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다들 좋아하시네요" 김기태가 말하는 우승 뒷이야기

2017. 11.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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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광주, 이선호 기자] "다들 좋아하시네요".

KIA의 드라마틱한 한국시리즈 11번째 우승 이후 김기태 감독은 상전벽해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이전과 이후의 김 감독의 위상은 달라졌다. 우승 감독으로 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광주에서 식당을 찾으면 팬들은 "수고했다"고 박수를 치고 악수와 사인요청을 하고 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팬들도 있었다. 

김 감독은 "다들 너무 좋아하신다. 잘했다고 많이 박수를 쳐주고 있다. 모든 분들의 염원이 선수들에 큰 힘이 되었다. 선수들도 너무 잘했지만 야구장을 찾거나 TV를 통해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6차전까지 간다고 했는데 5차전에서 끝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우승 1주일이 지난 김 감독에게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

▲"선수들이 떨지 않고 잘하더라"

그는 "처음부터 힘든 경기를 하더니 마지막도 힘든 경기를 했다"고 총평했다. 삼성과의 정규리그 개막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7-0으로 앞서다 동점을 허용하고 이기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5차전도 7-0으로 앞서다 7-6까지 쫓기며 힘겹게 우승을 했다. 정규리그도 마지막 날 우승을 이루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은 점을 우승 이유로 꼽았다. "첫 경기는 잘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도 1차전을 앞두고 한숨도 자지 못했다. 우리가 1차전에서 졌다. 다들 KIA가 시리즈를 내주리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시리즈전부터 KIA 승률이 40% 정도라고 진단했다. 나는 질 것 같지 않았다. 선수들이 떨지 않고 잘하더라"라고 말했다. 

▲"양현종의 기가 대단했다"

김 감독은 "1차전을 지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모처럼 잠을 푹 잤다. 다음날 선수들을 보니 1차전 패배의 긴장감이 없었다. 솔직히 놀랐다. 정규시즌 막판 피말리는 10경기를 했다. 이것이 큰 예방주사가 된 것 같다. 시즌때 번트를 많이 대지 않았는데도 시리즈에서 선수들이 번트 실패 없이 모두 성공시켰다. 그만큼 집중력을 갖고 선수들이 시리즈를 치렀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모두 잘했다. 2차전에서 현종이가 호투해 1-0으로 이기면서 분위기도 좋아졌다. 양현종의 기(氣)가 상대를 눌렀다고 생각했다. 5차전 세이브할때도 그 기가 계속 살아있었다. 베테랑들이 모두 제몫을 했다. 2차전은 김주찬이 아니었으면 절대 득점이 힘들었다. 나지완은 3차전에서 해주었고(9회 대타 쐐기투런포),  범호는 5차전에서는 만루홈런을 날렸다. 형우는 있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었다. 버나디나는 모든 경기에서 잘했다"라고 칭찬했다.  

▲"윤동이 못던질뻔 했다"

다소 파격적인 선발진 운용 계획도 검토했다는 말도 했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양현종은 첫 경기, 팻딘은 2선발로 쓰려고 했다. 팻딘의 볼이 좋았다. 그러나 현종이를 1차전에 쓰기는 본인이 부담을 가질 것 같았다. 그래서 시즌 정석대로 움직였다. 선발투수들이 모두 1승씩 나눠가지며 우승한 것도 대단한 것이다. 특히 팻딘은 3차전에 잘 던져 1승을 더해 진짜 10승을 채웠다. 4차전에서는 임기영이 잘했다. 둘 다 볼이 좋더라"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감독은 "김윤동이 마지막 5차전에서 최고의 볼을 던졌다, (3연투 때문에) (김)세현이의 어깨가 잘 넘어오지 않더라. 그래서 김윤동을 바로 투입했다"고 말했다. 김윤동은 5차전 7-6으로 앞선 8회말 무사 1루에서 김세현을 구원해 삼진-삼진-파울플라이로 완벽하게 제압하고 우승의 밑돌을 깔았다. 올들어 가장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만일 김윤동이 8회를 막지 못했다면 9회의 양현종 등판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김윤동은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투수 파트에서 윤동이의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등판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나는 그대로 준비시키라고 했다. 한국시리즈는 모두가 죽을 힘까지 내서 하는 경기이다. 시즌처럼 등판 불가로 빼놓을 수 없다. 대기 시켜라라고 지시를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식 백업플레이 좋았다"

시리즈 최대의 승부처였던 5차전 9회말 상황도 회상했다. 김 감독은 "1사 만루가 되자 답답했다. 그러나 김주형의 악송구때 포수 김민식의 커버가 좋아 1루 주자의 홈인을 막았다. 우리가 시즌내내 했던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만루에서는 현종이가 잘 던질 것이라고 믿었다. 현종이가 우리 주형이를 살려주었다. 주형이는 엊그제 '죄송합니다'는 문자가 왔다. '내년에 잘해서 갚아라'고 답신을 보내주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 꼽았다. 우승 직후 투수와 포수의 뒤바뀐 세리머니였다. 김 감독은 "보통 우승하면 포수가 마운드에 달려가 투수를 안아서 들어준다. 그런데 마지막 파울플라이를 잡고 김민식이 양현종에게 달려가 덥석 안기더라. 결국 투수 양현종이 포수를 들어주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처음보는 장면 같았다"라고 웃었다. 

▲"버나디나를 믿었다"

올시즌 가장 잘한 일에 대해서는 트레이드와 버나디나를 믿어준 일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민식이와 명기가 오면서 전력이 좋아졌다. 민식이는 포수로 믿음직한 모습으로 보였다. 투수들을 잘 리드해주었다. 원래 외야진은 최형우, 버나디나, 김주찬이었다. 이명기가 오면서 김주찬이 1루로 돌려 수비와 공격의 짜임새가 탄탄해졌다. 서동욱과 김주형도 폭넓은 기용이 가능해졌다. 버나디나는 초반은 부진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이틀 정도 진짜 고민했다. 결론은 '믿어주자'였다. 이후 정말 열심히 하더라. 버나디나가 없었다면 우리 팀이 우승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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