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11] 인내의 3년, KIA 리빌딩 정석 보여줬다

[OSEN=잠실, 김태우 기자] ‘3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다만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KIA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고, 결국 목표대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아직 낯선 KBO 리그에 정석을 남겼다고 할 만하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헥터의 호투, 그리고 3회 이범호의 만루포 등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의 힘을 묶어 7-6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패해 불안감을 남겼던 KIA는 2차전부터 5차전까지 4경기를 내리 잡고 한국시리즈를 조기에 마감시켰다.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2009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KIA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이른바 완전우승을 달성했다. 10승부터 80승 고지를 모두 선점했고, KBO 리그 역사상 가장 오래 1위를 유지하는 진기록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려봤을 때, 2017년 KIA가 이런 성적을 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른 팀에 비하면 주축 선수들이 강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유망주들이 넘친 것도 아니었다. 팀의 미래는 안개가 자욱했다. 

KBO 리그는 MLB와 달리 거의 대부분의 팀들이 상위권을 노리고 시작하는 리그다. 이런 양상에서 KIA는 인내를 선택했다. 김기태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어 의기투합했다. 차근차근 팀의 기초를 쌓아올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2015년 성적은 사실상 포기했다. 당장은 아프더라도,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꼼꼼하게 팀을 정비했다.

2015년부터 팀 개조가 시작됐다. 팀의 키스톤콤비를 이뤘던 안치홍 김선빈이 한꺼번에 군에 입대했다.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받아온 임기영도 군에 보냈다. 함평 2군 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어린 선수들을 키우기 위한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모두 2년 뒤를 바라본 포석이었다.

2015년 가슴 쓰린 시기를 보낸 KIA는 2016년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치열한 승부 끝에 정규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팀에 만연했던 패배의식을 걷어내는 데 의미가 큰 시즌이었다. 그리고 2017년에는 과감한 투자로 승부를 걸었다. 지난겨울에는 팀의 핵심이었지만 FA 시장에 나온 양현종 나지완을 모두 지켰다. 그리고 팀의 고질병이었던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최형우를 4년 총액 100억 원에 영입하는 승부를 걸었다.

팀 전력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MLB 경력이 제법 화려한 헥터 노에시를 잡아 팀 마운드의 기둥을 마련했다. 팻 딘, 로저 버나디나는 KIA 스카우트 팀들의 혜안을 잘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격대비 성능비는 최고였다. 여기에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트레이드도 단행했다. 4월 SK와 4대4 트레이드를 벌여 포수 김민식과 외야수 이명기를 영입했고, 마감시한 직전에는 유망주들을 내주고 마무리 김세현을 확보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외부 영입이 적지 않아 팀 분위기가 뒤숭숭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단단하게 묶었다.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기다릴 선수는 기다리면서 인내를 과시했다. 그 과정에서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김 감독은 기꺼이 앞에 나서 선수들을 지켜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결코 우연이나 운이 아니었다. 3년이라는 시간을 묵묵히 걸은 KIA는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