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없는 류중일 감독, LG 선수단에 던진 메시지는?

서장원 2017. 11. 2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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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류중일 신임 감독 취임식을 열고 2018시즌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취임식에는 신문범 LG스포츠 대표이사와 양상문 단장, 진혁 경영지원실장을 비롯한 프런트와 선수단 대표로 주장 류제국, 박용택, 차우찬 등이 참석하여 류중일 감독의 취임을 축하했고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류중일 신임감독이 취임식을 마친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그야말로 인정사정 없는 류중일 감독이다. LG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단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본 고치에서 진행되고 있는 LG의 마무리 캠프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선수들은 연일 고강도의 훈련을 소화하며 다음 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들이 기를 쓰고 악착같이 훈련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류 감독은 LG 부임 직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LG가 한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야구인으로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잘 정비해서 LG가 정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후 이천 챔피언스필드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 뒤 “반쪽짜리 선수가 대부분”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마무리 캠프에서 훈련과 최대한 많은 실전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 파악과 실력 향상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고치로 향했다.

고치에서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기서 내가 쓸 선수를 고르겠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금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마무리 캠프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확인한 후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을 다음 시즌 내내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바꿔 말하면 마무리캠프에서 눈 밖에 난 선수들은 시즌 동안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다. 류 감독의 묵직한 메시지를 받은 선수들은 한시도 훈련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귀국을 6일 앞둔 22일, 고치 캠프에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베테랑 정성훈과 더불어 손주인, 이병규, 유원상, 백창수가 2차드래프트를 통해 한꺼번에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특히 손주인과 이병규는 2차 드래프트 당일까지도 고치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기에 함께 땀을 흘리던 다른 선수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베테랑 선수들이 한꺼번에 팀을 나간다는 소식을 접한 선수단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23일 예정된 훈련도 침묵 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선수들은 앞서 류 감독이 전한 메시지를 다시금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류 감독이 직접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본 손주인과 이병규가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의 기량이 류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는 자신들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언제든 전력 외 통보를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심어졌다.

젊은 유망주들이 팽팽한 긴장감과 위기의식 속에서 스스로를 갈고 닦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인다면 단기간에 잠재력을 폭발할 수 있다. 동시에 선수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면서 결과적으로 팀의 전력 상승을 이끌어 낼수도 있다. 베테랑을 대거 정리하며 세대 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류 감독의 노림수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6시즌 후반기 LG가 보여준 반등의 힘도 리빌딩 바람 속에 기회를 부여받으며 새롭게 치고 올라온 젊은 선수들에게서 나왔다.

물론 LG가 단행하고 있는 급격한 리빌딩 작업에는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베테랑 선수는 단기적으로는 젊은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주는 구실을 할 수 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을 때도 말 한 마디와 행동 하나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존재가 베테랑이다. 젊은 패기로 팀 컬러를 구축하는 것도 좋지만 구심점이 될 베테랑이 없다면 팀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 좀처럼 헤어나기가 어렵다. 산전수전을 겪어낸 베테랑들의 축적된 경험을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이어가기도 어려워졌다. 의지할 곳을 잃은 젊은 선수들이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과 심리적인 부담에 시달리며 더 위축된 모습을 보일 경우 강제 리빌딩의 거센 후폭풍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

2차 드래프트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류 감독의 개혁 드라이브가 다음 시즌 LG를 어떻게 변모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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