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 원사이드컷] 베로나보다 제주UTD가 강해보이는 건 기분탓?

조회수 2017. 10. 23. 06: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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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스 베로나 그리고 이승우

‘헬라스 베로나’

평소 이탈리아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생소할 이름이다. 베네토 주를 연고로 1903년 창단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구단 중 하나, 셰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해마다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와인축제가 열리는 곳. 무엇보다 국내 축구팬들에겐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승우의 첫 번째 성인팀으로 관심 받기 시작했다.

1승3무5패, 6득점-19실점. 리그 9라운드를 마친 헬라스 베로나의 현재 성적표다. 대다수의 승격팀처럼 베로나도 매경기탑 디비전의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현실적으로 큰 기대는 없었다. 이탈리아의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시즌 개막 무렵, 베로나의 전력을 17위로 예상했다. 9라운드 현재 순위가 17위이니 예상이 적중하고 있다.

현지 언론의 17/18시즌 예상 순위. 헬라스 베로나를 17위로 예상했다.

이번 시즌 스포티비가 이탈리아 세리에A 중계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세리에를 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출전하는 이탈리아 클럽은 제법 익숙했지만 전체적인 리그의 스타일과 하위권 상황까지 세밀하게 관찰하는 경우는 처음이였다.

자연스럽게 시즌 개막 후 헬라스 베로나의 리그 9경기 중 6경기의 해설을 맡았다. 덕분에 세리에는 잘 몰라도 시즌 초반 베로나라는 클럽의 흐름을 반강제로 파악하게 됐다. 세리에A의 하위권 클럽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성인 무대 첫 번째 시즌을 치르는 이승우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페키아 감독의 불안감은 매 경기마다 느껴진다.

# 약하다

헬라스 베로나는 약하다. 약팀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팀 구성 및 스타일에 특징이 없다. 예를 들어 어제 더비 매치의 상대인 키에보 베로나는 30대가 넘는 베테랑들이 대거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팀 스피드는 부족하지만 상황에 따른 포지셔닝이 우수하기에 팀 공수 양면에서 팀 밸런스가 안정적이다. 반면 헬라스 베로나는 10대 후반의 어린 선수부터 30대의 베테랑까지 고른 연령대로 분포되어 있다.

물론 팀 구성에 있어 나이가 절대적이진 않다. 하지만 베로나는 팀 스타일조차 명확하지 않다. 한번 더, 가장 최근 경기한 키에보를 예로 들면 4312 포메이션을 기반한 중앙 지역의 공격 루트가 분명하다. 최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를 배치하고 그 밑에 한 명의 공격 유닛을 추가한다. 그리고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두 명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여 공격수들을 지원한다. 측면의 폭발력은 부족하지만, 노련하게 중앙 지역을 잘 공략한다.

헬라스 베로나는 433 포메이션이 첫 번째 옵션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433 포메이션의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속도가 빠른 것도, 패스가 세밀한 것도 아니다. 팀 스타일의 특징을 설명하는 것조차 애매하다.

어떤 방법으로 수비를 하고, 공격을 할 것인지 선수들끼리 사전 공유가 되지 않는 느낌이다. 우선 가끔 나오는 개인 능력에 의한 전진을 제외하면 연계를 통한 공격 패턴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공을 기준으로 했을 때, 위쪽에서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부족하다. 쉽게 이야기하면, 미드필더가 공을 잡았을 때 전방 스리톱 중 한 명만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을 실행한다. 그나마 베테랑 파치니가 부지런히 노력하지만 연결될 확률도 적고, 연결되더라도 이내 고립된다. 윙어 베르데는 축구를 혼자서 그리고 거꾸로 한다. 베르데는 단신이지만 드리블 능력이 좋고 공과 친밀한 유형의 선수다. 하지만 공격 상황에서 드리블 해야 할 타이밍과 패스해야 할 타이밍을 거꾸로 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상황에서 공을 잃거나 템포 자체가 끊기기도 한다. 물론 최근 두 경기에서는 조금 개선되는 모습이였지만,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프로 레벨이라면 더욱 그렇다.

433 포메이션, 현재 헬라스 베로나에게 최선일까?

부활을 노리는 체르치는 시즌 초반 부상에 시달렸지만 최근 출전 시간을 늘리고 있다. 왕년의 재능이 있기에 킥오프 후 첫 20분 정도는 번뜩이는 장면을 연출하며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최근 두 경기 모두 교체 아웃되며 경기장을 떠났다. 후반전, 심지어 전반 30분 이후부터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2000년 생, 유벤투스에서 임대온 모이세 켄 은 좋은 피지컬을 갖췄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경기력에는 17살의 어린 나이가 그대로 적혀있다. 현재 켄에게는 프리마베라 카테고리가 더 적합하게 느껴진다.

9경기에서 19골을 실점한 수비도 문제다. 이번 시즌 기록한 5패의 공통점은 바로 전반전에 모두 멀티 실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나폴리, 피오렌티나, 로마, 라치오, 키에보를 상대로 모두 전반전에 2골 이상 실점했다. 사실상 전반전에 승부가 결정됐다.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수비 시작점을 애매하게 올렸다가 수비-미드필드-공격의 간격만 더 벌어지며 상대가 탈압박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말그대로 각개격파 당하는 느낌이였다.

수비수 3명, 공격수 4명. 지공 상황에서 크로스 직후 페널티 에어리어 상황이다. (스포티비)

수비의 리더가 없고, 측면과 중앙 모든 지역에서 수비의 기본인 압박과 커버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경기 흐름이 밀릴 때, 버티는 힘도 부족하여 개인 집중력 저하에 의한 실점도 몇 차례 있었다. 그래서인지 유럽 탑 리그 레벨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도 매 경기 2~3차례 발생했다. 지난 8라운드 최하위 베네벤토를 상대로 1-0, 리그 첫 승을 신고했지만 베네벤토 안테이의 퇴장으로 50분 넘게 한 명 많은 상태로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점유율은 겨우53%, 슈팅수는 오히려 베네벤토가 더 많았다. 리그 9경기에서 전패를 기록 중 인 베네벤토를 상대로 한 명이 많았음에도 경기를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키에보 전에서는 수쿨리니가 퇴장 당한 이후, 팀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지는 순간도 있었다. 역습이 아닌 정상적인 전개에 의한 크로스 상황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수비하는 헬라스 베로나의 선수보다 공격하는 키에보 베로나의 선수가 더 많기도 했다. 중계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은 분명 아니였다.

# 양날의 검, 수쿨리니

공격과 수비에 비해 미드필드 상황이 조금은 낫다. 하지만 단지 조금 나을 뿐이다. 최근에는 다니엘 베사와 호물로가 밸런스를 만들며 4231 포메이션으로 중앙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시도한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수쿨리니의 거칠고 헌신적인 플레이는 중원 수비력에 보탬이 되지만 그는 이번 시즌 출전한 리그 7경기에서 6장의 경고를 받았고 누적에 의해 토리노 전과 키에보 전에서 퇴장 당했다. 축구에서 퇴장은 가장 좋지 않은 상황 중 하나이지만, 불가피한 경우도 분명 있다. 하지만 수쿨리니가 경고를 받은 대부분의 상황은 ‘불가피’가 아닌 ‘불필요’한 장면이 많았다.

선수의 성향이고 에너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절하지 못하는 에너지는 더 이상 에너지가 아니다. 키에보 전에서 40분만 소화한 수쿨리니는 팀이 프리킥과 페널티킥으로 내준 두 골에 관여했고, 이해할 수 없는 백태클로 두 번째 경고를 받아 동료들보다 빠르게 드레싱룸으로 향했다. 그나마 호물로와 베사의 역할이 보이는 이유는 수쿨리니의 수비적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수쿨리니가 없으면 중원이 헐겁지만 있어도 다른 측면으로 불안하다.

# 감독, 파비오 페키아

1973년 생, 유벤투스와 나폴리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기술적인 윙어로 명성을 날렸다.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후 베니테즈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지난 시즌 세리에B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페키아 감독에게 탑 디비전은 다른 세계인 것 같다. 시즌 개막 이후 A매치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경질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난 베네벤토 전 승리를 기점으로 조금 잠잠해졌다. 하지만 11월 A매치 휴식기까지 아탈란타-인테르-칼리아리 순서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감독직에 대한 문제는 언제든지 재점화 될 수 있다.

우선, 시즌 초반 치른 경기의 결과를 떠나 내용 부분에서 페키아 감독 스스로 자신감을 잃은 듯 하다. 선수와 마찬가지로 감독 역시 자신감을 잃으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감독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 그것을 가장 먼저 눈치 채는 것은 바로 선수다. 감독이 흔들리면 그 감정은 고스란히 선수단에 전달된다. 심지어 전달되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리그 경기를 치르며 나름 로테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멀티 능력을 갖춘 호물로를 풀백, 중앙 미드필드, 윙어까지 배치시켜봤고 로마 전에서는 파격적으로 모이스 켄을 선발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시도에서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생각이 많아지니 벤치의 타이밍도 늘 한박자 느렸다. 교체 타이밍과 교체 선수에 대한 선택 모두 마찬가지였다.

전술적인 유연함도 아쉽다. 현재 헬라스 베로나의 스쿼드로 433 포메이션을 우선 시 하기에는 리그의 레벨이 너무 높다. 센터백의 속도는 평균 이하고, 윙어도 전혀 샤프하지 않다. 그런데 페키아 감독은 자신의 전술 틀에 선수를 끼워 맞추는 느낌이다. 이 자리에 이 선수도 써 보고, 저 선수도 써보지만 도토리 키재기다. 9경기를 치르며 결과와 내용 모두 좋지 않은데, 이제는 전술적 변화를 주는게 낫지 않을까? 무엇을 하더라도 지금의 이상한 433 보다는 나을 것 같다.

# 이승우

시즌은 길고 상황은 늘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헬라스 베로나와 이승우의 궁합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이승우는 6라운드 라치오 전과 어제 열린 9라운드 키에보 베로나 전에 교체 출전했다. 두 경기에서 총 32분. 무언가를 보여주기에 시간도 부족했지만 경기 상황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라치오 전은 이미 세 골 차이가 있었기에 베로나의 의지도, 라치오의 집중력도 떨어진 상황이였다. 느슨해진 라치오 수비진을 상대로 자신감 있고 번뜩이는 장면이 있었지만 이승우의 경쟁력을 확인하기에는 시간도 상황도 충분하지 않았다.

두 번째 출전인 키에보 전도 마찬가지였다. 2-3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로 13분을 뛰었지만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공격 전개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출전한 두 경기에서 공격 능력, 특히 공에 대한 재능만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느껴졌다. 라치오를 상대로 부드럽게 공을 들어올리는 패스나 키에보 전에서 연결한 정확한 중거리 패스는 현재 베로나의 주전 공격진이 자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반대로 몇 차례 수비 상황에서 피지컬 차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포워드와 왼쪽 윙 포지션이 가장 편하다.”

입단 초기 이승우가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이다. 경쟁자는 파치니, 켄, 베르데, 체르치, 발로티까지 포함된다. 현재 공격 옵션 중 켄이 첫 번째 선택이라면 우선적으로 이승우는 두 번째 옵션을 목표로 경쟁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모이스 켄 과 조금 더 직접적인 경쟁도 가능할 것이다.

사견이지만 오히려 어려운 부분은 팀의 포메이션 같다. 바르셀로나에서 성장한 이승우에게 433은 익숙한 포메이션이지만 바르셀로나의 433과 베로나의 433은 많이 다르다. 현재 베로나의 433은 점유율에 기반하지도 않고 간격이 콤팩트하지도 않으며 이승우 같은 공격 유닛이 전방에서 공을 빼앗겨도 빠른 시간 내에 밑에 위치한 동료들이 그 공을 다시 빼앗아 주지도 않는다. 파치니가 첫 번째 선택인 포워드 포지션은 190 대 장신이 즐비한 상대 센터백들을 견뎌내야 한다. 측면 윙어 포지션은 베로나의 전력상 수비적으로 많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 중앙 미드필더 역시 뭔가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 베로나의 포메이션에서 이승우는 어찌보면 활용하기 애매한 공격 유닛인지도 모른다.

“나름 빠르다고 하지만 성인 레벨에서는 결코 그리 빠른 편이 아니다. 체격에 비해 힘이 있다고 하지만 성인 레벨에서는 여전히 왜소하게 느껴진다. 공에 대한 재능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기에스털링 같은 스피드나 테베즈 같은 폭발력이 추가되어야 한다. 지금은 애매하다.”

유럽 클럽의 한 스카우터가 이승우에 대해 한 코멘트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보는 눈도 다르겠지만 분명 근거가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이제 막 성인 커리어를 시작한 단계다. 이승우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아직 누군가의 의견 일 뿐, 정상적이지 않은 경기 상황에서 출전한 32분 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나 역시 이승우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베로나의 감독은 페키아 이고, 그는 매일매일 이승우를 비롯한 자신의 선수들과 훈련을 진행한다. 훈련에서 감독의 눈에 드는 것도,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를 최적의 자리에 배치하는 것도 결국 베로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페키아 감독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게 좋겠다. 아직 시즌은 길고 이승우는 젊다. 그런데 지금 헬라스 베로나 보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건 단지 기분 탓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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