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단독 인터뷰] 이승우 父 이영재 씨가 전하는 11가지 이야기

골닷컴 2017. 11. 1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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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부친 이영재 씨가 직접 전하는 아버지로서의 마음.
'피지컬' '교체출전' 및 두 아들에 관한 논란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
이승우가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세 클럽과 선택.
"아들에게 아무 것도 바라는 것 없습니다. 다치지만 않길 바랄 뿐."
(최근 직접 방문한 베로나의 홈구장 전경. 사진=골닷컴 이성모 기자)

[골닷컴, 이탈리아 베로나] 이성모 기자 = 대부분의 축구 선수들의 아버지는 필연적으로 아들의 커리어와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함께한다.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선수들의 경우 아버지가 같이 생활하며 세간에 드러나지 않는 뒤편에서 선수의 수고스러운 부분을 도와주고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경우가 아니라 유럽의 축구 선수들에게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경우다.

이승우의 아버지 이영재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승우가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던 시절에도, 베로나로 이적한 현재도 이승우와 함께 지내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지켜보고 있다. 이승우와 그 형제가 많은 축구팬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도 이영재 씨는 직접 나서지 않는 가운데 그 모든 것을 지켜봤다.

그렇다면,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온 이승우의 아버지 이영재 씨의 마음은 어떨까. 또 그가 축구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을까. 이탈리아 베로나에 있는 이승우 부자의 자택에서 이영재 씨와도 대화를 나눠봤다.

이영재 씨의 말은 이승우와의 인터뷰와는 또 다른 관점과 입장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 기사에서는 그가 말하는 11가지의 이야기를 최대한 그의 목소리를 살려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1. “저는 지금 승우가 전반전부터 뛰는 것 바라지 않아요”

현재 이승우에 대한 국내 축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 혹은 우려는, 이승우가 소속팀에서 계속해서 교체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우 본인은 이번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승우의 부친 이영재 씨 역시 이승우와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도리어 “지금은 승우가 전반전부터 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저희가 여기에 8월 30일에 와서 이제 두 달 조금 지났습니다. 이 팀에 베로나가 2부 리그 시절에 합류했던 선수가 한 명 있는데요, 이 친구는 6개월 만에 1군 데뷔전을 치렀어요. 이 선수도 한 때는 맨시티 유망주였고 아르헨티나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는데도 6개월 만에 그것도 컵 경기에서 데뷔를 했거든요.

그런데 승우의 경우는 열아홉살에 이곳에 와서 한 달 만에 데뷔를 하고 벌써 네경기에 나섰습니다. 베로나는 아무래도 하위팀이다 보니 교체선수를 사용할 때도 아무래도 미드필더나 수비선수를 더 투입하는 경향도 있는 팀이고요. 그런 측면들을 보면 지금 잘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측면이죠.

또 사실 지금 저는 승우가 전반전부터 뛰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승우는 6월부터 8월 말까지 거의 운동량이 없었어요. 지난 여름에 바르셀로나에 잔류하느냐 이적하느냐를 놓고 시간을 보내느라 프리시즌도 제대로 소화를 하지 못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이곳에 와서 경기력을 많이 올리고 있는 상황이고요.”

2. “승우의 문제는 피지컬이 아닙니다.”

이영재 씨는 한국의 많은 팬들, 또 언론에서 이승우의 문제로 ‘피지컬’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승우가 투입이 안 되는 경우에 피지컬이 약해서 그렇다는 지적을 많이 하시는데, 실제로 이곳에서 겪고 느끼기에 그런 부분이 문제가 아니거든요. 사실 이곳에서 감독님이나 팀 분위기, 또 다른 선수들의 경우를 볼 때 승우가 기회를 못 받고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저번에 인터 밀란하고 경기할 때도 보니까 일본 수비수 나가토모를 보면 승우보다도 더 작아요. 그 선수들이 피지컬이 강해서 세리에A에서 살아남고 잘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인터 밀란 뿐만 아니라 세리에A를 보면 어느 팀에나 작은 선수들이 꼭 하나씩 있어요. 삼프도리아도 마찬가지고요. 토리노도 그렇고. 인시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선수들이 피지컬이 강해서 잘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이탈리아에서는 스물다섯살까지도 젊은 선수, 유망주라고 봐요. 그럼 여기 사람들의 눈에 승우는 아직 중학생처럼 보이죠. 키에보 같은 팀에는 수비수들이 38세, 35세 이렇기도 하고요. 그런 팀들이 태반인데요.

지금 여기서 가만히 지켜보면 승우에 대한 기사 열 개 중에 여덟아홉개는 ‘피지컬이 문제’라고 나와요. 그런 걸 보면 안타깝죠. 이 팀이 수비적인 팀이니까, 승우가 키가 작으니까 피지컬이 약해서 감독이 안 쓰겠구나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이곳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승우는 열여섯살 때 이미 바르셀로나 B 19, 20세 선수들하고 같이 뛰었어요. 키가 작고 골격이 작은 것뿐이지 승우가 피지컬이 약한 아이는 아닙니다. 승우는 지금 벌써 2년 째 피지컬적인 부분을 개인적으로 코칭해주는 코치가 함께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제 생각에 승우에게 필요한 것은 ‘피지컬’이 아니라 ‘경기체력’을 끌어올리는 것, 그리고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승우도 쉬는 날인데도 운동을 하면서 경기체력을 끌어올렸고요. 그런 부분에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3. “승우는 25살이 아닌 19살, 22~23살에 진정한 모습이 나올 것.”

이날 이승우 부자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가장 모두가 공감했던 부분은 이승우는 아직 19세인데도 불구하고 팬들은 그를 25세의 선수처럼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영재 씨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승우는 아직 열아홉살이고, 열아홉살이면 한국에서 대학교 1학년 생이거든요. 대학교 1학년 생이 세리에A에서 뛰고 있는 것 자체가 저는 참 장하고 뿌듯한데 일부 팬분들 중에는 이미 승우를 통해서 스물다섯의 절정의 기량에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런 팬분들의 관심이 참 감사하지만 가끔은 조금은 여유를 갖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승우의 모습은, 스물둘, 스물세살이 됐을 때 정말 이승우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언론에서나 팬들께서 그런 부분도 감안해보시고 말씀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은데, TV에서 보면 작아보이거든요. 너무 TV에서 보이는 모습에 대해서만 지적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부분은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4.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자.”(그리고 디종의 오퍼)  

앞의 주제와 연관선상에서 이어지는 이영재 씨의 말이다.  

“사실 저희가 스페인을 떠나서 이탈리아로 올 때 마지막 세 팀을 놓고 아주 고민을 했어요. 그 세 팀은 프랑스의 디종, 스페인의 지로나, 그리고 여기 베로나였거든요. 모두 1군 팀과의 계약이었고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죠. 디종에서는 베로나랑 계약하기 하루 전날에도 전화해서 “아직 기다리고 있다”라고 그렇게 말을 할만큼 관심도 많았어요.

그 세 팀을 놓고 고민하면서 스페인, 한국에 있는 지도자분들하고도 상의도 해보고, 스페인에서 승우를 지도했던 지도자들, 선배들 이야길 들어보면 다들 하는 이야기가 똑같아요. ‘아직 열아홉살인데 뭘 그렇게 큰 기대를 하냐.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마라. 지금은 지켜봐야 된다. 그건 아빠가 지켜줘야 된다.’ 그렇게들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그래서 승우에게 ‘조급해하지 말자. 넌 아직 열아홉살인데, 조급할 필요 없이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고 하루 하루 운동을 하자’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저희는 전혀 조급하지 않은데 한국에서 나오는 기사라던지 이런 것들을 보면 항상 급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아무런 일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마치 뭔가 일이 벌어진 것 같은 분위기가 생기기도 하고요.”

(베로나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보이는 다리의 풍경. 사진=골닷컴 이성모 기자)

5. “승우에게 한 번도 ‘하지 마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승우는 그동안 어린 나이부터 개성이 강하고 당당한 모습 때문에, 그런 부분이 한국 사회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아버지로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깝지는 않았을까.

“물론 그런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승우한테 축구에 대해서는 한 번도 ‘하지 마라’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는 바르셀로나에 처음 왔을 때, 그곳 선수들은 자기가 경기 중에 기분이 나쁘면 그걸 표현을 하거든요.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하지 말라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지 마라라는 말을 자꾸 하면 아이가 바보가 되더라고요.

더군다나 이곳은 유럽이잖아요. 이곳에서는 자기 생각을 표출할 땐 표출을 해야 돼요. 그걸 자기 혼자 끌어안고 이겨내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차라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 주는 선에서 자기 스트레스를 푸는 표현은 해라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과거에 승우가 광고판을 찬 일로 인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잘못했으니까 하지 마라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 대신 우리팀이나 상대팀한테 피해는 주지 말라고 늘 말했죠. 상대 선수에게 심한 태클을 한다거나 욕설을 한다거나 그런 일들이요. 그런 건 하지 말되 스스로 풀 수 있는 방법은 찾아라, 그리고 경기 끝나면 깨끗하게 잊어버려라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9살 10살짜리 어린이들이 경기중에도 물통을 뻥뻥 차고 나가요. 자기 교체한다고. 처음 보고 저도 정말 놀랐어요. 충격적이었죠. 한국에서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그런 말을 하기도 했고요. 그러면 그 지도자들은 그건 문화차이고, 자기들은 여기서 표출하는 게 좋다고 하면서 다만 다른 선수에게 피해를 주지 마라 그렇게 말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스스로 판단하게 내버려뒀습니다.

물론 저도 승우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죠. 그러다가 그 때 그 사건 후로 홍명보 감독님을 만났어요. 그 때 홍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너는 한국에 오면 한국 스타일이 돼야 하고, 스페인에 가면 스페인 스타일이 돼야 한다’ 그렇게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 말씀을 듣고나서 아 그 방법도 좋은 방법이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그런 승우의 모습을(스페인과 한국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가식’처럼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승우도 과거에는 기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면 정말 괜찮나 싶을 정도로 말을 하다가도 언젠가부터는 본인이 자제하는 그런 모습을 배우더라고요. 하도 비판을 받으니까요.(웃음)

6. “직접 만나 보면 다르다.”

이승우와의 인터뷰 도중,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이승우가 그동안 방송에서, 기사에서 접했던 모습과 대단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기자만의 느낌이었을까? 혹은 인터뷰중이라 그랬던 것일까?

“승우를 만나는 모든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건 지금까지 승우를 만났던 모든 기자들, 지인들 다 마찬가지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승우가 경기 중에 자기 감정을 표출하는 부분들 때문에 승우를 그렇게 인식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요.

최근에는 또 자기가 성숙한 부분도 있고 자제하는 부분도 있고. 두가지가 서로 반반인 것 같아요. 사실 승우가 열여섯살 때 이럴 때 인터뷰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겁이 날 때도 있었거든요.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고.(웃음) 근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7. “자숙하고 반성한 큰 아들, 서형욱 해설위원에게 고마운 마음”

이승우의 친형 이승준 에이전트 역시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홍역을 치른 적이 있었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이 쓴 칼럼을 읽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던 글이 화근이었다. 이영재 씨는 그 일에 대해서도, 또 그 일 이후로 따라왔던 팬들의 반응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서형욱 해설위원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아마 승준이가 제 마음과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기에서 벌어지는 현장 상황과는 전혀 상관 없는 기사들이 자꾸 나오는 걸 형으로서 계속 본 거죠. 승준이는 승우에 대한 기사는 다 보니까요. 그러다보니 형으로서 욱하는 마음에 그런 방법으로 대응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승준이가 잘못했죠. 대응을 하려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서 반박을 했다면 형으로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때는 욱하는 심정에 반응을 하다보니까 누가 봐도 형이 잘못한 게 맞죠. 사람들로부터 ‘이러다 형이 동생 앞길 막겠다’ 소리가 나올 만도 하죠.

그래서 제가 그 다음날 승준이에게 자숙을 하라고 했어요. ‘너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그 후에 승준이가 SNS를 할 때나 승우에 대한 일을 도울 때나 보면 많이 조심스러워졌어요. 또 성숙해졌고요.

그래서 저는 아직 서형욱 해설위원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일 덕분에 승준이가 많이 배웠고 또 반성했거든요. 제가 늘 인터넷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못 고치던 아이가 그 일 이후로 싹 고쳤으니까. 전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언제 차라도 한 잔 사고 싶습니다.”

8. “’제2의 이승우’가 되지 마라.”

최근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이 축구협회 유스 전략 본부장으로 일하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서도 유소년 축구의 발전은 필수불가결한 문제다. 이제 막 바르셀로나를 거쳐 ‘유소년’ 레벨을 넘어온 이승우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영재 씨는 스페인과 한국의 유소년 축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얼마전에 ‘제2의 이승우를 키워라’ 이런 기사를 본 것 같아요. 스페인에 실제로 진출해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거든요. 이미 스페인에 나와있는 친구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제 2의 이승우가 되지 마라’라는 거에요. 예를 들어서 그 선수의 이름이 이성모면 ‘제1의 이성모’가 되어야지 왜 ‘제2의 이승우’가 되냐는 거죠. 너만의 철학과 너만의 방법으로 너만의 이름을 가지라고 늘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사실 저는 ‘제2의 메시’라는 표현 정말 싫어합니다.(웃음)

이미 스페인에 나와 있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제2의 이승우’가 되지 말고, 본인 스타일대로 즐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한국의 유소년 선수들이 6학년 때까지는 스페인에서도 보면 절대 스페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아요. 그런데 중학생 정도로 들어서면 어느 순간부터 그 성장이 꺾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그 이유가 뭘까 정말 많이 생각을 해봤어요. 주변 축구 관계자 분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제 개인적인 판단은 축구를 즐겨야 하는데 억지로 한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억지로 하다보면 재미가 없을 거 잖아요.

축구는 재미가 있어야 되고 즐거워야 하는데, 그래서 이곳에서의 창의적인 축구는 거기서 나오는 것 같아요. 스페인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어떻게 볼을 차든 내버려둬요. 자유롭게 하도록. 한국은 그와는 좀 다르죠. 그런 것이 어느 시점부터는 역전이 되는 것 같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 제가 아쉬운 부분이 많고 그래서 승준이가 최근에 FC 포텐셜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래 그럼 해봐라’고 했어요. 네가 선수 시절에 못 했던 것을 어린 선수들을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쪽으로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줘봐라. 그래서 그 친구들이 돈을 들이지 않고 이곳에 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라 그렇게 하라고 말을 했어요.

사실은 승우가 베로나와 계약을 할 때도 이미 저희가 베로나에 한국의 유소년들에 투자를 좀 해달라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갔어요. 그건 바르셀로나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승우가 대동초등학교 출신인데, 바르셀로나와 대동초가 교류전을 갖게 해달라 그건 계약사항에 있었어요. 이곳도 마찬가지고요.

승우가 받은 사랑을 아직 어리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 자기가 갚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그건 아빠로서 제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앞으로 그런 부분으로 계속 베로나를 통해서 한국 유소년 선수들을 위해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찾아나갈 생각입니다.”

(베로나의 홈구장 전경. 사진=골닷컴 이성모 기자)

9. “선수들보다도 지도자들이 더 많이 유학을 나왔으면”

본인이 직접 스페인에서 지켜본 유소년 축구에 대해서, 이영재 씨는 꼭 한 가지는 말하고 싶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보다 지도자들이 더 많이 유럽으로 유학을 나오길 바란다는 점이었다.

“저는 오히려 유소년들이 해외에 나오는 것보다도 한국에 있는 지도자들이 외국에서 유학을 많이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협회에서 도와줘서 매년 지도자들이 50명 정도씩 해외에 나와서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그걸 한국에 있는 선수들에게 전수해주는 것이 되게 중요하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과거에 제가 아인트호벤에서 스페인까지 지도자 공부를 위해 유학온 지도자분을 만난 적이 있어요. 제가 그 분께 ‘아니 그 좋은 곳에서 여기까지 왜 왔나’라고 물어보니까 ‘여기서 단 하나라도 배우고 돌아갈려고 왔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지금 스페인에 유학으로 온 선수들이 정말 많고 그 선수들이 이곳에서 지내기 위해 비용도 많이들어요. 이곳에 시스템적으로도 정말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스페인에 축구 유학생들이 지내고 있는 환경이 도저히 될 수가 없는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를 거야’ 이런 심정으로 지내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저도 같은 심정이었으니까 알죠. 그러나 그런 선수들이나 가족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고, 때로는 말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 거 보면 때로는 한국 지도자들이 배워서 가서 가르치면, 한국에서 유소년들이 굳이 너무 많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거죠. 스페인에.

승준이가 FC 포텐셜을 한다고 했을 때도 제가 했던 이야기는, ‘할려면 제대로 해라’였어요. 현재 존재하는 시스템처럼 할거면 하지 마라, 대신 제대로 해라. 유소년들의 입장에서도 가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아주 어린 나이에 일찍, 제대로 된 팀에 제대로 가야 된다는 거죠.”

10. “이승우만큼 간절한가”

이영재 씨는 주변 학부모들에게 그들의 아이도 이승우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충분히 그럴법한 말이다. 그럼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되묻는다고 한다.

“가끔 주변 학부모들한테 그런 말 듣죠. 우리 아들도 승우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그럼 전 그래요. 그 아이들이 이승우처럼 간절하냐고.

승우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축구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어요. 절박했고요. 축구장에 갈 때도 승준이는 제가 데리고 가는 경우였다면 승우는 훈련장에 가기 10분 전에 이미 다 준비를 하고 빨리 가자고 기다리는 아이였습니다.

저는 승우처럼 축구를 위해 간절하게 노력하면 성공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축구는 정말 간절함이 있어야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간절함이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거든요.”

11. “아들에게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들 이승우의 성장을 바로 옆에서 늘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로서 바라는 아들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그의 답변은 간단명료하고도 명쾌했다.

“저는 바라는 것 없어요. 아무 것도요. 사실 저는 축구선수 학부모로서 너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요. 아들 덕분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등 유럽팀들의 축구관계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도 구상해보고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너무나 즐거운 일이에요.

또 스페인 이태리 벨기에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등 유럽 15개국을 다녀봤다. 축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세계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승우 엄마 승우형도 마찬가지고요. 가족들은 행복합니다. 더이상 무엇을 바란다면 아빠인 내가 잘못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오히려 저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승우가 지금 19살이잖아요. 7살부터 13살까지 저와 아내는 6년 동안 생일에 미역국도 제대로 한 번 못 챙겨줬어요. 겨울마다 동계훈련을 가니까요. 이 아이는 7살 때부터 이미 자기 생일도 안 챙기고 동계훈련 가는 정신력이 있었어요.

어쩌면 그런 부분들 때문에 제가 ‘피지컬’에 대한 지적에 대해 민감한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얘가 키가 안 큰 것은 어떻게 보면 부모의 탓이거든요. 얘가 13살에서 16살에 라마시아에서 혼자 지낼 때, 혼자서 유럽의 체격 좋은 아이들하고 경쟁하느라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어요. 그 시기가 13살부터 16살까지가 사실 아이들이 가장 성장할 시기인데 그 시기를 잘 챙겨주지 못한 게 늘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바라는 것이 꼭 한가지는 있습니다. 승우가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본인이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다. 아빠 엄마 형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저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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