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3장 포기, 선동열이 선택한 '최고의 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이 19일에 막을 내렸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대회였다. 24세 이하 혹은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젊은 국가대표팀이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열전을 펼쳤다.
한국은 3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와일드카드 없이 출전한 나라다. 선 감독은 대회 구상 단계부터 "와일드카드 없이 참가하겠다"는 결심을 이미 굳힌 바 있다. 최종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와일드카드는 한국이나 일본보다 대만의 전력을 고려해 만든 장치다. 일본도 와일드카드 없이 대회에 나올 것 같다. 우리 역시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만은 예상대로 가장 먼저 천관위(27·지바 롯데)·천위신(28·라미고)·양다이강(30·요미우리)과 같은 베테랑 선수들을 와일드카드로 뽑았다. 예상 외로 일본도 와일드카드 세 명을 대표팀에 포함시켰다. 투수 마타요시 가쓰키(27·주니치) 포수 카이 다쿠야(25·소프트뱅크), 내야수 야마카와 호타카(26·세이부)다. 선 감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을 밀어붙였다. "우리 젊은 선수들 가운데 도쿄돔을 경험해 본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젊은 선수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에는 확실한 '명분'이 생겼다. 대만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천관위를 17일 한국전 표적 선발로 내보냈다. 천관위는 5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내면서 한국 타선을 괴롭혔다. 일본은 아예 4번 타자와 주전 포수 자리에 와일드카드를 사용했다. 16일 한국전에서 포수 카이는 발 빠른 한국 선수들의 기동력을 저지했고, 4번 타자 야마카와는 한국이 4-1로 앞선 6회말 공격에서 스코어를 1점 차로 좁히는 2점홈런을 때려 냈다. 일본은 와일드카드 선수들의 힘으로 첫 경기 역전승을 일궜다.
한국은 달랐다. 엔트리 전원을 대회 취지에 맞는 선수로 발탁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과 2020년 올림픽에서 활약할 대표팀의 '미래'를 발굴한다는 목표에 충실했다.
그 결과 향후 대표팀의 10년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국가대표 간판들을 여럿 발굴했다. 대만전 결승 3루타를 친 이정후(넥센)는 '이종범의 아들'로 일본과 대만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일본 감독은 한국 선발투수 장현식(NC)의 호투에 혀를 내둘렀다. 대만 감독은 "임기영(KIA) 같은 투수는 대만에 없다"고 했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장필준(삼성), 리드오프로 맹활약한 박민우(NC), 유격수 4번 타자 김하성(넥센)도 확실하게 존재감을 알렸다.
선 감독은 일본과 첫 경기에서 석패한 뒤 "우리 젊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했다고 본다. 실수도 나왔고, 긴장해서 다리가 잘 떨어지지 않는 선수도 봤지만 우리 선수들이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고 했다. 대만전을 앞두고는 "솔직히 일본까지 와일드카드를 쓰는 모습을 보고 '나도 써야 했나' 하고 잠시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선수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처음의 의도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털어놓았다.
국제 무대가 낯설기만 했던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스스로의 이름을 알리고 값진 경험을 쌓았다. 와일드카드를 포기하고 젊은 선수 세 명에게 더 기회를 준 한국도 그만큼 더 큰 자부심을 얻었다.
도쿄=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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