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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모의 Respect] 위기의 韓 유소년 축구, '황금세대' 英에서 배울 점은?

이성모 입력 2017.11.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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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U-20 월드컵, U-17 월드컵, U-19 유로에서 나란히 우승하며 '황금세대'를 맞이하고 있는 잉글랜드 유소년 축구.
'레전드' 박지성을 유스 전략 본부장으로 임명하며 유소년 축구 체질개선을 도모하는 한국 유소년 축구.
한국이 잉글랜드의 '황금세대'로부터 배울 점은 없을까?
최근 잉글랜드가 U-17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5-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다음날 데일리메일의 스포츠 1면.  
"유소년 축구의 위기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위에 인용한 문장은 최근축구협회 유스 전략 본부장에 선임된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이 11월 9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유소년은 대중에게 중요성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나라 축구의 뿌리이기에 너무나 중요하다"라며 "이런 상황들이 나로 하여금 '그저 지켜만 봐서는 안 되겠구나 라는 마음을 갖게 했다'라고 말했다.

비단 박지성이 아니더라도, 현재 한국 축구계 유소년 축구에 큰 문제 더 나아가서 '이미 위기다' 라는 것은 많은 언론,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는 학부모들이 늘 지적하고 있는 바다. 나 역시 그런 목소리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축구 칼럼니스트이기 이전에 한 명의 한국인으로서, 또 '축구팬'으로서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를 고민했다.

잠시 우리의 시야를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바깥으로 돌려보자.

우리는 이미 2017년 한국에서 개최된 U-20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우승하는 것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그리고 같은 잉글랜드의 U-19세 팀은 그 이후에 열렸던 유로 U-19 대회에서 우승했고 최근 열렸던 U-17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잉글랜드 축구계의 레전드들, 언론들이 입을 모아 '황금세대'라며 잉글랜드의 밝은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EPL이라는 리그를 통해 늘 즐기고 있는 잉글랜드 축구, 그 뿌리에 해당하는 잉글랜드 유소년 축구계의 성공 요인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

물론, 잉글랜드와 한국 축구계는 역사, 문화,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존재하므로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들의 성공으로부터 작은 '힌트'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런 취지에서 잉글랜드에서 코치로, 전력분석관으로 일했던 세 명의 한국 축구인의 경험담을 공유해도록 하겠다.

현재 크리스탈 팰리스 리저브팀에서 전력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종원 전력분석관. 

1. "2011년 잉글랜드가 도입한 'EPPP'에 주목할 필요."(김종원 분석관)

김종원 전력분석관 : 전 바넷(4부), 찰튼(3부), 현 크리스탈 팰리스(1부) 리저브 팀 전력분석관

바넷, 찰튼을 거쳐 현재 크리스탈 팰리스 리저브팀에서 전력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종원 분석관은 구체적으로 잉글랜드가 2011년에 도입한 EPPP(Elite Player Performance Pla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 한가지가 잉글랜드 유소년들 성공의 이유는 아니었지만, 이것이 미친 영향이 컸다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이다. 

"2011년에 잉글랜드가 자국선수 발전을 위해 도입한 EPPP(Elite Player Performance Plan) 정책이 최근 잉글랜드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EPPP는 코치들의 훈련 방식, 구단의 교육, 선수 관리, 분석관의 역할부터 선수와의 대화시간, 대화방식, 리뷰시간, 교육방식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모든 것을 시스템적으로 제도화시켜서 관리하는 정책입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축구 구단의 코치, 분석관, 스포츠 사이언티스트 등 모든 스테프들이 유소년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연구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구단들의 노력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EPPP는 단순히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잉글랜드 축구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김 분석관의 말이다. 

"제가 일했던 바넷, 찰튼, 크리스탈 팰리스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에 있는 1~4부리그 92개의 모든 팀들은 자신들만의 철학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고 있어요. 우선, 제 분야인 경기 분석에 한해서 보면, EPPP 정책에 의해 모든 구단들은 필수적으로 전력분석관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구단들이 성인팀, U23, U18, U16-U9 등 모든 연령대의 경기를 매주 촬영해요. 유스팀에 그만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거죠. 매주 촬영한다는 의미는 모든 연령의 선수들이 매 경기 후 집에 가서 자신의 플레이를 곧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유소년 선수들에겐 대단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자신의 플레이를 보며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김 분석관은 한국과 영국 유소년 축구계의 가장 큰 차이점, 혹은 한국이 영국으로부터 벤치마킹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축구', '즐기는 축구'를 강조한다. 

"이곳 구단에서는 유소년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요. 훈련과정 속에서 기술훈련 보다는 실제 경기에서 나올 법한 상황들을 만들어 주고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요.

저는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훈련 방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단순히 훌륭한 축구선수를 배출하는게 목적이 아닌,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과 훌륭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현실적으로도 많은 것들이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경기 영상을 매경기마다 제공 받을 수 있고, 스스로 자신의 플레이를 분석하고 발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결국 좋은 유소년 선수를 만드는 것은 얼마나 환경을 잘 만들어 주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2017 한국축구과학회 국제컨퍼런스에서 강의 중인 배태한 전 웨스트햄 유소년팀 전력분석관 

2. "생활체육과 엘리트 축구가 같이 나아가는, 나이와 관계없이 월반이 가능한 잉글랜드 축구"(배태한 분석관)  

배태한 : 전 웨스트햄 유소년팀 전력분석관. 2017 한국축구과학회, K리그 연맹 유소년 선수 & 지도자 강의

웨스트햄 유소년팀에서 전력분석관으로 활동했고 현재 한국에서 유소년 선수 지도자 강의를 하고 있는 배태한 분석관 역시 김종원 분석관과 같이 2011년 EPPP 정책을 비롯한 잉글랜드 축구에 있어 교육방법과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노력들이 잉글랜드 유소년 축구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말한다. 

"잉글랜드 축구의 변화는 잉글랜드 스포츠계와 축구계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몇십년째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였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외국인선수들에게 밀려 자국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등 실질적으로 잉글랜드 축구산업은 커가지만 그속에 잉글랜드 축구는 없다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노력 덕분에 EPPP라고 하는 리그 정책들이 수립되고,  기존에 있던 교육법을 수정하고 수정해 The FA England DNA 라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육성되어진 유소년 선수들은 2011년 이후의 잉글랜드 교육정책에 의해 육성된 선수들이지요."

그는 잉글랜드가 한국과 가장 크게 다른점은 교육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시스템적으로도 엘리트, 생활체육 사이의 간극이 크지 않은 점이 또 다른 차이점이라고 말한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차이는 일단 한국보다 엘리트, 생활체육 사이의 간극이 우리만큼 크지 않다는점입니다. 사실 우리가 '신데렐라 스토리'로 잉글랜드 7부리그의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을 넣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사실 잉글랜드의 축구 피라미드체계에서 보면 대단한 일이긴하지만,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이야기중하나입니다.

잉글랜드에서는 생활축구가 있고, 그 속에 엘리트 축구가 있습니다. 생활축구가 있고 그위에 엘리트축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두가지가 같이 가는 것이지요. 7부 리그에 있는 세미프로팀에 소속된 유소년선수, 10부리그에 있는 아마추어팀에 소속된 유소년 선수들 역시 프리미어리그 소속의 아카데미선수들처럼 일주일에 최소 3회 훈련, 주말에 경기를 합니다."

또 다른 큰 차이점 중 하나로 그는 연령에 관계없는 자유로운 '월반' 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다른 시스템 적인 차이는, 프리미어리그의 클럽들의 아카데미는 그속에서 나이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월반이 가능합니다. 16세 선수가 23세팀에서 뛰기도, 혹은 반대로 17세 선수가 16세 팀에서 경기를 하기도합니다. 이는 클럽중심으로 팀이 운영되기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지요.

제가 웨스트햄에서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15/16세팀을 담당했는데요, 토요일 16세 팀의 경기가 12시에 진행되어야하는데 11시까지도 라인업이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당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경기를 할 18세팀의 코치들이 16세 선수중 누구를 월반시킬지, 고민을 하고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그날 18세팀에는 16세선수가 아닌 더 낮은 연령대인 15세팀의 선수 한 명을 콜업하여 벤치에 앉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일화처럼, 잉글랜드에서는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은 자유롭게 월반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그러지 못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팀에서 자리를 잡지못하고, 다른팀으로 이적하거나 혹은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낄시 축구를 그만두거나 혹은 취미로 하고싶은경우 더 낮은 리그의 팀으로 이적하여 공부를 하며 축구를 계속하게 되지요."

배 분석관은 잉글랜드 유소년 코칭과 코칭프로세스의 핵심은 선수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수있도록 촉진하고 도와주는 점이라고 말한다.

"잉글랜드의 코칭 프로세스의 핵심은 테크닉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경기 이해력, 판단력, 문제해결력 즉 선수들이 스스로 의사결정 할수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경기상황에 맞는 판단과 기술을 실행할수있는 테크닉을 가르쳐 창의적인 선수로 육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철학 아래서, 코치의 역할은 선수들에게 단순 테크닉을 가르치는것이 아닌, 실제 경기에 일어날법한 상황을 구성해 주어, 선수가 스스로 그 상황을 이겨낼수 있도록 도와주고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깐 모든 훈련, 분석 역시 실제 경기에 있을 만한 상황을 통해 구성하는것이지요."

카디프 메트로폴리탄대에서 피지컬 코치로 활동했던 김주표 코치. 

3. "잉글랜드가 외국 축구의 장점을 열린 자세로 수용하는 자세, 한국도 벤치마킹 할 필요"

김주표 코치 : 전 박지성 축구교실 유소년 코치, 전 카디프 메트로폴리탄대 피지컬 코치, 현재 K리그 유소년 산하팀에서 코치 활동 중

앞서 소개한 두 명의 분석관과는 다른 코치로서 잉글랜드에서 경험을 한 김주표 코치는 잉글랜드가 외국 축구의 장점을 열린 자세로 수용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제가 잉글랜드에서 참여했던 잉글랜드 축구협회 주관하는 지도자 교육(C, B라이센스, 피지컬 코스, 컨퍼런스 등) 에서 외국 축구의 방식, 철학 등에 대한 적극 수용하는 노력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나 포르투갈의 방법론들을 많이 참고하고 그것을 교육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잉글랜드 유소년 축구의 문제점 혹은 지도자의 코칭에 대한 부족함 부분을 여러 외국인 코치들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면서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배태한 분석관이 말한 문제점이었던 생활 축구와 엘리트 축구에 대한 경계를 지워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한국 유소년 축구계 선수들의 양적 향상도 필요한데, 여러 문화적 환경적 제약이 있지만 천천히 엘리트 축구와 생활 축구와의 경계를 유소년 레벨에서 지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부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아직도 많이 멀었지만 지난 10년간 클럽 축구팀이 많이 생겨났고 학교 축구팀 또한 수업을 장려하고 있고요. 심지어 대학 축구도 수업을 들어야 대회를 참가할 수 있습니다.

경기 스케줄도 경기의 질이 높아지는 리그화가 되어가고 있고 토너먼트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변화가 하루하루 경험하기 매우 힘들지만 이 모든 것이 한국 유소년 선수들 탤런트 풀의 양적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 유소년 선수들에게 학업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생활 체육에 대한 경험을 정부가 더욱 장려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코치는 끝으로 문화적으로 '수평적인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다. 

"문화적으로 보다 수평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축구를 분석해보면, 선수 개개인의 판단이 단순히 테크닉 그 자체보다 축구에 훨씬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축구에서 테크닉이란 선수의 판단을 실행할 때의 정확성을 의미해요. 하지만 그 판단을 실행할 때 어떤 테크닉 혹은 어떤 특정 자세를 가져야하는지는 상대적으로 다른 폼 중심의 종목들 (예: 체조) 에 비해 매우 모호합니다.

즉, 축구를 잘하려면 선수 본인이 개개인의 판단을 빠르게 실행되어야 하는 법을 배워야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 제일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본인 스스로 특정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판단해서 실행하면서 많은 실수를 경험해보는 것이에요.

수직적인 코칭으로 지도자가 한정된 결정이나 답을 선수가 본인 스스로 판단하기 전에 ‘명령’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결과를 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에 따른 성장을 막아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세 명의 분석관, 코치가 말하는 공통점들과 시사점 

이 칼럼에서 소개한 김종원 분석관, 배태한 분석관, 김주표 코치 세 사람은 서로의 의견을 보지 못한 채 각자 나에게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 칼럼을 정독한 독자라면 세 사람의 의견이 큰 맥락에서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그 지점이, 적어도 이 세 명의 한국 축구인이 잉글랜드 축구 현장에서 체험하고 느낀 한국 축구에 필요한 부분들은 아닐까?

그 질문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 또 이 칼럼을 읽을 많은 유소년 축구 선수와 그 학부모 또 지도자 분들께 맡기고 싶다. 

이 칼럼을 마감하기 전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이 칼럼을 읽은 독자들 중에는 칼럼의 서문에서도 언급했듯 '한국 축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느끼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와는 다르다'며 무조건 이 세 사람의 의견을 배척하기 이전에 한 번 '우리가 그 것을 우리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이 세 사람의 축구인의 의견 중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얼만큼이든,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있다면, 그것 역시우리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 작은 한 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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