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뒤 시설 12곳 중 4곳 놀릴 판, 한해 142억 적자 예상

송지훈.박린 2017. 10. 31. 01: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키센터 등 사후 활용방안 못 찾아
4일 쓰고 부술 개·폐회식장에 635억
비품 물려받고 텐트 대기실 만들고
1999억 아낀 광주 U대회 참고를
외부에서 바라 본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에 위치한 강릉하키센터. 사진=임현동 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미리 보는 평창 <2> ‘하얀 코끼리’ 안 되려면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이 101일 앞으로 다가왔다. 성공적인 대회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자칫하면 ‘빚잔치’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많은 전문가는 대회가 끝난 뒤 강원도 지역의 주요 경기장들이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겉은 화려하지만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애물단지를 일컫는 말)’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큰 부채를 떠안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4700억원을 들여 새로 지은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단 한 건의 스포츠 이벤트도 열리지 않았다. 인천=김경록 기자
이제까지 국내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이벤트 중 ‘혈세 먹는 하마’가 적잖았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은 16개 경기장을 신축하며 1조7224억원을 쏟아부었다. 그중 대부분이 부채로 남았다. 인천시는 2015년부터 2029년까지 해마다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1500억원까지 갚아나가야 한다. 전라남도가 유치한 글로벌 자동차 레이싱 이벤트 포뮬러원(F1)은 2010년 이후 4년 만에 누적적자가 1900억원으로 치솟자 2013년 개최를 중단했다.

평창올림픽 경기장은 개·폐회식장을 제외하고 총 12개다. 신축 경기장은 6곳. 나머지 6개는 개·보수했다. 총 건설비는 1조원에 이른다. 신설한 정선알파인경기장(2034억원)을 비롯해 강릉아이스아레나(1340억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1264억원) 등 1000억원 이상이 들어간 건물이 5곳이나 된다.

전체 경기장 중 아직도 사후 활용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건물은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과 강릉하키센터정선, 알파인 경기장 등 세 곳이다.

내년 2월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철거와 존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4월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마땅한 사후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올림픽이 끝나면 애물단지가 될 우려도 있다. [강릉=김경록 기자]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은 당초 올림픽 종료 후 철거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존치하는 쪽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자신이 만든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이 경기장 운영권을 손에 넣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릉하키센터는 당초 아이스하키 실업팀(대명 킬러웨일즈)을 운영 중인 대명그룹이 올림픽이 끝난 뒤 5년간 운영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대명이 협약을 취소하면서 사후 활용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강릉=김경록 기자]
강릉하키센터는 당초 사후관리를 맡기로 했던 대명그룹이 발을 빼 무주공산이 됐다. ‘최순실과 연결된 경기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다 5년간 1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 등에 부담을 느낀 대명 측이 일찌감치 두 손을 들었다. 정선 가리왕산에 세워진 알파인경기장은 전체 구조물의 55% 가량이 자연으로 복원된다. 스키장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지는 만큼 사후 활용방안을 찾기도 어렵다.
정선 가리왕산에 세워진 알파인 경기장은 대회 후 전체 구조물의 55% 가량이 자연으로 복원된다. 스키장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지는 만큼 사후 활용 방안을 찾기도 어렵다. [사진 평창조직위원회]
한국산업전략연구원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이후 주요 경기장 관리·운영비는 연간 31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에 사후 활용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은 연간 171억원에 불과하다. 매년 14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사후 활용 방안이 마련된 나머지 경기장들도 관리 주체가 확정됐을 뿐 관리·유지비에 상응하는 금액 또는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과 3월 겨울패럴림픽 개·폐회식 등 총 네 차례 행사만 이곳에서 열린다. 오른쪽에 7층으로 지어진 본동 건물은 대회 후 내년 3월부터 3층 규모로 축소된다. 평창=김경록 기자
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폐회식이 열릴 평창올림픽 스타디움 올림픽플라자도 애물단지다. 635억원을 들여 지은 뒤 딱 나흘만 쓰고 부분 철거할 예정이다. 하루 사용료가 무려 158억원이나 되는 셈이다. 대회가 끝나면 3만5000석 규모의 관중석은 5000석만 남기기로 했다. 7층짜리 본동 건물은 3층까지만 남긴다. 남은 자리에 공연장과 기념관을 만들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사후 관리비는 연간 40억~5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림픽 유치 및 경기장 관리 주체인 강원도는 사후 활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중앙정부가 올림픽 경기장들을 관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를 위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이대택 국민대 체육학부 교수는 “지자체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고, 그 결과로 발생한 부작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나쁜 선례가 평창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강원도가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부 교수는 “올림픽플라자가 세워진 횡계리는 인구가 4000명뿐인 작은 마을이다. 사후 활용 방안을 찾기 어렵다. 애당초 기획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치른 저비용·고효율 대회를 철저히 벤치마킹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가 대표적이다. 경기장과 훈련장을 포함한 경기 시설 69곳 중 세 곳만 신축하고 나머지는 기존 시설을 재활용했다. 시상대 153개는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로부터 무상 인수했고, 각종 실내경기장 관중석은 고정식 대신 접이식 의자로 대체했다. 수상자에게 꽃다발 대신 마스코트 인형을 주고, 몽골텐트를 선수대기실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시설비와 운영비 1999억원을 절감했다.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캐러밴 350대를 설치해 선수단 숙소로 활용했다. 3개월간 대당 1000만원에 대여했고 시민들에게 1650만원에 분양 완료했다. 선수촌 아파트 신축 시 800억원이 필요하지만 캐러밴으로 35억원에 해결했다. [문경=프리랜서 공정식]
2015년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영천에 위치한 3사관학교, 괴산의 군사학교를 선수촌으로 활용했다. 아울러 문경에 캐러밴(캠핑카 개념의 이동식 숙소) 350대를 설치해 선수 숙소로 활용했다. 이 대회 전체 예산 1653억원과 대회시설비 187억원은 인천아시안게임 대비 각각 7.4%와 1.2%에 불과하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