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의 UFCexpress] UFC 베테랑들의 엇갈렸던 명암

조회수 2017. 11. 18. 16: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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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개최되었던 UFC대회는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노련함을 살려 승리를 챙긴 사람들도 있었고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하며 패배의 쓴맛을 삼켜야 했던 이들도 있었는데 오늘 칼럼에서는 이 날 출전했던 베테랑들의 엇갈렸던 명암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타이틀전이 눈 앞 에 보인다! 더스틴 포이리에

‘응?포이리에가 베테랑이야?’라 생각하시는 팬 분들도 계실 겁니다. 89년생이라는 어린 나이기에 노장이라는 칭호를 쓰기는 어색하지만, 2010년 이래로 UFC 및 WEC에서 무려 21전을 치러왔으니 경험만 놓고 보면 베테랑이라 부르기에 충분하죠.

오랫동안 페더급 선수로 활약했던 포이리에는 코너 맥그리거에게 커다란 KO패를 당한 후 다시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올려 활동하고 있는데,마이클 존슨에게 한 번 발목을 잡혔던 것 외에는 계속 순항 중입니다.이번 대회에서는 메인이벤트에 나서 전 챔피언 앤소니 페티스를 잡아내며 최종 목표인 타이틀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파이터로서 포이리에의 가장 큰 매력은 상대와 정면으로 부딪혀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많은 전문가들은 신인 시절부터 이 점 때문에 포이리에는 대스타가 되기에 자질이 충분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이번 페티스 전에서도 그‘싸움꾼 기질’이 빛을 발했습니다.

화려한 타격을 특기로 하는 페티스와 정면으로 치고받아 눌러버린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바비 그린을KO시키는 포이리에의 모습

한 발자국 더 깊이 들어가 보면, UFC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기술도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포이리에는 명문 아메리칸 탑 팀의 코치들과 훈련 시스템 덕분에 그런 점에서도 늘 앞설 수 있는 거라 힘주어 얘기하곤 합니다.

포이리에가 전 챔피언 로비 라울러, 요안나 옌드레이칙이나 현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 아만다 누네스 등 여러 챔피언들을 길러내며 주가를 드높이고 있는ATT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던 건 정찬성 선수에게 패배를 당한 직후였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 느껴 고향을 떠나 플로리다로 이주를 해 ATT에 들어갔던 건데 그 어려운 결정을 지지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지금까지도 입에 달고 산다고 하네요.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그렇듯 포이리에도 이제 훈련 중 고강도의 스파링은 최소로 줄이고, 반복 기술 연습 특히 수비 훈련에 힘을 많이 쏟는다고 합니다.

포이리에는 이번 페티스 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에디 알바레즈 vs 저스틴 게이치 전 승자와 붙어 이긴 후 타이틀전을 치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가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긴 하지만,그와 상관없이 포이리에의 상승세는 무시무시합니다.다음 상대가 알바레즈든 게이치든 명승부는 이미 예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은퇴하기엔 내가 아직 너무 강한가? 맷 브라운

김동현 선수와의 대결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맷 브라운은 이번 대회에서 은퇴전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경기에서 또다른 베테랑 디에고 산체스를 무시무시한 엘보우 한 방으로 너무 멋지게 이긴 탓인지 은퇴 결정이 좀 흔들리는 듯합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브라운은 마약 중독자 출신입니다. 그의 별명은 죽지 않는다는 뜻인 ‘Immortal'인데, 최악의 마약 중 하나로 알려진 헤로인 과다 투여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살아난 일화 때문에 친구들이 붙여준 겁니다. 종합격투기를 시작한 후 비로소 마약 중독을 극복할 수 있었고 UFC에서는 2008년부터 활동해 왔습니다. 항상 화끈한 경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고,한 때 7연승 행진을 달리며 타이틀전 문턱까지 갔었지만 벨트와는 인연이 닿지 못했죠.

에릭 실바 전에서의 맷 브라운

브라운은 이번 경기를 치르기 몇 달 전 은퇴전이 될 거라 공식 선언을 했지만, 경기 며칠 전부터는 그 결심이 흔들리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고 경기 후에도“지금 내 주위에서는 은퇴하라는 이들보다 계속하라는 사람들이 더 많다” 라는 애매한 얘기를 한 상태입니다.

이 틈을 타 웰터급의 경쟁자들 중 한 명인 시야르 바하두르자다가 SNS로 한 판 붙자는 도발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은퇴시켜 줄테니 경기장에 부인과 아이들은 데려오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협박(?)도 함께였죠. 브라운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네요.


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드레이 알롭스키

보통 UFC 선수들은 3연패를 당하면 퇴출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무려 5연패의 늪에 빠져 있다가 마침내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전UFC 헤비급 챔피언 안드레이 알롭스키였죠.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알롭스키는 2000년대 초중반 UFC헤비급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노장입니다.그 후 UFC를 떠나 어플릭션, 엘리트XC, 스트라익포스 등 미국의 다른 큰 단체들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했는데 네 번이나 연속 KO패를 당하며 부진의 늪에 빠지기도 했었고 턱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죠. 이 때 알롭스키를 잡아 줬던 게 명코치 그렉 잭슨과 마이크 윙클존이었다고 합니다.

모두들 알롭스키가 끝났다고 고개를 저었을 때 이 둘은 포기하지 않고 알롭스키의 훈련을 계속 도왔고, 결국 2014년 알롭스키는6년 만에 UFC로 돌아오게 되죠.

알롭스키는 UFC컴백 후 4연승 행진을 달리며 오래 전 허리에 둘렀던 UFC헤비급 챔피언 벨트에 가까이 가는 듯 했지만 현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에게 당한 패배를 시작으로 다섯 번이나 연속으로 패배를 기록하며 또다시 퇴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대회에서 신예 주니어 알비니를 제압하며 부활한 겁니다.

초반에는 알비니의 젊음과 파워에 당황하는 기색도 있었지만 펀치의 힘을 빼고 더 많이 움직이며 영리하게 포인트를 쌓아나가 판정승을 거두었습니다. 상대 스타일에 맞춰 경기 중간 이렇게 작지만 중요한 전략 전술의 변화를 줘 게임의 흐름을 바꾼다는 것이야말로 베테랑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가라 할 수 있겠죠.

비록 연패의 늪에서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알롭스키가 다시 챔피언벨트를 감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팬들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스티페 미오치치, 알리스타 오브레임, 파브리시오 베우둠, 케인 벨라스케즈로 이어지는 헤비급 최상층이 너무 두꺼우니까요. 그래도 알롭스키의 모습을UFC에서 계속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행복하네요.


무너진 명승부 제조기,조 로존

이 날 메인 카드 첫 경기에 조 로존 vs 클레이 구이다 전을 배치한 매치메이커 션 셸비의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15분 내내 치고 받아 경기장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라는 거였죠. 하지만 클레이 구이다의 펀치에 로존이 KO되며 이 경기는 예상보다 너무 빨리 끝나고 말았네요.

북미 미디어에서 조 로존은 흔히 MMA의 아투로 가티라 불립니다. 가티는 역사상 가장 화끈했던 복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인데 그의 이름이 별명에 붙을 정도로 로존 역시 늘 뜨거운 명승부를 만들어 냅니다. 이제까지 UFC에서 수상한 보너스만 무려 15회니, UFC의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불꽃같은 남자라 불릴 만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로존은 예상보다 너무 쉽게 무너졌습니다. 특히 상대 구이다는 펀치로 상대를 KO시킨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이기에 팬들의 놀라움은 더 컸습니다. 매 경기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좀비처럼 밀고 들어가 종료 직전까지 서브미션을 노리는 걸로 유명한 로존이었지만 이번 KO패로 드디어 맷집에 한계가 온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로존의 경기 스타일을 찬찬히 살펴보면 젊은 UFC선수들과 대적하기에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펀치력이 강력한 것도 아니고 레슬링이 뛰어나지도 않은데다 체격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서브미션 기술이 특기긴 해도 젊은 UFC선수들의 주짓수 기술이 워낙 상향평준화되어 탭을 받아내는 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결같이 본인의 게임을 고수하며 명승부를 만들어 내기에 로존의 구식 스타일이 빈티지 자동차처럼 더욱 빛나는 게 아닐까요.

다음 경기에서는 또 멋지게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패의 늪에 빠진 디에고 산체스

어찌 보면 로존과 비슷한 명승부 제조기 캐릭터인 디에고 산체스도 이 날 뼈아픈 패배를 맛봤습니다. 위에 언급한 맷 브라운의 은퇴전 제물이 되고 말았는데,이제 산체스의 은퇴에 대한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개성있는 파이터 디에고 산체스

산체스는 사실 UFC선수들을 통틀어 상당히 많은 돈을 번 축에 속하는 선수일 겁니다. UFC를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인 리얼리티 쇼 ‘얼티밋 파이터’의 첫 번째 시즌에 출전해 우승한 후 화끈한 경기력과 독특한 매력으로 스타덤에 올랐었으니까요. 하지만 초심을 잃고 술, 담배, 마약 등에 빠져든 데다 친한 친구에게 사기까지 당해 모든 돈을 날리고 파산 신청까지 했습니다.

거기다 오래 키워온 아들이 친자 확인 과정에서 친자식이 아닌 걸로 밝혀지는 등 삶의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종교를 갖고 마음을 다잡아 이를 극복한 후 고향 팀인 그렉 잭슨 캠프로 돌아와 피땀을 흘리며 제2의 전성기를 노려왔지만 이제는 확실히 커리어의 종착역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산체스의 최근 패배들에서 걱정이 되는 건 KO패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산체스는 오래 전 BJ펜과의 타이틀전에서 당했던 과다한 출혈로 인한TKO패 외엔 제대로 된KO패가 없었을 정도로 강철 맷집을 자랑했던 선수인데 최근 조 로존, 알 아이아퀸타 전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큰 KO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로존과 마찬가지로 산체스도 늘 화끈한 경기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선수지만, 본인의 건강도 팬들의 사랑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깊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네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앤소니 페티스

이 날 베테랑들의 패배 중 가장 비참했던 건 바로 전 라이트급 챔피언 앤소니 페티스가 탭을 치던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페티스의 최근 경기들을 보면 과연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감도 잡히지 않을 정도입니다.끝없는 추락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맥스 할로웨이에게KO패를 당했던 페티스의 모습

몇 년 전만 해도 페티스는 UFC에서 가장 핫한 챔피언이었습니다. 유명한 ‘쇼타임 킥’ 등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화려한 기술들을 UFC 옥타곤 안에서 구현해내며 새로운 차원의 파이터로 칭송 받았고 마이클 조던, 무하마드 알리, 타이거 우즈 등 스포츠 슈퍼스타들의 계보를 이어 유명 시리얼 ‘위티스’의 박스 모델에 발탁되기도 했었죠.

페티스의 상징과도 같은‘쇼타임 킥’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페티스 시대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는 웰터급으로 전장을 옮긴 하파엘 도스 안요스가 페티스를 일방적으로 두들기며 왕좌에서 끌어내렸고 이어 에디 알바레즈와 에드손 바르보자도 페티스에게 패배를 선물했습니다.

한계를 느낀 페티스는 페더급 전향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잠정 타이틀전에서 감량 실패에 생애 첫 KO패까지 당하는 최악의 결과를 맛보고 터덜터덜 라이트급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 또다시 패배를 당하고 만 거죠.

오랜 부진을 겪으며 페티스는 사실 선수로서 노력해볼만한 건 다 해봤습니다. 팀이나 코치들도 여러 차례 바꿨고 약점인 레슬링 보완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고, 강점인 타격과 주짓수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계속 좋지 않습니다.

간단히 얘기해, 노력으로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가슴 아픈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술적으로 들여다 보면, 결국 상대의 전진 압박을 막을 수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페티스의 승리와 패배 공식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킥을 자유롭게 차며 옥타곤을 활개치고 다닐 수 있으면 페티스는 무적이 되지만 상대가 터프하게 밀고 들어와 케이지 쪽에 잡아놓으면 페티스는 날개 꺾인 독수리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이를 잘 알고 오랫동안 강점 강화와 약점 보완에 피땀을 쏟아온 페티스와 듀크 루퍼스 코치는 비참하고 냉정한 현실 앞에서 극심한 멘붕에 빠져 있겠지요.

한 가지 확실한 건 페티스는 과거 아마추어 경기에서 어깨가 탈구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한 팔을 아예 쓰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하이킥으로 승리를 거둔 적이 있을 정도로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가 부활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페티스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이를 악물고 체육관으로 향할 건 분명하고 저 같은 격투기 수련자들에게는 그런 의지 자체가 큰 가르침입니다.

페티스 등 이 날 패배를 기록한 모든 노장 선수들이 푹 쉬며 재충전의 시간을 넉넉히 갖고 돌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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