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FA 계약, '진정성'은 돈이 아닌 매너와 타이밍

유병민 기자 2017. 11. 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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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가 삼성으로 전격 이적했습니다.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40억 원, 연봉 10억 원 등 총 80억 원 규모로 푸른색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삼성 구단은 “리빌딩을 기조로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제 다시 한 번 도약을 위해 중심을 잡아줄 주력선수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포지션의 중요도와 경험, 실력을 두루 갖춘 강민호를 영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삼성 구단이 강민호와 계약을 발표하기 3분 전. 롯데 구단 역시 보도자료를 내고 강민호와 협상이 결렬됐다고 알렸습니다. 흥미로운 건 롯데가 제시한 조건이 삼성과 같은 4년 80억 원이라는 점입니다. 강민호가 ‘자이언츠’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그의 선택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 발표 직후 연락이 닿은 강민호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먼저 “계약 조건은 80억 원이 맞다”고 밝힌 그는 “15년 동안 뛰었던 팀에서 변화를 준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삼성에서 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줬다. 다가오는 그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삼성에서 저를 필요로 한다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협상을 대하는 진정성에서 차이가 좀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드릴 수 없지만, 돈 때문에 결정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FA 계약을 마친 선수는 소감에서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습니다. 강민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자는 강민호가 느낀 진정성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지난달 기자와 나눈 이야기를 시작으로 FA 계약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기자는 지난달 강민호를 만나 FA 계약과 관련해 물었습니다. 그러자 강민호는 “롯데에 남을 거다. 갈 곳도 없다”며 웃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4년 전과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다. 내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롯데는 조원우 감독과 재계약에 집중할 시기였습니다. 구단 측은 “조원우 감독과 재계약이 우선”이라며 “FA 시장이 열리면 내부 FA 선수들을 붙잡는데 집중할 것이다. 이전 같으면 내부 FA 선수와 식사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올해는 하지 않고 있다. 에이전트와 협상을 하다 보니 선수와 직접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만나는 건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 8일 FA 시장이 열린 뒤에도 롯데와 강민호의 FA 협상은 지지부진했습니다. 참고 기다리던 강민호는 지난 주 구단 사무실을 찾아갔고, 먼저 “롯데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구단 측은 강민호에게 “에이전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상 규모가 20~30억 원이 되는 강민호를 데려갈 팀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우선 손아섭과 협상에 집중했습니다.

롯데와 강민호 사이에 이상 기류를 감지한 삼성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강민호를 만나 오랜 시간 동안 영입 이유를 설명했고, 4년 전 첫 FA 때보다 5억 원 오른 보장금액 80억 원을 제시했습니다. 삼성의 제안을 받은 강민호는 다시 롯데 구단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삼성에서 4년 80억 원을 제시했다. 마음 흔들리고 싶지 않다”며 롯데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롯데는 강민호에게 확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삼성 측에서 “보상 규모를 감안하면 우리도 큰 결정을 한 것이다. 빨리 계약을 하고 싶다”고 더욱 더 구애를 펼쳤습니다. 결국 강민호는 부산이 아닌 대구에서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습니다.

강민호의 삼성 이적은 롯데의 안일한 생각과 함께 에이전트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강민호의 에이전트는 손아섭도 함께 담당하고 있습니다. 롯데 구단은 손아섭과 강민호의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려고 했지만, 에이전트 측은 한 명씩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롯데는 손아섭에게 우선 집중했고, 강민호를 다음으로 생각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에이전트 측은 강민호의 시장가치를 알아봤습니다. 때마침 삼성에서 만남을 요청했고, 이에 응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에이전트 입장에선 시장 가치를 평가 받고 협상을 매듭짓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강민호의 삼성 이적은 에이전트가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롯데를 대표하던 강민호의 이적 소식에 부산 팬심은 요동쳤습니다. 강민호를 놓친 롯데 구단에 대한 원망, 14년 몸담은 팀을 떠난 강민호에 대한 원성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강민호는 모든 걸 감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받아온 사랑을 돌려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부산에서 받은 사랑을 항상 기억하고, 야구하면서 평생 잊지 않겠다. 그라운드에서 강민호라는 선수가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병민 기자yuball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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