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김상열의 하프타임] 지소연 "한 경기라도 비행기를 타고 싶었어요"

김상열 입력 2017.12.13. 09:17 수정 2017.12.13. 09:26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여자대표팀의 경기를 본 소감을 전하는 지소연
평양에서의 간절함과 투혼을 기억하자
개인의 이익보다 여자축구대표팀이 더 중요한 선수
너무 답답하고 아쉬웠어요..
이럴줄 알았으면 가는 건데..

일본에서 동아시안컵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남자대표팀은 1승1무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여자대표팀은  2연패를 당하며 승점없이 마지막으로 중국전을 남겨 놓은 상황입니다. 여자대표팀이 북한에게 1대0로 패한 날 저녁(영국현지시간) 지소연 선수를 애쉬타드 숙소 근처에서 만났습니다. 여자대표팀의 경기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의 근황을 듣기 위해……

영국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음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준 지소연 선수. 애쉬테드의 한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기 전 모습

Q. 동아시안컵 봤어요?

“일본전은 하이라이트로 봤고 북한전은 풀타임을 다 봤어요. 보면서 답답하고 아쉬웠어요. 제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멀리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보다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앉아서 TV로 보고 있으려니까 너무 힘들더라구요. 차라리 뛰는게 낫지…”

Q. 시즌중이라 갈 수가 없었죠?

“사실 가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현재 소속팀의 스쿼드도 좋고 경기력도 좋으니까 제가 한경기 빠져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린거죠.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아주 중요한 경기가 있어서 안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라이벌팀인 맨시티와의 경기였어요. 그 경기만 아니었어도 잠시 다녀올 수 있었는데…  그런데 그날 날씨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었어요. 더 아쉬웠어요.”


한 경기를 뛰더라도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었어요


Q. 장거리비행을 해야 하는데도 가고 싶어요?

“힘들고 피곤해도 대표팀 경기는 꼭 뛰고 싶어요. 언제나 그 마음이에요. 칭찬을 받든지 비난을 받든지 호랑이마크를 달고 뛴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그래서 대표팀 경기가 있으면 일단 소속팀에 이야기를 해요. 정말 가고 싶어서요.”

Q. 여자대표팀의 북한전경기를 본 소감은 어때요?

“일본전은 하이라이트로 봐서 뭐라고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북한전은 진짜 답답하고 속상했어요. 우리가 준비한다고 했는데 경기력이 부족해보였어요. 솔직하게 우리가 못한거에요. 물론 제가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거에요. 모두 열심히는 했겠지만 이제는 열심히 한다고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성과 체력을 비롯해 전술이나 실력도 좋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평양에서의 경기와 미국 원정 1차전을 통해서 보여준 우리의 경기력은 괜찮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투지와 열정 뿐만 아니라 실력도 세계적인 팀들에게 근접하게 따라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북한전을 보면서 또 다시 차이가 많이 벌어진 느낌이라 더 속상하고 허탈해요.”

Q. 북한이 강해진 것은 아닐까요?

“아뇨. 제가 보기에는 평양에서 무승부를 기록할 때 북한팀이랑 이번 북한팀이랑 차이가 없는 것 같았어요. 북한이 많이 공격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특별히 좋은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거든요. 북한은 압박이나 투지있는 플레이를 보여준 것이었는데 우리가 그 투지에 맞서서 싸우지 못했던 것 같아요. 북한은 항상 투지있는 경기를 하잖아요. 북한이 잘했다기보다는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못 보여준 것 같아요. 충분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사실 우리나라 여자축구는 시작도 늦었고 시장도 작아요. 하지만 빠른 시간에 발전해서 세계대회에서 연령별 대표팀이 우승도 하고, 성인팀은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노력했고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충분히 세계 무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중국전을 남겨 둔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중국전은 이겨야죠.  승리 중요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보는 팬들이나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나 답답하거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경기를 보여주길 바랄 뿐이에요. 오늘의 모습에 만족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모든 경기를 지난 평양에서 했던 북한전과 같은 각오로 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티를 마시며 진지하게 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지소연 선수

Q. 월드컵 최종예선이 있어요. 우리나라가 호주, 일본 등과 같은 조에 있는데?

“4월에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일본, 호주, 베트남과 같은 조에 배정되었어요. 두 팀이 본선에 오르는데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아요. 호주는 미국도 이기는 등 요즘 강팀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쉽지 않은 상대고, 일본은 할만은 하지만 여전히 큰 경기에 강한 팀이고 우리보다 랭킹도 높기에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에요. 플레이오프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로 본선에 진출하고 싶어요. 이번 동아시안컵이 더 좋아지는 과정이라고 믿어요. 더 준비해야죠. 다시 말하지만 평양에서 보여주었던 그 경기를 기억하며 제대로 준비해야죠.”

Q. 요즘 소속팀과 본인은 어때요?

“이번 시즌 보강을 많이 해서 팀이 좋아졌어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에 오른 상태고 리그에서도 맨시티와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어요. 환경이 좋아지고 시장이 커지니까 리그 수준도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안타까운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팬들이 잉글랜드 여자축구를 보실 수가 없어서 인지 잉글랜드리그 수준이 미국, 프랑스, 독일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팀을 비롯해 맨시티와 아스널에는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뛰던 좋은 선수들이 이적해서 함께 뛰고 있어요. 어느 유럽리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잉글랜드 여자축구나 제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소수라도 있으실텐데 중계가 없어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죠.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늦은 시간까지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해 주는 지소연 선수

너무 속상했다고 합니다. 충분히 잘 할수 있었는데 자신들의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동료들의 실망이나 아쉬움이 느껴져서 더 그랬겠죠.. 자신이 뛰어도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동료들의 그 아쉬움과 속상함을 함께 나누지 못해서 더 그랬을 것입니다.

그 마음 가짐 때문에 어제 북한전에 보여 준 동료들의 모습이 누구보다 가슴 아팠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말은 동료들을 향한 비난이 아닌 애정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지소연 선수는 호랑이 마크를 달고 뛰면서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유독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비난이 많이 아팠을텐데도 그녀는 대표팀을 위해서는 언제라도 달려가고 싶어 합니다. 그 비난보다 대한민국여자축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여자축구가 세계적인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발전할 수 만 있다면 불이익이나 비난도 언제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선수 지소연,  그녀의 바람대로 대한민국 여자축구가 세계적인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길 기대하며 중국전에서는 후회없는 경기를 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애들아 멀리서나마 응원할테니까 후회 없는 경기 보여줘 너희들은 할 수 있어. 화이팅!!!"
(지소연선수의 응원의 메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