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과르디올라 VS 무리뉴는 '축구 철학'의 맞대결이다

조회수 2017. 12. 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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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도 좌익축구와 우익축구가 있다."
다가오는 주말 맨체스터 더비에서 만나는 맨시티(1위) VS 맨유(2위)
'좌익' 축구의 대표자로 각광받는 과르디올라와 그 대척점에 있는 무리뉴
한 경기의 결과를 떠나, 축구 철학의 맞대결로 흥민진진한 두 사람의 맞대결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1, 2위를 달리고 있는 과르디올라 감독과 무리뉴 감독. 두 감독은 축구 철학에 있어 거의 대척점을 이루는 현 축구계의 오랜 '앙숙'이다.
축구에도 좌익축구와 우익축구가 있다.

대뜸 이렇게 말하면 축구팬들께서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이성모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면 더더욱 그렇다.(무섭다!) 그러니 이번 칼럼을 시작하기에 앞서 분명하게 그 팩트부터 분명히 밝히고 가자.

축구에도 "'좌익' 축구와 '우익' 축구가 있다"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아르헨티나의 1978년 월드컵 우승을 이끈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 감독이다. 축구계의 유명한 사상가로 기억되는 메노티 감독이 이 표현을 쓴 이래, 혹은 그 이전부터 이미 축구 감독들과 팀들의 스타일을 일종의 철학적인 사조로 구분하는 시도는 오랫동안 있어왔다.

이번 칼럼에서는, 대관절 이 '좌익축구와 우익축구'라는 것은 어떤 개념인지, 그것이 다가오는 맨체스터 더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면서 축구팬들께서 과르디올라 VS 무리뉴의 맞대결을 다른 각도에서 좀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도록시도해보고자 한다. 

지난 2016년 국내에 발간된 '좌익축구 우익축구'에서 소개한 좌익 축구와 우익 축구의 특징

1. 좌익축구와 우익축구, 도대체 무슨 소린가? 

축구 역사 혹은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좌익축구'와 '우익축구'는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이상주의와 승리지상주의, 공격 위주의 축구와 수비 위주의 축구로 말할 수 있다.(위 이미지 참조) 좀 더 정확한 정의를 소개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에 출간된 축구서적 '좌익축구 우익축구'('원투펀치' 한준희 위원 감수)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우익축구를 한다미로 표현하면 승리지상주의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이 때문에 축구가 본래 지니고 있는 매력을 손상시킨다는 것이 메노티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좌익 축구는 무엇일까? 숏패스를 중심으로 기교적인 공격을 하는 팀인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위에 첨부한 사진 속 인물들과 위 정의를 함께 돌아보면 좀 더 이해가 빠르다.

메노티가 말한 '좌익 축구'에 가장 근접한 축구를 구사하는 현 감독들로는 펩 과르디올라와 아르센 벵거 감독이 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유럽 축구계의 거장인 요한 크루이프가 있다.(크루이프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쓴 자서전에서 그가 말하는 축구 철학에 대한 코멘트와 아르센 벵거, 과르디올라 감독의 코멘트는 놀랍도록 일치할 때가 있다.) 

크루이프, 과르디올라, 벵거 감독은 모두 '과정'을 중시하며 아름다운(혹은 매력적인) 플레이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이상주의'적 축구를 추구하는 감독들이다. 그들은 공격 축구에 치중하고, 축구팬들에게 즐거운 축구를 보여줘야한다는 것을 일종의 사명으로 생각한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축구철학은 큰 관점에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반면, 시메오네 감독, 카펠로 감독, 그리고 무리뉴 감독 등으로 대표되는'우익 축구'의 경우 이들은 그 어떤 것에도 불구하고 '승리'가 최고의 가치라고 믿는다. 승리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때로는 '버스'를 세운다고 표현되는 방식으로 '절대적인 수비축구'를 가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승리야말로 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과정이 아닌 결과로 말하는 사람들이다. 

* 참고로 이 칼럼에서 언급한 책 '좌익축구 우익축구'의 저자는 무리뉴를 '중도'로 소개했으나, 이 책의 감수를 맡은 한준희 위원은 '중도 우파'로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나 역시 같은 기준으로 분류할 때 그를 '중도 우파' 혹은 '우파'의 대표자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2. 벵거 VS 무리뉴에서 과르디올라 VS 무리뉴로 

그런데, 대관절 우리가(특히 독자 여러분이) '좌익축구와 우익축구'의 구분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과르디올라와 무리뉴가 각각 대표하는 거의 정반대에 있는 두 사람의 '축구 철학'그리고 그들과 궤를 같이 하는 그들 이전의 감독들(이를테면 크루이프, 카펠로 등과 같이)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 두 사람의 맞대결을 본다면 그것은 한국의 축구팬들이 단순히 1위 맨시티 대 2위 맨유의 맞대결이 아닌 그 이상의 승부를 보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과르디올라 대 무리뉴의 축구를 개개인 감독간의 대결이 아니라 축구 철학간의 충돌로 지평을 넓혀서 해석할 경우, 두 감독의 대결은 벵거 감독 대 무리뉴 감의 오랜 앙숙 관계와도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르디올라 감독 대 무리뉴 감독의 대결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그보다 약 10여 년 전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펼쳐졌던 벵거 감독 대 무리뉴 감독의 대결구도에 대해 돌아보자.

과르디올라 VS 무리뉴 이전부터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앙숙 관계를 형성했던 벵거 감독과 무리뉴 감독. 완벽하게 상반되는 두 감독의 축구 철학을 생각해보면, 두 사람이 앙숙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아스널을 이끌고 전성기를 누렸던 것은 2000년대 초기였고 특히 2003/04시즌 그가 달성했던 무패우승은 축구 역사에 길이남을 대업이었다. 1996년 아스널 감독에 부임한 후로 벵거 감독의 경쟁상대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었고 두 사람이 한 때 이뤘던 맨유 대 아스널의 '양강체제'에서 축구 철학의 맞대결이 부각된 적은 별로 없었다.(그것도 그럴것이, 퍼거슨 감독은 벵거 감독과 유사한 '좌익 축구'의 구사자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벵거 감독이 2003/04시즌 무패우승을 달성하며 마침내 아스널의 시대가 오는 것만 같았던 바로 그 직후의 시즌에 첼시 감독에 부임한 무리뉴 감독이 무패우승 아스널보다 5점이 더 많은 승점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승점 95)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축구 이상주의와 결과 지상주의, 공격 축구와 수비 축구의 신봉자들간의 대립각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어쩌면 과르디올라보다도) 이상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감독이었으며 무리뉴 감독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결과'로 말하는 감독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두 사람이 이후 프리미어리그 내 최고의 앙숙이 된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으며, 그 두 사람의 맞대결에서 거의 매번 무리뉴가 승리를 거두는 동안 벵거의 아스널은 단 한 차례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 두 사람의 대결구도에서, 벵거가 표방하는 '축구 이상주의'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무리뉴 감독이 상징하는 '결과 지상주의'에 번번히 패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묘하게도, 바로 지난 주 있었던 아스널 대 맨유의 맞대결에서도 아스널은 좋은 경기를 했지만 결국 승리를 챙긴 것은 맨유였다.

그리고 또 한 번 묘하게도, 벵거 감독의 아스널을 꺾은 맨유의 다음 상대자는 벵거 감독과 아주 유사한 축구 철학을 갖고 있지만, 좀 더 현실에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인 것이다. 

아직 두 팀의 맞대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잉글랜드 언론에서는 이미 과르디올라 VS 무리뉴에 대해 보도중이다.(데일리메일 12월 4일자) 
최근 영국 '데일리미러'에서 무리뉴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 중 누가 더 뛰어난 감독인지에 대해 투표한 투표결과. 과르디올라 감독이 근소한 차이로 더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3.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 주제 무리뉴의 인터 밀란

이제 본격적으로 주말에 맞대결을 펼칠 과르디올라 감독 대 무리뉴 감독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이 칼럼에서 소개한 책 '좌익축구와 우익축구'에서 저자는 메노티 감독의 말을 빌어 이런 질문을 던진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축구가 대체 누구의 가슴속에 각인된다는 말인가? 조세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에서 트레블을 달성했지만, 지금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결과만을 추구하는 축구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 말을 들으면, 혹은 메노티 감독의 말을 들으면 언뜻 과르디올라의 '좌익축구'는 옳고, 그에 반하는 무리뉴의 '우익 축구'는 잘못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실제로, 최근 한동안 인터 밀란 시절의 무리뉴 감독의 이야기가 국내에 회자된 적이 있었을까?) 

그러나, 메노티 감독의 이 의견은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본인 자체가 축구 뿐 아니라 정치적인 성향에서도 스스로 '좌익'이라고 천명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칼럼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좌익축구가 옳고 우익축구가 그르다거나 혹은 그 반대가 아니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 혹은 그 스타일의 축구를 좋아하거나 무리뉴의 맨유 혹은 그 스타일의 축구를 존중하는 것은 오롯이 축구팬들의 선택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그 두 가지 서로 다른 축구 철학이 계속해서 경쟁을 벌여가는 속에 축구가 더 발전하고 있으며 축구팬들이 눈으로 목격하는 포메이션의 변화, 시스템의 변화, 축구 트렌드의 변화 그 내면에는 바로 이와같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축구 철학의 싸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칼럼에서는 곧 맞대결을 벌일 과르디올라 VS 무리뉴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으나, 안토니오 콘테(이 책에서 '극우'로 분류된) 대 벵거의 대결 및 클롭 대 과르디올라의 대결에서도 그 감독들의 축구 철학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를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축구를 즐기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순위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맨시티와 맨유. 

4. 정상에서 격돌하는 '좌익' 과르디올라와 '우익' 무리뉴

2017년 12월 5일 현재,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는 15전 14승 1무라는 완벽한 성적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이는 같은 시점에서 비교할 때 2003/04 아스널의 무패우승 때보다도 뛰어난 성적이다), 그 뒤를 무리뉴 감독의 맨유가 쫓고 있다. 

만약 이 경기에서 맨시티가 맨유에 '승리'할 경우 (즉 승점 3점을 가져갈 경우) 나는 아직 시즌이 이르지만 맨시티가 리그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80%에 육박한다고 예상한다. 현재 맨시티의 폼은 그런 이른 시점에서의 예상이 가능할 정도로 비정상적일만큼 뛰어나며 거의 유일한 추격자라고 보여지는 맨유까지 꺾는다면 그 기세는 누구도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맨시티가 맨유에 이긴다면, 이번 시즌 EPL 최고의 화두는 누가 우승팀이냐가 아니라 맨시티가 무패우승을 하느냐 아니냐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맨유가 이긴다면 맨시티 대 맨유의 승점 차이는 불과 5점 차이로 줄어들며 남은 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박빙이 될 것이다. 맨유로서는 14승 1무를 달리던 맨시티를 꺾는데서 단순히 1승 이상의 자신감과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좌익 축구'의 특징으로 공격 축구를 들었고, '우익 축구'의 특징으로 수비 중심의 축구를 설명했다. 묘하게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는 현재까지 리그 내 득점 1위(46 득점)를 달리고 있고, 무리뉴 감독의 맨유는 최소실점 1위(9실점)을 달리고 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시절부터 이미 치열한 경쟁관계를 이어왔던, 축구 철학에 있어서 거의 반대편의 사조를 대표하는 두 감독이 현재 잉글랜드의 맨체스터라는 한 도시의 두 팀을 이끌고 격돌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주말 경기에서 '좌익'이 승리할지, '우익'이 승리할지는 지금 미리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맨시티 대 맨유, 과르디올라 대 무리뉴의 맞대결은 단순한 우승 경쟁팀의 맞대결이 아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축구 철학 사조 각 진영을 대표하는 두 감독의 맞대결은 '축구 철학'의 맞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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