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도 싸우는 NBA의 '이상한 아버지' 라바 볼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2017. 12. 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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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뉴욕에서 끝난 볼 가족의 신발 브랜드의 홍보 포스터. 라바 볼과 그의 세 아들들이 다정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빅볼러브랜드 트위터)

미국프로농구(NBA)에는 선수보다 더 유명한 '선수의 아버지'가 있다. 바로 LA 레이커스의 신인 가드 론조 볼의 부친 라바 볼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SNS 설전을 벌여 더 많은 관심을 받고있는 인물이다.

라바 볼의 아들 3명 모두 농구 선수다. 라바 볼의 둘째 아들이자 론조 볼의 동생 리앤젤로 볼은 올해 농구 명문 UCLA(LA 캘리포니아 대학)에 입학했다. 그런데 리앤젤로 볼은 지난 달 중국 상하이에서 동료 2명과 명품 매장에서 선글라스 등을 훔치다 악명 높은 중국 경찰에게 체포됐다.

때마침 아시아 순방을 위해 중국에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처를 부탁했다. 리앤젤로 볼을 포함한 UCLA 선수 3명은 석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미국 선수들의 석방은 자기 덕분이라고 자화자찬을 하자 라바 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ESPN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석방을 도운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누구? 대통령이 한 게 무엇이냐"라고 답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장기 징역형에서 구해준 것은 백악관도 국무부도 아니다. 바로 나"라며 "(농구 선수들이) 그냥 중국 감옥에 가게 내버려뒀어야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 아들에게 감히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라바 볼의 기이한 행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UCLA는 중국에서 사고를 일으킨 선수 3명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구체적인 징계 기간이 나오지 않자 라바 볼은 참지 않았다. "내 아들을 몇개월동안 뛰지 못하게 하는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리앤젤로 볼을 자퇴시킨 것이다.

리앤젤로 볼은 고개를 숙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당당하게 학교를 걸어나온 모양새가 됐다. 아버지 때문이다. UCLA는 "볼 가족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라바 볼의 폭주는 계속 됐다. 셋째 아들 라멜로 볼마저 학교에서 자퇴했다. 그런데 라멜로 볼은 미국 고등학교 주니어였다. 마지막 한 학년을 남기고 학교를 떠나게 된 것이다.

라바 볼은 당초 셋째 아들 역시 UCLA로 진학시킬 예정이었다. 리앤젤로 볼의 자퇴를 계기로 계획을 바꿨다. 리엔젤로와 라멜로 볼을 해외 무대에서 뛰게 한 다음 NBA 진출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라바 볼의 둘째, 셋째 아들은 최근 유럽 리투아니아의 한 프로 구단과 공식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대학농구(NCAA)는 NBA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항상 고정돼 있는 리그다. 그 무대를 떠나 NBA 진출을 모색한다?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리엔젤로 볼은 NCAA에서 주목받는 유망주가 아니다. 실력이 부족하다. 그의 NBA 진출 가능성을 따져보면 '0%'에 가깝다.

라멜로 볼의 고교 자퇴는 더 놀라운 소식이다. 과거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NBA에 직행한 사례는 많았지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NBA 진출을 준비한 선수는 전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바로 가지도 못한다. NBA에는 신인 입단 나이 제한이 있다. 고교 졸업 후 1년이 지나야만 NBA에 갈 수 있다. 리엔젤로 볼은 현재 만 19세. 라멜로 볼은 만 16세다. 라멜로 볼은 최소 2년 이상 유럽 혹은 미국 내 프로 무대에서 버텨야 NBA 드래프트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라멜로 볼은 미국 고교 주니어 기준 선수 랭킹에서 상위 10위 안에 포함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가드다. 정상적인 코스를 밟으면 NBA 진출이 확실한 유망주다.

하지만 아버지의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최소 2년 이상 외지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증명해야 한다(물론 라바 볼이 언제 다시 대학 진학 쪽으로 입장을 바꿀지는 모른다).

얼마나 많은 스카우트가 그를 따라다닐지는 미지수다. 리투아니아는 대표팀 전력이 강하나 프로 리그는 유럽 내에서 경쟁력이 강하지는 않다. 계약을 맺은 구단 역시 약체다.

미국 위스컨신 대학 출신으로 리투아니아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벤 브러스트는 야후스포츠를 통해 "볼 부자는 그곳에서 한달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날씨는 춥다. 해가 떠있는 시간이 하루에 5~6시간밖에 안된다. 나는 늘 리투아니아가 아닌 다른 유럽 리그로 가고 싶었다"며 "그들은 최악의 장소를 골랐다"고 말했다.

LA 레이커스의 가드 론조 볼 (사진 제공=NBA미디어센트럴)

▲라바 볼의 큰 그림, 과연 현실이 될까?

라바 볼이 그리는 '큰 그림'이 있다. 바로 세 아들 모두 LA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다.

라바 볼의 첫째 아들 론조 볼 역시 UCLA 출신이다. 론조 볼은 입학하자마자 UCLA의 공격력을 바꿔놓을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1학년이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팀을 68강 토너먼트 16강에 올려놓았다.

론조 볼은 2017년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를 다툴 정도로 뛰어난 유망주였다. 그런데 라바 볼은 "내 아들은 오직 LA 레이커스에서만 뛸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았다. 선수가 뛸 구단을 정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볼 가족은 LA 지역에서 살았다. 그래서 UCLA를 그렇게 좋아했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라바 볼의 소원이 이뤄졌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워싱턴 대학의 가드 마켈 펄츠가 1순위 지명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놀랍게도 LA 레이커스가 2순위 지명권에 당첨됐다. 예상대로 펄츠가 1순위 지명을 받았다. LA 레이커스는 남은 선수 중 최고를 뽑았다. 그게 바로 론조 볼이다.

신인드래프트 당일, 아담 실버 NBA 총재가 LA 레이커스의 론조 볼 지명을 발표하자 현지 TV 중계 카메라가 가장 먼저 포착한 인물은 론조 볼이 아니었다.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을 지어보인 라바 볼이었다.

론조 볼은 UCLA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아버지의 걸죽한 입담 때문에 늘 과도한 관심을 받아야 했다. 다음은 라바 볼이 론조 볼과 관련해 미디어를 통해 내뱉은 어록이다.

"내 아들 론조 볼은 스테판 커리, 제이슨 키드보다 뛰어난 선수"

"내 아들 론조 볼은 LA 레이커스에서만 뛸 것이다"

"UCLA가 NCAA 68강 토너먼트 16강에서 탈락한 것은 내 아들 곁에서 뛰는 백인 선수 3명의 스피드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내가 마이클 조던과 1대1로 붙었다면 내가 그를 박살냈을 것이다"

"내 아들들이 르브론 제임스의 아들보다 더 성공할 것이다. 늘 아버지와 비교당해야 할텐데 안타깝다"

"아이재이아 토마스와는 달리 론조 볼에게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조언 따위 필요없다"

"마이클 조던은 495달러짜리 고가의 신발을 출시한 적이 없다. 그가 론조 볼에게 못 미치기 때문"

"왜 론조 볼을 4쿼터에 풀타임으로 기용하지 않는가? LA 레이커스는 이기는 법을 모른다"

"LA 레이커스 지도자들은 론조 볼을 코치하는 방법을 모른다"

LA 레이커스는 1947년 창단 이래 이같은 '선수 부모'를 만나본 적이 없을 것이다. 레이커스는 최근 취재기자가 가족 관계자석 진입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매직 존슨 구단 사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라바 볼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제발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라바 볼은 여전히 "난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지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버지 때문에 론조 볼에게는 악동 이미지가 생겼다. 원정경기를 가면 늘 야유를 받는 선수가 됐다. NBA 정상급 가드들은 론조 볼을 만나면 평소보다 더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워싱턴 위저즈의 올스타 가드 존 월은 "볼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론조 볼은 팀내에서 사랑받는 막내이자 동료다. 존 월이 도발했을 때 팀 동료들은 "우리가 대신 싸워줄 것"이라며 론조 볼을 지지했다. 론조 볼은 팀내에서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동료들과 두루 잘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조 볼은 올시즌 평균 8.9점, 7.0어시스트, 6.9리바운드, 1.4스틸, 1.0블록슛, 야투성공률(2점+3점) 32.7%를 기록하고 있다. 슛 성공률이 매우 낮고 외곽 수비는 형편없다. 하지만 경기 운영 능력과 패스, 리바운드 가담 능력 등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의 질 높은 경기력도 갖췄다.

론조 볼이 뛰어난 유망주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NBA에 갓 입단한 신인의 약점으로 늘 지적받는 부분이자 개선의 여지도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슈팅과 수비다. LA 레이커스는 론조 볼이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슈팅과 수비의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수는 아버지다. 아버지 때문에 생기는 과도한 관심이 론조 볼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둘째와 셋째가 NBA에 도전할 시기가 오면 라바 볼은 더 폭주할 것이다. LA 레이커스는 좋은 유망주와 골칫거리를 동시에 얻었다.

라바 볼은 LA 레이커스에서 오래 뛰었던 은퇴 선수 로버트 호리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라바 볼은 이제 그만 입 닥치는 게 좋을 걸? 레이커스는 결코 만만한 조직이 아니야"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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