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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골프매거진] 30분 만에 라운드, 빨라서 재미있는 '스피드 골프'

조회수 2017. 12. 8. 15: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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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골프는 골프의 편견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사진 게티이미지

골프에 관한 편견 중 하나는 ‘느리다’는 것이다. 빈 스윙을 몇 번씩 하다가 다시 타깃을 바라보고, 스윙을 시작하면 동반자들도, 보는 사람들도 속 터지기 마련. 스피드 골프는 골프가 느리다는 편견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조던 스피스, 제이슨 데이, 크리스티 커, 신지애의 공통점은 ‘슬로 플레이’로 종종 비난을 받는 선수라는 점이다. 한 샷, 한 샷에 심사숙고를 거듭해야 좋은 샷을 만든다는 걸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편견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골프도 있다. 바로 ‘스피드 골프’다. 스피드 골프는 스코어와 라운드 시간을 합산해서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잘 치면서 동시에 빨리 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여러 개의 클럽을 들고 고민을 거듭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참가 선수는 최소한의 클럽만을 넣은 백을 직접 메고 경기에 나선다. 공을 친 뒤 공이 있는 곳까지 뛰고, 다시 치고, 또 뛴다. 누가 골프의 운동량이 ‘잔디 깎는 것만도 못 하다’고 비웃었던가.

스피드 골프는 골퍼들이 갖춰야 하는 집중력과 흔들림 없는 정신력은 물론 뛰어난 운동 능력까지 필요하다. 그렇다면 스피드 골프의 재미는 어떨까? 인류가 생긴 이래로 속도를 겨루는 경기 중에 재미없는 건 없었다는 걸로 설명이 충분할 듯하다.

스피드 골프가 처음 생긴 건 1979년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육상 선수 스티브 스콧이 29분 33초 만에 18홀(6500야드)을 돌면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해 화제를 모았다. 스콧은 훗날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미국 육상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스콧은 단 2개의 클럽으로 라운드를 했다고 한다. 3번 아이언으로 드라이브 샷, 어프로치, 퍼트를 모두 했는데 16번 홀 나무 아래서 샷을 하다가 클럽이 부러져 5번 아이언으로 바꿔 경기를 마쳐야 했다. 그 와중에 95타를 쳤다고 하니 이 선수의 운동 능력은 실로 ‘어메이징’했다.

스피드 골프대회에서는 보통 골프 스코어와 시간을 합친다. 1분이 1타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예를 들어 40분 동안 80타를 기록했다면 120점이다. 클럽은 한 선수가 최대 7개까지 가져갈 수 있다. 드라이버, 퍼터, 아이언 2개, 웨지 2개 정도가 일반적인 세팅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퍼트할 때 깃발을 뽑지 않고, 한 손으로 퍼트를 하는 스피드 골퍼도 흔하다. 물론 골프백이나 다른 클럽은 그린 밖에 두고 퍼트를 해야 한다.

선수가 라운드 내내 뛰어야 하기 때문에 골프화 대신 러닝화를 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땀이 많이 나니 우천용 방수 장갑을 선택한다.

스피드 골프는 1990년대 이후 스포츠로서 점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처음으로 스피드 골프 세계선수권이 열렸다. 2016년 세계선수권은 미국 일리노이주 글렌뷰의 글렌클럽에서 총상금 4만 달러(약 4400만원)를 걸고 치러졌다. 우승은 52세의 제이미 영(미국)이 차지했다. 그는 첫날 50분 만에 이븐파(72타), 둘째 날 51분 만에 77타를 쳤다. 대학 때 골프 선수로 활동했던 영은 스피드 대신 골프 실력으로 승부했다.

스피드 골프의 국제협회인 ‘스피드 골프 인터내셔널’의 설립자 짐 코시오렉은 “스피드 골프를 해보면 샷을 위해 15초 동안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으니 쓸데없는 생각 없이 그냥 샷을 하게 된다”며 “클럽이 몇 개 없으니까 무슨 클럽을 잡을지 고민도 안 한다. 퍼트 역시 처음 생각한 라이가 대부분 맞다는 걸 깨닫게 된다. 긴 퍼트를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까 2퍼트를 더 자주 성공하게 된다”고 했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다’는 속담처럼 일반적인 아마추어들에게는 너무 뜸을 들이는 골프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골프도, 인생도 그렇다는 걸 스피드 골프가 알려준다.

이경은 기자 jhjh@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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