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충격의 탈락.."이탈리아 축구가 파산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이탈리아 대표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터줏대감’ 이탈리아를 볼 수 없게 됐다.

이탈리아는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스웨덴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했던 이탈리아는 1, 2차전 전적 1무 1패로 패해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탈리아가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 건 지난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60년 만이다. 1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도 마침표를 찍었다.

반면 스웨덴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게 됐다.

월드컵 진출을 위해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이탈리아는 초반부터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볼점유율에서 이탈리아는 74%대 26%로 월등히 앞섰다. 슈팅숫자는 무려 20-3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스웨덴의 수비벽을 끝내 뚫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선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39·유벤투스)까지 공격에 가담했지만 소용없었다.

이탈리아의 월드컵 탈락이 확정되자 후폭풍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특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간판 골키퍼 부폰의 좌절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9살 때인 1997년 10월 대표팀에 처음 발탁돼 딱 20년간 이탈리아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자리를 지켰던 부폰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부폰은 “나 자신에게가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 전체에 안타깝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어떤 것에 실패했다”고 미안함을 전한 뒤 “이탈리아 축구는 분명히 미래가 있다. 흔들려도 언제나 다시 서는 방법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부폰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막강 수비를 이끌었던 ‘베테랑 3인방’ 다니엘레 데 로시(34·AS로마), 조르조 키엘리니(33), 안드레아 바르잘리(36·이상 유벤투스)도 대표팀과의 이별을 밝혔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맹활약했던 데 로시는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은 새 출발 해야 한다”며 “경기 후 라커룸 분위기는 장례식 같았지만, 죽은 사람은 없다“고 희망을 강조했다.

이날 벤치에 머물렀던 데 로시는 잠피에로 벤투라 감독이 후반전 막판 자신을 교체 투입하려고 하자 욕설과 함께 “지금 무슨 지시를 내리고 있나. 경기에서 이기려면 나 대신 공격수인 로렌초 인시녜(26·나폴리)가 나서야 한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선수와 감독 간의 신뢰가 부재함을 여실히 드러낸 장면이었다.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낙인찍한 벤투라 감독은 경기 후 곧바로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이탈리아 언론들도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탈리아 매체인 ‘가제타’는 “재앙이 일어났다”며 “경기는 엉망진창이고 혼란스러웠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카를로 타베치오 회장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예선탈락으로 이탈리아 축구에 멸망이 찾아왔다

며 “이탈리아 축구는 완전히 파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