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경기 후 사라진 최홍만..뒤늦은 사모곡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2017. 12. 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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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서울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격투기 대회장. 최홍만은 이 자리에서 10년여만의 국내 복귀전 승리를 거뒀다. 심판 전원일치의 압도적인 판정승이었다.

하지만 기쁨의 포효도 멋진 포즈도 없이 최홍만은 경기장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승리를 거둔 여느 선수들과 같은, 자신감에 가득찬 긴 인터뷰 또한 없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 만나기를 꺼리는 특유의 성격 때문에 곧바로 숙소로 돌어갔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다음날 아침, 어렵게 통화에 성공한 최홍만은 제주도에 있었다. 병원이라고 했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말과 함께 짧은 통화는 끝났다.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연결된 통화에서 최홍만은 ‘이제 좀 편하시라고, 투병해 오셨던 유방암 수술을 1년 전 받으셨는데 수술 후 합병증으로 인해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셨다’며 울먹였다. 지난 1년간 상태가 호전됐다 악화되기를 반복했지만 며칠 전 병원으로부터 ‘위독하시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6일 제주도 한라병원을 찾았다.

최홍만은 그 큰 몸에도 어쩔줄을 몰라하며 병실 앞만 왔다갔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병실에는 아버지와 형을 비롯해 일가 친척 10여분이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급히 내려왔을 때는 그래도 대화를 나누실 정도는 됐어요. 어떻게 불과 며칠 사이에 이렇게….”

병원에서 말하는 어머님의 병명은 유방암 뒤 진행된 간과 폐, 복막 전이. 길어야 하루 이틀 앞두셨다고 했다.

“젊었을 때 많이 벌기도 했었는데, 이런저런 일로 돈을 많이 모아두지 못 했어요. 지금 많이 후회스럽네요. 어머님이 이렇게 아프신데 뭘 더 해드릴 수 없는 것이 너무 속상해요.”

6일 오전 제주 한라병원 병실에서 만난 최홍만은 어머니 곁을 지키며 연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이충진 기자 hot@khan.kr

최홍만은 어머니께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너무 많다고 했다.

“어머님께 아직 드리지 못한 말이 많은데…, 함께 하고 싶은 시간이 많은데….” 한참 동안 한숨을 내쉬던 최홍만은 힘들게 말을 이었다. “죄송하다는 생각만 가득해요. 저 혼자 힘들다고 자주 연락드리지 못 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어머님께서는 이렇게 아프신데 아들이 힘들어할까봐 내색도 안하셨던거에요.”

친척들로부터 결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부모님께서는 말씀을 꺼내지 않으셨어요. 결혼을 못 해서 아이를 못 안겨드린 것이 속상하죠. 아이가 웃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최홍만이 말을 잇지 못하자 곁에 있던 그의 이모 한 분이 무겁게 말을 꺼내셨다.

“이번 경기에서 홍만이가 이기는 모습을 보시고 정말 기뻐했어요. 우리 아들 이겼다고. 눈을 감으시고 중태에 빠지신 건 경기가 끝나고 바로 다음 날이에요. 홍만이 웃는 모습 보려고 버텨온게 아니신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줄곧 눈물을 훔치며 죄송하다는 말만 읖조리던 최홍만이 자리를 피했다. 병실 밖에서는 곧 최홍만의 참았던 울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버지 최한명씨(69)는 아들에게 차마 어머니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로서, 또 가장으로서 최홍만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홍만이가 가장 역할을 다 해왔어요. 지금 집도 홍만이가 다 마련해 준 거에요. 지난 몇 년간 병원비도 상당했는데 그걸 홍만이가 대부분 다 부담을 해왔어요. 경기 끝나고 내려와서는 한 시간을 어머니하고 울면서 대화를 나누더라구요. (아버지는 아내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많이 죄송했다고. 효도 많이 못 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실 홍만이한테는 말 안했어요. 경기 앞두고 있는 선수한테 어머니 안 좋은 일 얘기하는 것이 그래서…. 홍만이는 전혀 몰랐다가 어머니 그런 모습을 갑자기 보니 얼마나 속이 상했겠나….”

최홍만이 곧 담담한 얼굴로 돌아왔지만 눈물을 훔친 자국이 역력했다.

아버지는 분위기를 바꿨다. 최홍만의 손을 꼭 잡았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번 최홍만의 경기를 함께 지켜봤다고 했다.

“많이 달라졌더라구요. 100%는 아니라고 하는 데 전에 비해 참 보기 좋았어요. 자식 경기 마음 졸이면서 보는 것은 부모들 모두 같겠지만 얘 엄마는 특히 홍만이를 자랑스러워했어요. 집에도 홍만이가 TV나왔던 것들 모두 녹화해서 테이프에 저장해두고는 보고 또 보고했어요. 트로피들도 매일 같이 청소하며 흐뭇해 했는데…. 남들 한테는 얘기 안했지만 홍만이가 처음 천하장사가 되던 날, 경기장에 ‘장사는 너의 것’이라는 글 써서 현수막 만들어 간 것도 어머니 의견이었어요. 또 예전 일본 오사카에서 밥샙을 물리치고 태극기를 몸에 둘렀을 때, 그 때 모습을 평생을 얘기해오던 어머니에요. 우리는 평생을 홍만이 엄마, 아빠로 살아왔어요. 그렇게 홍만이를 자랑스러워 했는데….”

눈물 흘리는 최홍만. /이충진 기자 hot@khan.kr

힘들게 서 있던 최홍만은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또 다시 ‘죄송하다’는 말만 이었다.

“인터넷에서 늘 아들 안 좋은 ‘악플’만 봐오셨을텐데…. 이젠 정말 잘 되려고 하는데 왜 지금….”

어머니께 기적이 일어난다면 꼭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고 했다.

“언제나 묵묵히 옆에서 응원을 해주셨던 어머니세요. 아들 속상할까봐, 우리 아들 아플까봐. 늘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어머니에요. 어머니랑 여행을 가고 싶어요. 사람들 없는 곳에 어머니와 단 둘이요. 사실 온천 가려고 계획도 다 세워놨는데….”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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