성현, 오재원, 박경수 네 명의 선수가 1표 이상을 얻었다. 이들의 표를 합산하면 총 11표로 1위와 2위 주인공을 바꿀 수도 있는 득표수다. 표가 분산되지 않고 정말 잘한 선수에게 표를 던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1위가 될 주인공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경쟁이 더욱 치열했을 것이다.

'권위 있는' 시상식? 여전히 논란이 존재하는 KBO 골든글러브

현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권위가 있을까. 인기 투표와 우승팀 프리미엄과 같은 기록 외적인 요소가 투표 결과에 반영되는 시상식은 모두가 원치 않는다. 나름대로 KBO에서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자 후보 선정 기준을 바꾸는 노력을 시도했으나 논란들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매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는 시기가 찾아오면, 제도적인 측면에서 손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항상 흘러나온다. KBO리그에서도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와 같이 공격과 수비를 나눠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상식이 끝난 이후 1~2일 정도가 지나면 금방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사라진다.

공정한 시상식을 원한다면 단순히 논란으로 끝날 게 아니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논의를 거치지 않고 큰 변화 없이 내년 시상식을 맞이한다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전히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권위 있고 공정한 시상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구팬들은 언제까지 '뻔한'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봐야 할까. 그리고 골든글러브는 과연 누구를 위한 골든글러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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