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책임감, '불펜포수'라고 다른가요
(도쿄=뉴스1) 정명의 기자 =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뜻깊은 일이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에는 현장 스태프 4명이 힘을 보태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불펜 포수 권누리씨(26)도 그 중 한 명이다.
권누리씨는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 홈런 레이스에서 같은 팀의 정의윤, kt 위즈 박경수,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와 연이어 파트너를 이뤘기 때문.
당시 박경수는 권누리씨의 배팅볼을 받아쳐 홈런레이스 준우승을 차지했다.
권누리씨가 홈런레이스에서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그의 소문난 배팅볼 투구 실력에 있다. 그 소문이 대표팀까지 전해져 권누리씨가 대표팀의 불펜포수로 합류하게 됐다.
대표팀은 14일 김포공항을 통해 대회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이동했다. 권누리씨는 선수들보다 더 일찍 공항을 찾아 출국 준비를 마쳤다.
권누리씨는 "이제 출국한다니 설렌다"며 "도쿄에서도 내 역할을 열심히 해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권누리씨의 공식적인 역할은 대표팀의 불펜포수. 그러나 불펜포수보다 배팅볼 투수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크다. 선동열 감독도 권누리씨의 배팅볼 투구를 칭찬할 정도다.
공교롭게 이번 대표팀에는 SK 소속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우타 거포형 김동엽의 승선 가능성이 높았지만 부상으로 무산됐다. 권누리씨가 SK에서는 유일하게 대표팀에서 땀흘리고 있는 셈이다.
권누리씨는 "SK에서도 항상 했던 배팅볼 투구인데, 대표팀에서 하는 것은 느낌이 또 다르다"며 "물론 SK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던졌지만, 대표팀에서는 더욱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수는 아니지만,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것에서 오는 책임감이다"라고 설명했다.
권누리씨에게는 꿈이 있다. 배팅볼 투수로 인정받는 것. 마침 이번 대회가 열리는 일본은 배팅볼 투수들이 크게대우받는다. 연봉도 높고 구단에서 따로 관리도 한다.
권누리씨는 "이번에 배팅볼을 잘 던지면 일본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수도 있지 않겠냐"며 농담을 한 뒤 "국가대표 선수들의 타격감에 도움이 되도록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열심히 던지겠다"고 국가대표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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