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토리] 누가 강민호를 대신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17. 11. 29. 09: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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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는 삼성과 4년 80억 FA계약을 마쳤다. 더이상 “롯데의 강민호”는 없다. 그의 빈자리는 얼마나 클까.

강민호는 리그 최고 득점기여도를 가진 타자였다.

첫 FA였던 지난 4년 동안 강민호 타격은 1791타석 OPS.917(홈런93)이다. 일단 1500타석+ 타자 중 OPS 8위다. 그런데, 타석에 서는 9명은 9개 각 포지션 1명 씩으로 짜여진다. 따라서 야수의 실질적 공격기여도는 다른 팀 동 포지션과 차이에서 만들어진다. 강민호는 포수이고 포수의 공격력을 대체로 매우 낮다.

같은 기간 리그전체 포수 타석수는 20,883번이고 OPS .703이다. 강민호는 포수로 1671타석에 섰는데 이때 성적이 OPS.926로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이 둘의 차이를 동 포지션 평균대비 득점생산력(RCAA)으로 계산하면 4년 합계 136점이다. 여기에는 강민호 커리어로우에 해당할 14시즌 기록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1년 34점 꼴이다. 

1년 당 34점이 그가 같은 포지션 평균보다 더 많이 기여한 팀득점인데, 전 포지션 통틀어 최형우 다음 2위다.  3위는 양의지, 4위 김태균, 5위 최정으로 이어진다. 김태균, 최정이 강민호, 양의지보다 뒤인 것은 포지션의 평균공격력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석에 사용된 리그포수 평균 공격력에는 독특한 배경이 있다.  강민호와 양의지 둘이 리그평균을 엄청나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둘을 제외하고 계산한 평균은 OPS.664 밖에 안된다.  이걸 기준으로 비교하면 강민호의 득점생산력+ 는 1년 44점 정도로 더 커진다.

롯데에는 이제 포수 강민호가 없다.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우선 내부 자원을 쓰는 방법이 있다. 4년 동안 롯데의 포수 타석은 2302번인데, 그중 631타석을 강민호 아닌 다른 선수가 채웠다. 이들 중 이적했거나(장성우) 은퇴했거나(용덕한) 군복무 중인(김준태) 경우를 제외하고, 내년 출전가능한 선수들의 4시즌 평균 OPS는 0.598 이다. 강민호가 책임지던 1671타석을 그와 같은 수준 공격력으로 대체할 경우 예상되는 팀 득점 감소는 한 시즌 -53.8점에 이른다.   

트레이트를 통해 보강할 수 있을까? 경쟁팀 주전포수를 뺏어올 수도 없거니와 그럴 수 있다해도 강민호 공격력을 메꿀 방법은 없다. 비슷한 수준은 양의지 밖에 없으며 실은 KBO리그 역대로 범위를 넓힌다 해도 이만수, 박경완, 김동수를 제외하면 그런 포수는 없었다.

강민호를 대신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강민호의 공격력을 포수 포지션의 다른 선수가 대체할 가능성은 극단적으로 희박하다. 따라서 팀 공격력에서 공백을 메우려면 다른 포지션에서 해줘야 한다. 손아섭 잔류는 팀 입장에서 큰 다행이지만 현상유지일 뿐 플러스 요인은 아니다. 

그래도 한숨 돌린 것은 FA외야수 민병헌(17년 OPS.834, 포지션 RCAA +5.1점) 계약이다.  김문호(17년 OPS.728, 포지션 RCAA -10.3점)를 대체할 수 있다. 이걸로 롯데는 +15.4점을 얻는다. 하지만 아직 한참 모자라다.

FA 2루수 정근우(OPS.861, 포지션 RCAA +16.2점)와도 계약을 하고 대신 외국인타자 슬롯을 2루수 번즈(OPS.859, 포지션 RCAA +14.7점)에서  1루/지명타자 포지션으로 바꾼다.  새로 영입할 외국인타자는 17년 다린 러프(OPS.965, 포지션 RCAA +20.3점) 수준의 성적을 내는 걸로 가정한다.  17년 롯데는 지명타자 포지션 공격력에서 10개팀 최하위였기 때문에 여길 보강하는게 그래도 대체효과가 가장 크다.  

이게 전부 실현될 경우, 좌익에서 +15.4점, 2루에서 +1.5점, 1루/지명에서 +35점을 얻는다.  실현가능성을 잠시 잊고 맞춰볼 수 있는 가장 나은 퍼즐이다.  이걸 전부 합치면 강민호가 팀 내 기존선수로 대체되며 잃는 -53.8점과 비슷한 공격력을 얻게 된다.  물론 대체선수 수비능력이 강민호보다 나빠서 생기는 손실은 별개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가.  혹시 가능하다고 해도 투자금액을 롯데가 감당할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있다면 강민호를 잔류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금액에 얼마를 더 얹어야 할까.

수비자원으로서 강민호

물론 포수라는 포지션을 공격력 만으로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강민호는 수비도 잘하는 포수다.

도루저지율은 최근 4년 평균 31.3%로 리그평균 28.44%보다 높고 1500이닝+ 포수 중 3위다. 1위는 박동원 34.1%, 2위가 김태균 31.9%다. 필딩도 괜찮다. 100이닝 당 실책 0.78개인데 1500이닝+ 포수 중 4위다. 김태군, 차일목, 유강남 다음이다.

롯데의 17시즌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으로 대표된다. 강민호는 그들과 함게 팀 ERA 3위를 이끈 주전포수다.

물론 모든게 완벽하진 않다. 포일(패스트볼)이 좀 많다. 리그평균이 100이닝 당 0.68개인데 강민호는 0.84개로 그보다 많다. 굳이 흠을 잡자면 블로킹에 약점이 있다. 그런데 이게 얼만큼 큰 약점일까?

리그에서 포일 제일 적은 포수가 김태군인데 100이닝 당 0.29개다. 시즌 풀타임 꽉꽉 채워서 1000이닝에 나올 경우 강민호가 5.5개 더 많은 포일을 허용한다. 리그평균과 비교하면 1.6개 많다. 포일 하나의 득점가치는 0.29점 내외다. 그렇다면 강민호가 1시즌 1000이닝 동안 포일 때문에 허용하는 실점 예상치는 리그평균보다 0.46점 많고 포일 최저1위 김태균보다 1.60점 많다. 그런데 홈런 1개의 득점가치가 2.3점이다. 강민호가 4년동안 김태군보다 홈런을 3개 만 더 치면 포일이 많은 것으로 생긴 손실을 다 만회한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무엇”을 찾고 싶다면 강민호에게 그런게 있긴 있다. 너무 미미하고 사소해서 "보이지 않을" 약점이다.

게다가 강민호는 다른 강점을 가졌다.  견제능력이 리그 최상이다.  100이닝 당 0.36개의 견제사를 잡는데, 포일 1위 김태균은 100이닝 당 0.16개로 한참 뒤쳐진다. 공격력 말고 강민호의 주자견제 능력만으로도 포일의 약점 상당부분이 상쇄되는 것이다. 

나이가 좀 많다는 것도 약점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4시즌 동안 강민호는 김태군(3764.2이닝) 다음으로 많은 3346.2이닝을 소화한 내구력 최상급 포수다. 올해 만 따질 경우 1032.2이닝으로 포수이닝 1위이며 유일한 1000이닝+ 포수다.


강민호의 공격력은 논할 대상이 아니다. 당대 포수 뿐 아니라 역대 포수 중에도 비교대상을 찾기 어렵다. 수비력에서도 종합 평균이상이며 주자견제능력은 상급이고 최근까지 보여준 내구성은 최상급이다.

난데없는 불운이나 망외의 행운을 배제한다면 결론은 굉장히 단순하다. 포수 강민호의 공백은 대체할 수 없다. 혹 대체하려 한다면 강민호에 지불했어야 할 값보다 휠씬 더 많은 출혈이 필요하다. 

미래의 일은 모른다. 하지만 이런 포수가 1-2년 안에 당장 수비력에 치명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과,  공수 모두에서 한참 뒤떨어지던 백업선수가 각성해서 강민호급 포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일까.

이적시장은 아직 열려있지만, 오랬만의 가을야구를 팬들에게 선사한 롯데자이언츠의 오프시즌은 칭찬받기 어려워졌다.  팀내 대형FA 두 명 중 굳이 우선순위를 따져야 했다면 그것은 손아섭이 아니라 강민호였다.  둘다 최고의 선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익수는 대체가능자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포수는 아니다.  강민호는 대체불가 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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