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한다] "민식이 데려갈래?"..'神의 선물' KIA 트레이드 비화

2017. 11. 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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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선호 기자] 神의 선물이었다. 

KIA는 알찬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시범경기까지 개막 준비를 잘했다.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개막 3연전에서 2승 1패를 했다. 김기태 감독은 위닝시리즈를 하고 광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개막 3연전에서 팀의 아킬레스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불펜의 약점이 드러났고 포수진도 2개의 도루를 내주며 약했다. 1번타자 부재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해답은 절친에게 있었다. 바로 이어진 SK 와이번스와의 광주 개막 3연전이었다. 1차전은 양현종의 호투로 이겼고 2차전은 비로 취소되었다. 3차전을 앞두고 염경엽 SK 단장이 김기태 감독의 방을 찾아왔다. 두 사람은 광주 충장중과 광주제일고 동기이다. 염 단장은 이미 김 감독이 포수 김민식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김 감독은 작년 김민식의 트레이드를 요청했는데 카드가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먼저 염 단장이 말을 꺼냈다. "민식이 데려갈래? 우린 수광이가 필요하다". 귀가 번쩍 뜨인 김감독이 "수광이 빠지면 외야수가 있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그래서 힐만 감독이 외야수 이명기를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자 염 단장은 "그럼 명기를 줄터이니 우리도 민식의 대체 포수가 필요하다. 홍구가 괜찮겠다"고 답했다. 트레이드 카드는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노장포수 이성우까지 끼였던 이유는 이홍구의 병역 의무 때문이었다. 염 단장이 "홍구가 제대 할때까지 포수가 필요하다. 포수 한 명 더 주라"라고 말해 이성우를 낙점했다. 그러자 김기태 감독은 "우리는 내야 백업이 필요하니 (최)정민을 내줄 수 있는가"로 물었다. 김기태 감독은 현실적으로 김선빈의 백업 내야수가 필요했고, 예전부터 발빠르고 수비력이 좋은 최정민을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이왕 트레이드를 하는 김에 2군 유망주끼리도 바꾸자"며 KIA는 윤정우, SK에서는 노관현 카드를 주고 받았다.  

두 절친은 일사천리로 4대4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다만 김기태 감독의 트레이드는 KIA 구단의 용인이 필요했다. SK는 염 단장이 직접 결정했으니 KIA 구단만 결정하면 끝이었다. 세대교체 주역으로 성장한 노수광, 장타력을 갖춘 이홍구를 내주는 트레이드였으니 고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구단은 김 감독의 결정을 지지했고 다음날인 오전 양 구단은 트레이드를 전격 발표했다. 

양팀의 트레이드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윈윈이 되었다. 어깨 강하고 수비력을 갖춘 포수 김민식이 안방살림을 책임지자 KIA는 기동력을 앞세우는 팀들에게는 탄탄하고 까다로운 팀으로 돌변했다. 이명기는 막강 1번타자로 역대급 맹활약을 펼쳤다. 두 선수는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신의 한 수'라기 보다는 '신의 선물'이었다.  

SK도 마찬가지였다. 노수광은 확실한 1번타자로 성장했다. 이적 초반에는 좀 흔들렸지만 100안타를 넘기면서 자신감 넘치는 스윙과 주루, 수비까지 주전으로 완전히 뿌리내렸다. 이성우는 후반기에서는 주전 마스크를 쓰고 마운드의 안정감을 보탰고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팀을 끌어올렸다. 이홍구는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10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더욱이 노수광과 이성우는 마지막 경기에서 친정 KIA의 우승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KIA와 마지막 선두 싸움을 벌이던 두산과의 10월 3일 잠실경기에서 이성우는 동점 2타점 적시타, 노수광은 역전 적시타를 날려 3-2 승리를 이끌었다. KIA도 kt를 꺾고 자력 우승을 했지만, 두 선수는 마지막 날 친정에 제대로 보은을 한 셈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염경엽 단장과 KIA의 트레이드 인연이다. 넥센 감독이던 2016시즌 전천후 플레이어 서동욱을 무상으로 KIA에 안겼다. 서동욱은 내외야를 넘나들며 맹활약했고 와일드카드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 2009년 우승 주역이자 역시 '신의 선물'이었던 김상현 트레이드 협상 실무자였다. 염 단장은 당시 LG 운영팀장으로 KIA와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참으로 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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